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을 바라보며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주가는 오르락내리락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데, 실제로 자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담담합니다. 그들은 오늘 시장이 올랐는지, 빠졌는지에 크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자산 구조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꽤 큰 간극을 만들어냅니다.


많은 분들이 ‘부자들은 투자 감각이 뛰어나서 수익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수익률 경쟁에서 이미 내려와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진짜로 관리하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변동성이고, 변동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조입니다. 자산이 커질수록 한 번의 실수가 미치는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잘 맞히는 투자보다 오래 살아남는 구조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요즘 고액자산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져가는 자산 구조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먼저 현금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현금은 ‘놀고 있는 돈’이거나 ‘아직 투자하지 못한 자금’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반면 자산이 큰 사람들에게 현금은 선택권 그 자체입니다. 시장이 급락했을 때 공포에 휘둘리지 않게 해주는 심리적 완충재이자, 기회가 왔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현금 비중을 쉽게 줄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총 금융자산이 10억 원인 포트폴리오를 가정해보겠습니다. 흔히 공격적인 투자자는 현금을 5% 이하로 줄이고 대부분을 주식에 넣습니다. 반면 자산 구조를 중시하는 사람은 15~20% 수준, 즉 1억5천만 원에서 2억 원 정도를 현금성 자산으로 유지합니다. 이 현금은 단순 예금이 아니라 단기채, MMF, 고금리 예금처럼 언제든지 이동 가능한 형태로 관리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시장이 급락해도 “지금 들어가도 될까”를 고민할 여유가 생기고, 오히려 하락장이 기회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변화는 채권의 복귀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채권은 재미없는 자산, 수익률을 깎아먹는 존재로 취급받았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충분히 올라온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채권은 다시 수익 자산의 역할을 하고 있고, 동시에 포트폴리오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축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만기를 나눠서 가져가는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같은 10억 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30%로 잡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약 3억 원이 채권에 배분됩니다. 이 중 일부는 1~2년짜리 단기채, 일부는 3~5년 중기채로 나누어 구성합니다. 이렇게 하면 금리가 내려갈 때는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다시 높은 금리로 재투자할 수 있는 유연성도 확보됩니다. 주식이 흔들릴 때 채권 이자가 꾸준히 들어온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세 번째 축은 배당과 현금흐름 자산입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배당주를 ‘수익률이 낮은 대안’ 정도로 취급하지만, 실제 자산가들의 시선은 다릅니다. 배당은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호흡을 안정시키는 장치입니다. 매 분기, 혹은 매년 들어오는 현금은 투자 판단을 훨씬 이성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주가가 조금 빠졌다고 해서 조급해질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소비 경기와 무관하게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Procter & Gamble, Coca-Cola 같은 기업들은 화려한 성장 스토리는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계좌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배당 수익률이 연 3% 수준이라고 가정해도, 3억 원을 배당 자산에 배치하면 연 900만 원의 현금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들어옵니다. 이 돈은 재투자해도 되고, 생활비 일부로 사용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선택권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네 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연금 계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금 투자를 ‘노후 대비’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인식하지만, 자산가들에게 연금은 철저한 세금 전략입니다. 같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세금을 언제,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크게 달라집니다. 연금 계좌의 과세 이연 효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력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매년 1,800만 원을 연금 계좌에 넣고, 연 7% 수익률로 20년간 운용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원금은 약 3억6천만 원, 수익을 포함하면 7억 원을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년 세금을 내지 않고 복리로 굴릴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당장의 수익률은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과세·저율과세 구조가 자산의 크기를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이 네 가지를 종합하면 요즘 부자들의 전형적인 자산 구조는 대략 이런 모습입니다. 현금성 자산 15~20%, 채권 25~35%, 배당 및 안정형 주식 25~30%, 성장주 및 기타 자산 15~20%, 그리고 연금 계좌를 통한 장기 자산 축적. 이 비율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 전망을 맞히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습니다. 금리가 어떻게 될지, 주식이 언제 조정받을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산 구조를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어떤 국면이 와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주식이 급락하면 현금과 채권이 버팀목이 되고, 시장이 회복되면 주식과 배당 자산이 다시 힘을 냅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런 포트폴리오는 솔직히 말해 재미가 없습니다. 단기간에 계좌가 두 배가 되는 일도 드뭅니다. 대신 시간이 갈수록 자산 곡선이 부드럽게 우상향합니다. 변동성은 줄어들고, 불안도 함께 줄어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조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구조를 깨뜨리지만, 끝까지 유지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요즘 부자들이 주식보다 먼저 챙기는 것은 종목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어떤 기업을 샀느냐보다, 왜 그 자산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합니다. 이 관점은 단기 수익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결과로 증명됩니다. 시장은 언제나 변하지만, 구조는 생각보다 오래 우리 편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다음 질문을 한 번 던져보셔도 좋겠습니다. 내 포트폴리오에는 지금 어떤 역할들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 역할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말입니다.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한 단계 다른 투자의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