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훈련 참가를 위해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음
20일 재집권 1년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동맹에 다시 한번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재집권 2년 차의 문을 연 것
1949년 설립 후 77년간 북미와 유럽의 집단 안보를 책임졌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 역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가 알 수 없는 목적으로 그린란드에 접근했다”며 “이들 나라는 2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받고, 6월 1일에는 관세가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음
자신이 그린란드 병합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 8개국이 그린란드 방어를 위한 ‘북극의 인내’ 작전에 병력을 파견하자 관세로 보복 및 경고에 나선 것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전 세계의 안보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이 신성한 땅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위험한 상황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종식시키기 위해 (관세라는)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
또 “이 관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완전히 ‘매입(purchase)’하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음
유럽은 강하게 반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맞은 8개국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위협은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
이어 그린란드 훈련에 대해선 “나토 회원국으로서 동맹국들이 사전에 협의한 훈련이며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음
또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올해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 가능성도 시사했음
미국 정계에서도 초당적 우려가 쏟아졌음
집권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이번 관세는) 미국, 미국 기업, 미국 동맹국에 모두 나쁘다”며 “나토 분열을 원하는 중국, 러시아 등 적대 세력에만 좋은 일”이라고 지적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그린란드인 지지 성명을 발표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동맹국의 영토를 그 의사에 반해 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며 “수십 년 만의 가장 큰 대서양 갈등으로 이어져 나토 방위 동맹의 근본적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
관세왕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년을 나흘 앞둔 16일(현지 시간). 그의 트루스소셜에는 두 장의 흑백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음
‘결단의 책상’으로 불리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내 책상 위에 양 주먹을 짚고 선 그가 정면을 응시하는 흑백 사진
사진 위에는 ‘관세 왕(The Tariff King)’,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란 글씨가 적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설립 후 미국의 오랜 동맹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음
자신이 병합을 추진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공동 방어하려는 ‘매우 위험한 게임’을 벌였다고 주장
최근 1년간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경제가 아닌 안보 사안에서 동맹에까지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는 진단이 나옴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운 ‘혈맹’ 영국과 프랑스에도 그린란드에 파병을 이유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건 나토와 동맹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란 지적도 제기
트럼프, 세계 평화 위해 그린랜드 가져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8개국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목적의 ‘북극의 인내’ 작전에 가담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음
특히 “지구의 안전, 안보, 생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8개국이 “감당할 수 없거나 유지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도 했음
지난해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은 영국산 수입품에 10%,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10%의 관세를 더할 뜻을 밝힌 것임
그린란드 병합의 정당성도 거듭 강조
그는 “수년 동안 관세나 어떤 형태의 대가도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덴마크와 모든 EU 국가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수 세기가 지난 지금 덴마크는 (미국에) 보답할 때가 됐다”고 주장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다”며 “덴마크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이들이 현재 가진 건 개썰매 두 대뿐”이라고 했음
유럽 국가들 거세게 반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에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고 지금 상황에 맞지도 않는다. 유럽인들은 단합해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나토 동맹국들이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일”
그린란드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음
폴리티코 유럽 등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은 미국산 무기 수입 중단, 유럽 주둔 미군 지원 중단, 유럽 내 미군기지 통제권 회수 등도 거론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그린란드와 무역협정 의회 승인을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
유럽의회는 당초 26, 27일 미국과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그린란드 갈등이 불거지면서 승인을 보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음
특히 EU가 27개국으로 구성된 단일 무역 체제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그린란드 파병 국가 대상 관세 부과가 큰 혼란을 야기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옴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허언’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전했음
미-유럽 집단안보체제 위기
이번 사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토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가 근본적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
영국 BBC는 “미국과 영국의 ‘특수 관계’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
두 나라는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같은 편에서 싸웠으며, 또 나토를 통해 긴밀히 협력해 왔음
