사람들은 복권을 이야기할 때 늘 “운”이나 “확률”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 복권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복권은 도박도 아니고, 소비재도 아니며, 기술 산업도 아닙니다. 오히려 복권은 **정부가 가진 가장 강력한 현금 창출 장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지점은, 이 거대한 현금 흐름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 틈새에서 조용히, 그러나 매우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기업들이 존재합니다.


복권은 구조적으로 정부가 독점합니다. 발행 권한은 국가에 있고, 세수와 공익 목적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운영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판매 단말기 구축, 티켓 발행 시스템, 추첨 장비, 보안, 정산, 유통 관리, 마케팅까지 포함하면 복권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IT·운영 플랫폼입니다. 이걸 정부가 직접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은 비용도 크고 리스크도 큽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복권 운영을 **민간 기업에 위탁**합니다. 장기 계약으로, 그리고 매우 배타적인 조건으로 말입니다.


이 산업의 핵심은 경쟁이 아닙니다. 한 번 계약을 따내면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독점적으로 운영합니다. 신규 경쟁자가 들어오기 어렵고, 기존 시스템을 교체하는 비용과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복권 운영 기업은 “얼마나 혁신적인가”보다 “얼마나 안정적인가”로 평가받습니다. 사고가 나면 뉴스에 나오고, 아무 일도 없으면 존재조차 드러나지 않는 산업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비즈니스의 강점입니다.


이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가 International Game Technology입니다. 이름만 보면 게임 회사 같지만, 이 회사 매출의 핵심은 전 세계 각국의 **국가 복권 운영 계약**입니다. 복권 단말기, 소프트웨어, 추첨 시스템, 즉석복권 설계까지 패키지로 제공합니다. 중요한 건 매출 구조입니다. 단순히 기계를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출 연동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많습니다. 복권이 잘 팔릴수록 이 회사의 수익도 함께 늘어납니다.


또 다른 대표 기업은 Scientific Games입니다. 이 회사 역시 즉석복권과 복권 운영 시스템에 특화된 기업으로, 북미와 유럽 여러 국가에서 장기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 산업에서는 기술 혁신보다 **신뢰와 무사고 이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한 번 사고가 나면 다음 입찰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방어력이 생깁니다.


복권 운영 산업이 투자 관점에서 흥미로운 이유는 경기와 거의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복권 판매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가 좋을 때는 여가 소비의 일환으로, 경제가 나쁠 때는 “작은 희망”의 역할로 복권이 소비됩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복권은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세금 인상”보다 “복권 수익 확대”가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디지털화입니다. 예전에는 복권이 종이 티켓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모바일·온라인 판매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는 운영 기업에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유통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 다른 하나는 데이터 기반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복권이 잘 팔리는지, 어떤 연령대가 어떤 상품에 반응하는지 분석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매출 극대화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정부가 직접 다루기엔 부담이 크고, 결국 전문 운영사의 영역이 됩니다.


이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정치 리스크가 오히려 진입장벽이 된다는 점**입니다. 복권은 정부와의 계약 사업이기 때문에 규제와 정책 변화에 민감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신규 진입자는 더더욱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레퍼런스를 가진 기업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국제적 운영 경험이 없는 회사는 시작조차 하기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소수의 글로벌 플레이어 중심으로 굳어집니다.


복권 운영 기업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AI도 없고, 신기술 스토리도 약합니다. 하지만 매출은 반복되고, 계약은 길며, 현금흐름은 안정적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부가 파산하지 않는 한 사업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구조**입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굉장히 강력한 안정성입니다.


이 산업을 바라볼 때 중요한 질문은 “복권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고, 앞으로도 사라지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면, 그 시스템에서 **누가 가장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가**를 보는 것이 투자자의 관점입니다. 복권을 사는 사람은 대부분 돈을 잃지만, 복권을 운영하는 기업은 구조적으로 이익을 남깁니다. 확률 게임의 반대편에 서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복권 운영 기업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 번 이해하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 산업입니다. 경기, 기술, 유행과 거리를 두고, 정부라는 가장 큰 고객을 상대로 반복 매출을 쌓아가는 비즈니스. 화려한 주인공은 아니지만, 무대 뒤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는 기업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복권 산업은 더 이상 ‘운’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구조를 가진 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