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을 보면 수익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계좌가 빨개졌다는 말, 이번엔 감이 맞았다는 말, 예전보다 훨씬 쉽게 돈이 벌린다는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닙니다. 시장 전체에 돈이 많아졌고, 그 돈이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일수록 한 번쯤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수익은 내 판단이 만들어낸 결과일까, 아니면 환경이 허락한 결과일까 하는 질문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고 싶은 기업은 주가를 맞히는 기업이 아닙니다. 어떤 산업이 뜰지를 예측하는 회사도 아닙니다. 대신 시장이 움직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준과 데이터를 파는 기업입니다. 바로 S&P Global입니다.


S&P Global은 흔히 신용평가사로만 인식되지만, 실제 사업 구조는 훨씬 넓습니다. 이 회사의 사업은 크게 신용등급, 금융 데이터 및 지수, 원자재 및 에너지 데이터, 그리고 기업 분석 솔루션으로 나뉩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영역이 시장의 방향성과 무관하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주식을 사고, 채권을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리스크를 점검하는 순간마다 S&P Global의 데이터와 기준이 사용됩니다.


숫자로 보면 이 구조가 더 분명해집니다. S&P Global의 최근 연간 매출은 약 125억 달러 수준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독형 매출입니다. 영업이익률은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고, 순이익률 역시 30%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금융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에 가까운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비용이 크게 늘지 않아도 매출이 증가하면 이익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구조입니다.


지금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주식 거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글로벌 채권 발행 규모도 함께 커집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회사채 발행 규모는 연간 8조~10조 달러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기업은 자금 조달을 해야 하고 국가는 재정을 운용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등급이 없으면 발행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발행 비용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S&P Global은 바로 이 필수 구간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신용등급은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실제 자금 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입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발행 규모가 늘어날수록 이 기준의 사용 빈도는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여기에는 투자자의 판단이나 감정이 거의 개입되지 않습니다. 거래가 발생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이 점이 지금 시장 환경과 특히 잘 맞는 이유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상승장에서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모든 배를 들어 올린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S&P Global은 개인 투자자의 실력 착각과 무관하게 작동합니다. 누가 이기든, 어느 자산이 오르든, 판단과 기준이 필요한 한 이 회사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 흔들릴 때입니다. 유동성이 줄어들고 변동성이 커지면, 오히려 데이터와 기준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납니다. 리스크 관리, 신용 점검, 포트폴리오 재구성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다른 이유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이 점이 단순한 경기 민감 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입니다.


비교를 위해 비슷한 구조의 기업을 함께 보면 이해가 더 쉬워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교 기업은 Moody's입니다. Moody’s 역시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을 S&P Global과 양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매출 규모는 약 60억 달러 수준으로 S&P Global보다 작지만, 영업이익률은 역시 40% 안팎으로 매우 높습니다. 두 회사 모두 규제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 하나의 비교 기업은 MSCI입니다. MSCI는 신용등급보다는 지수와 포트폴리오 분석에 특화된 기업입니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 특히 ETF 시장이 커질수록 MSCI 지수의 영향력은 더 커집니다. MSCI의 연 매출은 약 30억 달러 수준이지만, 이 역시 영업이익률은 50%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날수록 기준을 제공하는 회사가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세 기업을 함께 보면 하나의 공통된 그림이 보입니다. 이들은 모두 시장의 결과에 베팅하지 않습니다. 대신 시장이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판단해야 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기준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재미가 없고, 이야기거리가 적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좌에서 사라지지 않는 유형의 기업들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은, 유동성이 많아질수록 이런 기업의 가치가 더 커진다는 점입니다. 돈이 적을 때는 감으로도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돈이 많아질수록 기준 없는 판단은 위험해집니다. 기관 자금, 연기금, 글로벌 자본이 움직일수록 데이터와 평가의 중요성은 더 커집니다. S&P Global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업은 단기 급등을 기대하고 접근할 대상은 아닙니다. 대신 지금처럼 실력과 환경이 뒤섞이기 쉬운 장에서, 수익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기업입니다. 돈의 방향을 맞히지 않아도 되고, 테마를 추적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장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판단이 필요한 한 이 회사의 역할은 유지됩니다.


지금의 수익이 실력인지 환경인지 헷갈릴 때, 이런 기업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준점이 됩니다. 결국 시장은 반복됩니다. 유동성이 늘어나는 시기와 줄어드는 시기가 번갈아 옵니다. 하지만 기준을 파는 기업은 어느 국면에서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S&P Global은 지금 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정직한 구조를 가진 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런 기업을 이해하는 경험은, 다음 장에서도 판단을 흐리지 않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