미국 내 반대 여론도 높음. 최근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인의 73%는 “군사력을 통한 그린란드 점령에 반대한다”고 답했음
월가 IB들은 트럼프의 행보를 광기가 아닌 철저한 실리 추구로 재해석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은 트럼프의 행보를 '광기'가 아닌 '철저한 실리 추구'로 재해석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와 그린란드 압박
미군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직후 시장은 공포에 질리기보다 에너지·인프라 기업의 주가 상승에 베팅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출렁였지만 셰브론, 엑손모빌, 할리버튼 등의 주가는 3~7% 상승
베네수엘라가 확인 매장량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인 3000억 배럴의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정치적 혼란보다 통제권 이전 이후의 재건 특수와 공급 확대 가능성에 주목한 셈
월가의 한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단기적 외교 충격보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통제권 재편에 미국 기업이 참여할 경우 발생할 수십억달러 규모의 재건 특수와 유가 하락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
그린란드 관세 위협 역시 마찬가지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린란드 문제는 단순히 영토 매입 논란이 아니라 북극항로 통제와 희토류·우라늄 등 천연 전략자원 확보, 미사일 방어 체계 '골든 돔' 완성이라는 복합적 경제·안보 프로젝트"라고 규정
그린란드에는 전기차·방산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가 상당량 매장돼 있고 북극항로 상업화가 본격화될 경우 물류 비용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옴
트럼프 풋
시장이 관세 폭탄 예고에도 상대적으로 담담한 또 다른 이유는 학습 효과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관세 위협으로 공포를 조성한 뒤 상대의 양보를 이끌어내 극적인 '딜'을 성사시키는 패턴에 익숙해졌다는 것. 이른바 '트럼프 풋(Trump Put)'에 대한 맹신
한국 25% 상호관세를 10%로 낮추는 대신 3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를 약속했을 때도 월가는 미국 내 제조업 부활과 고용 증대로 이어지는 호재로 받아들였음
협상 타결 소식 직후 반도체 장비주와 산업재 주가가 동반 상승했던 배경
이번에 꺼내든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위협 역시 그린란드 매입 협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OTO·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에너지 수입 계약 확대 등 실질적인 양보를 이끌어낼 협상용 카드로 보는 낙관론이 우세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님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가 의회의 조세 권한을 침범했는지를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릴 경우 관세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
하지만 월가는 이런 불확실성마저 '헤지' 대상으로 계산하는 모양새
웰스파고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한다면 기업들의 마진이 즉각 개선돼 S&P500 기업 이익이 2.4% 추가 상승할 것"
관세가 유지되면 방산·에너지·자국 우선주의 수혜주에, 무효화되면 유통·소비재·기술주에 베팅하는 양방향 전략이 이미 가동 중
결국 월가의 결론은 단순
동맹의 균열이나 도덕적 비난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기업의 실적
이런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질주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발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관세 왕'이 휘두르는 채찍이 우방국에는 고통일지 모르지만 월가에는 새로운 수익 지도를 그려주는 신호"라며 "그린란드 매입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끌어낼 유럽의 방위비·에너지·투자 양보만으로도 미국 증시는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음
불확실성마저 수익 모델로 치환하는 월가의 특징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도박'을 떠받치는 가장 강력한 뒷배가 되고 있는 셈
<시사점>
오늘 국내 주요 매체는 ‘관세왕 트럼프’가 돌아왔음을 보도했습니다. 그린란드 파병에 협조한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압박, ‘관세왕’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운 이미지 정치, 그리고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초강경 입장(러트닉 장관, 투자 아니면 관세)까지, 트럼프식 통상 압박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관세왕이란 역사적 인물은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에서 유래합니다. 매킨리는 19세기 말 영국산 저가 공산품이 범람하던 시기, 1890년 ‘매킨리 관세법’을 통해 수입품 평균 관세율을 약 5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철강·유리·제조업을 보호해 미국 산업국가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와 함께, 물가 상승과 유럽의 보복 관세로 농민과 소비자의 반발을 샀다는 비판도 동시에 남겼습니다. 보호무역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사례입니다(그는 결국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암살당함)
트럼프는 이 매킨리의 서사를 21세기식으로 재해석하고 있으나 차이는 분명합니다. 매킨리의 미국은 ‘떠오르는 산업국’이었다면, 트럼프의 미국은 ‘패권을 지키려는 성숙 국가’의 모습입니다. 관세의 목적도 산업 육성에서 공급망 재편과 안보 통제로 진화했습니다.
지금 한국이 당면한 최대의 관세 문제는 반도체입니다. 물론 러스닉 장관의 메모리 반도체 100% 관세 발언은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미국 내 반도체 가격 급등, 자국 IT기업 피해 등을 감안하면 실제 전면 부과는 쉽지 않으며, 이는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압박용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길 사안도 아닙니다. 트럼프식 관세는 실제 부과 여부와 무관하게 기업의 투자 결정을 바꾸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처한 현실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미 미국 현지 투자를 진행 중임에도, 트럼프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미국에 더 짓고, 더 빨리 옮기라”는 것이다. 관세, 보조금(칩스법), 규제 조건을 결합한 압박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선택지를 좁힙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증가 문제가 아니라, 기술·인력·공급망의 장기적 분산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세왕 트럼프의 전략은 정치적으로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글로벌 산업 질서에는 불확실성을 키웁니다. 매킨리 시대에도 관세가 산업을 키웠지만, 동시에 사회적 갈등과 국제 마찰을 키웠습니다. 오늘의 트럼프 관세 역시 미국 제조업을 강화할 수는 있으나, 글로벌 분업 체계를 흔들고 동맹국 산업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은 ‘관세가 현실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감안하면서 기술경쟁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협상도 포함한 종합적 대응 상황에 놓여있다고 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90326?date=20260119
컨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