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X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데이터·정보 분석 기업입니다. 법적으로는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FTSE 100 상장사이며, 동시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도 ADR 형태로 상장돼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출판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정부·금융기관·기업들의 의사결정을 떠받치는 데이터 인프라 기업에 가깝습니다.


RELX의 출발은 전통적인 출판업이었습니다. 학술 저널과 법률 문서를 다루던 회사였지만, 지난 20년 동안 사업의 무게 중심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회사”에서,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을 대신해주는 회사”로 진화한 것입니다. 이 변화가 지금의 RELX를 만들었습니다.


사업 구조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법률·규제·리스크 데이터를 제공하는 LexisNexis Risk & Legal 부문입니다. 금융기관의 사기 탐지, 신원 인증, 범죄 분석, 법률 리서치 등에 사용되며 RELX 전체 이익의 핵심 축입니다. 둘째는 Elsevier를 중심으로 한 과학·의학·기술 정보 부문입니다. 전 세계 연구자와 제약사, 병원, 대학들이 사용하는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합니다. 셋째는 기업·산업 전시회와 컨퍼런스를 운영하는 Exhibitions 부문, 넷째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분석 및 의사결정 솔루션 부문입니다.


숫자를 보면 이 회사의 성격이 더 명확해집니다. 2024년 기준 RELX의 연간 매출은 약 93억 파운드 수준이며, 최근 3년간 매출은 매년 한 자릿수 중후반의 안정적인 성장률을 유지해 왔습니다. 영업이익률은 약 30% 내외로, 전통 출판 기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습니다. 특히 LexisNexis Risk 부문의 마진은 이보다 더 높아, 회사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현금흐름도 매우 안정적입니다. 연간 잉여현금흐름은 약 30억 파운드 안팎으로 꾸준히 창출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RELX는 10년 이상 배당을 끊지 않고 늘려온 기업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성장주는 아니지만, 장기 투자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주식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습니다. RELX의 주가는 단기간 급등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긴 시간으로 보면 우상향 흐름이 매우 안정적입니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시장이 흔들릴 때도 방어적인 성격을 보여 왔습니다. 이건 RELX의 매출 구조가 경기 민감 산업이 아니라는 점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환 비용입니다. 은행이나 보험사, 수사기관, 대형 로펌이 RELX의 데이터 시스템을 한 번 도입하면, 이를 다른 솔루션으로 바꾸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내부 프로세스, 규제 대응, 직원 교육까지 모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락인 효과가 RELX의 해자입니다.


사람의 행동 관점에서 보면 RELX는 인간의 한계를 전제로 돈을 버는 기업입니다. 사람은 실수하고, 속고, 판단을 미룹니다. RELX는 그 빈틈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메워줍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제품은 있으면 편한 서비스가 아니라, 없으면 위험한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이런 성격의 기업은 경기 사이클이 바뀌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RELX는 유행을 타는 기업이 아닙니다. AI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고, 화려한 스토리텔링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그러나 아주 깊숙하게 글로벌 의사결정의 핵심에 들어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기업의 가치는 숫자보다 구조에서 드러납니다.


빠른 재미보다는 오래 살아남는 기업, 사람의 판단을 대신해주는 기업을 찾고 계신다면 RELX는 충분히 한 번쯤 길게 들여다볼 만한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