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지켜보며 우려 섞인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제(15일)는 우리 외환시장에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날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 재무장관의 구두 개입까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상징하는 환율은 결국 다시 1470원대로 치솟았습니다.

오늘은 현재 한국은행이 처한 딜레마와 그것이 우리 서민 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방향 잃은 '매파적 동결', 흔들리는 시장의 신뢰

한국은행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5회 연속 동결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유지해온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하며 사실상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이창용 총재는 환율을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한은의 신호를 "방향성을 잃었다"고 해석한 시장에서는 오히려 환율이 반등하고 채권 금리가 발작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중앙은행이 시장의 가격 기준점(Anchor)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 동결에도 치솟는 대출 금리, 서민의 이자 부담 가중

더 큰 문제는 기준금리는 멈춰 있는데, 실제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 국채 금리 상승이 은행채와 대출 금리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 현재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이미 연 6%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 역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정책 금리는 동결되었지만, 실질적인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3. 부동산 시장의 역설: 금리와 따로 노는 집값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입니다.

한은은 금리 동결을 통해 주택시장 과열을 통제하려 했으나, 현장의 데이터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48주 연속 상승을 기록 중이며, 1월 초 상승률을 연으로 환산하면 두 자릿수에 달합니다.

"금리가 낮아지지 않아도 집값은 오른다"는 심리가 시장에 공고히 자리 잡으면서 가계부채는 어느덧 197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자산 가격 상승은 부의 격차를 벌리고, 늘어난 부채의 이자 부담은 서민의 삶을 옥죄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4. 수입물가 비상과 내수 경제의 위축

고환율은 곧바로 수입 원가를 밀어 올립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수입물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석유류와 수입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제조업 마진은 줄어들고, 고금리로 인해 내수 소비는 얼어붙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폭망은 아니다"라는 이 총재의 발언과는 대조적으로, 민생 현장에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라는 3중고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의 정책은 환율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집값과 가계부채 때문에 올리기도 어려운 외통수에 걸린 모습입니다.

정책적 결단이 늦어질수록 그 비용은 고스란히 물가와 주거비, 대출 이자라는 형태로 우리 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모쪼록 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이상 실기(失期)하지 않는 정교한 정책 조합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