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 기업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 회사의 이름이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시장 분위기는 늘 무거워지고,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가울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누군가의 가능성에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 하나로 금리와 자금 조달 비용, 심지어 기업의 생존 가능성까지 좌우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좋을 때는 존재감이 희미하다가도, 위기가 닥치면 어김없이 전면에 등장해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주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기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관점에서만 놓고 보면, 이 회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는 불편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너무나 강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고 싶은 기업은 바로 **Moody’s**입니다.
무디스에 대한 불편함은 상당 부분 정당합니다. 신용등급이라는 것은 결국 미래에 대한 판단이고, 그 판단은 언제나 논쟁을 불러옵니다. 위기 이전에는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위기 이후에는 너무 늦게 움직였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국가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정치적 논란이 뒤따르고, 기업 등급이 강등되면 투자자와 직원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시장은 종종 말합니다. 신용평가사들이 위기를 키운다고, 필요 이상으로 보수적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무디스라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보게 만드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무디스는 환영받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거나 성장을 독려하는 역할도 아닙니다. 이 회사가 파는 것은 기대가 아니라 경고이고, 낙관이 아니라 불편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금융 시스템은 이 불편함을 제거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무디스의 사업 모델은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입니다. 신용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제공하는 것. 하지만 이 단순한 역할은 글로벌 채권 시장과 금융 규제, 기관 투자자의 내부 규정 속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많은 연기금과 보험사, 금융기관들은 특정 등급 이하의 채권을 아예 매수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고, 이 기준은 신용평가사를 전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즉, 무디스를 싫어할 수는 있어도 무시할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무디스는 유행을 타는 기업이 아닙니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도 않고, 혁신적인 스토리를 앞세우지도 않습니다. 대신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높고, 현금 흐름은 안정적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신규 채권 발행과 기업 활동 증가로 수익이 늘고, 경기가 나빠지면 등급 검토와 리스크 관리 수요가 증가합니다. 경제 상황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무디스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 자주 호출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회사가 투자자에게 화려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AI, 플랫폼, 소비자 경험 같은 키워드와는 거리가 멉니다. 대신 규제, 기준, 내부통제, 리스크 같은 단어들이 따라붙습니다. 블로그 글로 쓰기에도 매력이 떨어지고, 단기적으로 주가가 튀어 오를 이유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특징이 오히려 강점이 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역할을 맡고 있을수록, 그 자리는 더 쉽게 대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디스가 속한 신용평가 시장은 사실상 과점 구조입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기술만으로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신뢰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데이터와 규제 당국, 금융기관과의 관계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시장에서는 시간이 곧 진입장벽입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내가 이 기업을 좋아하지 않으니 투자할 이유도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기업들은 오히려 감정적으로 호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욕을 먹고, 불편한 역할을 맡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호출되는 기업일수록 시스템 안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디스를 바라볼 때 중요한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이 회사가 사라져도 금융 시스템이 지금처럼 작동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면, 감정과 투자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아도 굴러가는 기업, 응원하지 않아도 필요로 되는 기업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가장 강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여전히 무디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위기 국면에서 이 회사의 이름이 뉴스에 등장하면, 지금도 불편한 감정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만 본다면, 이 불편함 자체가 무디스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가장 좋은 투자는,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반드시 필요로 되는 기업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디스는 바로 그런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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