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인공지능(AI)과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지 않는 수입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라고 14일(현지 시간) 지시

  • 다만 이번 조치는 수입 반도체를 겨냥했다기보다는 엔비디아의 대중 반도체 수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

  •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

  • 윌 샤프 백악관 부속실장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두 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그중 하나가 수입 반도체 관련이라 설명

  • 그는 “미국으로 수입된 반도체 중 국내에서 AI와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지 않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며 “예를 들어 미국을 경유해 다른 국가로 환적되는 반도체도 25% 관세 대상이 된다”고 설명

  •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기본적으로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으며, 최고로 높은 수준도 아니다. 매우 적정한 수준이다”며 “중국도 판매를 원하고 다른 국가들도 원한다. 우리는 그러한 반도체 판매로 25% 수익을 올리게 된다”고 말했음

  • 이어 “기본적으로 우리는 그들이 판매를 하도록 허용하고, 달러 가치 기준으로 그 반도체의 25%를 얻게되는 것인데 매우 좋은 거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음

<시사점>

현지시간 1월 14일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반도체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반도체가 30년 가까이 누려온 ‘무관세 성역’이 무너진 순간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을 사실상 무력화한 이번 조치(반도체는 1997년 체결된 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가 원칙이었음)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 분기점이자, 한국 반도체 산업의 체질을 시험하는 냉혹한 시험지가 될 전망입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상 마찰이 아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제도적·법률적 완결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국가비상사태법(NEA), 여기에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병행 적용하며 의회의 입법 절차를 우회했습니다. 반도체를 철강·알루미늄과 같은 국가안보 핵심 품목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이는 자유무역에서 경제 안보 시대로의 전환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실제 정책(국가자본주의 정책)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번 트럼프 관세는 ‘AI 및 고성능 컴퓨팅 목적 외 반도체’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가 의존하는 AI·서버용 고성능 칩은 예외로 두되, 가전·모바일·자동차에 쓰이는 범용(레거시) 반도체를 압박해 제조시설의 미국 회귀를 유도하려는 계산된 전략입니다. 보호무역의 칼날이 가장 취약한 부문부터 겨눈 셈입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삼성전자는 정면 충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모바일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등은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테일러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전까지는 파운드리 물량 일부도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HBM과 첨단 HPC용 위탁생산 물량은 예외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삼성의 포트폴리오 특성상 ‘관세 노출 영역’이 여전히 넓다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삼성전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낫다고 판단됩니다. 매출의 핵심인 HBM은 AI·컴퓨팅 목적 반도체로 분류돼 관세가 면제될 전망입니다.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독보적 지위는 이번 국면에서 강력한 방패입니다. 그러나 모바일 D램과 소비자용 SSD, 자동차용 메모리 등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고,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이 2028년 이후에야 가동된다는 점은 전략적 공백으로 남습니다.

재무적 충격도 가볍지 않습니다.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 중 약 60%가 관세 대상이 되고 관세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익 감소를 넘어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을 직접적으로 잠식할 수 있습니다. 가격 민감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메모리 시장에서 25%의 가격 격차는 곧바로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마이크론이 ‘관세 없는 대안’으로 부상할 경우, 시장 점유율 재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파급 효과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수출 비중이 있는 장비·소재 기업은 직접 타격을 받고, 그렇지 않더라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투자 조정은 협력 생태계 전반의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 소부장 업체에는 구조적 압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근본적인 대응은 결국 현지 생산 확대이지만 산업공동화라는 숙제를 남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화 전략을 앞당길 필요가 있으며, 이와 동시에 정부는 ‘AI·컴퓨팅 목적’의 해석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기술적·논리적 근거를 마련해 미국과의 협상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관세율 인하나 적용 유예, 품목별 예외 확대는 여전히 현실적인 협상 목표입니다.

결국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관세와 보조금을 앞세워 생산기지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도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인데, 생산의 무게중심이 미국으로 이동할수록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동화 우려는 현실적 위험으로 다가옵니다.

그렇다고 미국 투자를 막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관건은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입니다. 한국이 반드시 붙들어야 할 것은 단순 양산 물량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영역입니다. 첨단 공정 기술, 차세대 미세공정 R&D, HBM과 첨단 패키징, 공정 설계와 양산 전환을 결정하는 핵심 역량은 여전히 한국에 남겨야 합니다. 생산라인 일부가 해외로 옮겨가더라도 기술의 심장부까지 비워져서는 안 됩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역시 공동화 방지의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반도체 제조는 공장 이전이 가능해도, 공정 개선과 수율 관리를 담당하는 소부장 생태계는 단기간에 옮길 수 없습니다. 정부가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와 소부장 특화단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기업과 중소 소부장 기업의 공동 R&D, 장기 공급계약을 통한 생태계 고착화가 병행돼야 합니다.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를 연동하는 정책 원칙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미국 투자는 불가피하되, 국내 투자와 고용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세제·정책 지원은 정당성을 잃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떠받치는 인력·전력·용수·규제 환경 개선 역시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이제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공장을 어디에 짓느냐’가 아니라 ‘누가 기술과 생태계를 지배하느냐’의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략은 명확해야 합니다. 양산은 분산하되, 기술·의사결정·산업 생태계의 중심은 결코 내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반도체 강국 한국이 산업공동화를 피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길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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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60115/133160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