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예계와 유통 뉴스를 함께 보면 단순한 화제성 이상의 변화가 분명히 보입니다. 연예인이 광고 모델로 소비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연예인 자체가 유통의 출발점이 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은 재미있는 이슈로 소비되기 쉽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꽤 중요한 신호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 유통 구조는 명확했습니다. 브랜드가 제품을 기획하고, 유통사가 채널을 깔고, 연예인은 신뢰를 빌려주는 역할이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브랜드 자산이 가장 중요했고, 연예인은 교체 가능한 마케팅 수단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연예인이나 셀럽이 먼저 트래픽과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그 위에 상품과 브랜드가 얹히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국내 팝업스토어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조 원 수준에서 2024년에는 3조 원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연예인이나 IP 기반 팝업의 경우, 일반 브랜드 팝업 대비 방문객 수는 2~3배, 구매 전환율은 최대 1.5~2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몰린다”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 매출 효율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니입니다. 제니가 착용하거나 언급한 패션·뷰티 아이템은 브랜드 공식 마케팅과 무관하게 검색량이 수십 배 증가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뷰티 업계에서는 셀럽 착용 노출 후 48시간 이내 매출의 30~50%가 집중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소비자는 브랜드 설명보다 사람의 선택을 먼저 신뢰합니다.


이 구조는 팬덤 소비에서 더욱 극명해집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굿즈, 전시형 팝업, 협업 상품은 가격 대비 실용성과 무관하게 높은 판매율을 기록해왔습니다. 실제로 BTS 관련 굿즈와 IP 사업은 소속사의 매출 구조에서 20% 이상을 차지한 해도 있었고, 음원이나 공연이 없는 기간에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연예 IP가 일회성 흥행이 아니라 반복 소비가 가능한 자산임을 보여줍니다.


이 지점에서 투자 관점이 중요해집니다. 연예인 중심 유통이 흥미로운 이유는 매출 성장 때문만이 아닙니다. 마케팅 비용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소비재 기업은 매출의 10~20%를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지만, 팬덤 기반 판매는 이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습니다. 이미 신뢰가 형성된 상태에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광고 효율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이 구조를 가장 체계적으로 사업화한 기업이 HYBE입니다. 하이브는 단순한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아티스트 IP를 중심으로 커머스와 플랫폼을 결합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하이브의 매출 구성에서 음반·음원 외 IP 기반 상품과 콘텐츠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고, 이는 변동성이 큰 연예 산업의 리스크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하이브를 단순 엔터 기업이 아니라 IP 유통 기업으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통 플랫폼 쪽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무신사는 단순히 브랜드를 모아 파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무신사는 인플루언서, 셀럽, 커뮤니티를 활용해 사람 중심의 트래픽을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무신사의 거래액 성장률은 전통 패션 유통보다 높았고, 자체 브랜드와 협업 상품의 마진율도 업계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는 브랜드 파워보다 사람 기반 큐레이션이 더 강력한 구매 동기를 만든다는 증거입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 흐름은 더 명확해집니다. SKIMS는 전통 패션 브랜드처럼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창업자 개인의 인지도와 신뢰가 곧 브랜드 자산이었습니다. SKIMS는 출시 몇 년 만에 기업가치 40억 달러 이상을 평가받았는데, 이는 제품력 이전에 ‘누가 만들었는가’가 얼마나 강력한 유통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투자 관점에서 이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핵심은 연예인 개인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특정 셀럽의 인기에 베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이미지 훼손, 트렌드 변화, 세대 교체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셀럽과 팬덤을 반복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과 시스템을 가진 기업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들은 하나의 스타가 사라져도, 다음 스타를 통해 구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예·유통 트렌드를 투자로 연결할 때는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 연예인이 얼마나 유명한가가 아니라, 이 기업이 사람 기반 트래픽을 얼마나 구조적으로 확보하고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매출 성장률보다 중요한 것은 재구매율, 팬덤 유지력, 마케팅 비용 비중입니다. 이 지표들이 안정적인 기업일수록, 연예 이슈가 단기 뉴스에 그치지 않고 실적의 바닥을 끌어올립니다.


결국 요즘 연예·유통 이슈의 본질은 가십이 아닙니다. 소비의 신뢰 축이 브랜드에서 사람으로 이동했고, 그 변화가 숫자로 확인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이 흐름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습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세대가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유통 자산은 매장도, 플랫폼도 아닙니다.

이미 신뢰를 확보한 사람, 그리고 그 신뢰를 반복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