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트라는 기업을 처음 접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합니다. “중고차 경매 회사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이 기업의 본질을 거의 건드리지 못합니다. 코파트는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 있지 않습니다. 제조도 아니고, 판매도 아니며, 브랜드 경쟁도 하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자동차 산업의 **끝단**, 정확히 말하면 사고 이후, 침수 이후, 폐기 직전의 구간을 장악한 기업입니다. 그리고 이 위치가 코파트를 매우 독특하고 강하게 만듭니다.


자동차 산업은 보통 신차 판매, 전기차 전환, 자율주행 같은 화려한 키워드로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현실의 자동차는 그렇게 깔끔하게 순환되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고, 물에 잠기고, 수리비가 차량 가치보다 커지는 순간, 그 자동차는 더 이상 ‘탈 것’이 아니라 ‘처리 대상’이 됩니다. 이때 자동차는 제조사나 딜러의 영역을 벗어나 보험사, 폐차장, 재판매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코파트는 바로 이 구간을 전문적으로 담당합니다.


이 회사의 핵심 고객은 일반 소비자가 아닙니다. 보험사, 리스 회사, 렌터카 회사, 금융사, 그리고 글로벌 중고차 바이어들이 주요 이해관계자입니다. 사고가 나서 전손 처리된 차량, 침수로 인해 수리가 불가능해진 차량, 회수된 리스 차량 등이 코파트의 플랫폼으로 들어옵니다. 코파트는 이 차량들을 직접 사서 되파는 방식이 아니라, **경매를 통해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운영합니다. 즉,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거래량이 늘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가 흥미로운 이유는 경기 민감도가 생각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판매는 경기에 크게 흔들립니다. 금리가 오르고 소비가 위축되면 신차 판매는 즉각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고는 경기에 맞춰 줄어들지 않습니다. 자연재해는 경기와 무관하게 발생하고, 오히려 기후 변화로 인해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침수차, 허리케인 피해 차량, 대형 사고 차량은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 발생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코파트로 유입되는 물량은 일정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코파트가 단순히 ‘경매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사업의 진입 장벽은 생각보다 매우 높습니다. 첫째, **부지**입니다. 코파트는 미국 전역과 여러 국가에 대규모 야적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고 차량을 수천, 수만 대 단위로 보관하고 관리하려면 넓은 토지와 지역별 인허가가 필요합니다. 이건 돈만 있다고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둘째, **법과 규제**입니다. 사고차, 전손차, 폐기 차량은 지역별로 처리 규정이 다르고, 서류 절차도 복잡합니다. 코파트는 이 복잡한 규제를 시스템으로 흡수해 왔습니다. 셋째, **데이터와 네트워크**입니다. 어떤 차량이 어떤 국가에서, 어떤 바이어에게, 어느 정도 가격에 팔릴지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야 경매가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이 데이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갖춰져야 이 사업이 성립합니다. 그래서 코파트의 경쟁자는 많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 시간, 규제 이해, 물류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사업입니다. 플랫폼 기업처럼 빠르게 확장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대신 한 번 구축되면 매우 견고합니다.


코파트의 수익 구조를 보면 이 안정성이 더 잘 드러납니다. 이 회사는 차량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거래가 발생하면 수익을 얻습니다. 차량 한 대가 500만 원에 팔리든 1,000만 원에 팔리든, 경매 수수료는 발생합니다. 오히려 중고차 가격이 상승하면 거래 금액이 커지면서 수수료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가격을 맞히는 기업이 아니라, **회전율과 물량을 관리하는 기업**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확장 방식입니다. 코파트는 모든 나라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각국의 법과 중고차 수요 구조에 맞춰 점진적으로 확장합니다. 급격한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보험사와의 관계를 먼저 만들고, 물량을 확보한 뒤, 천천히 인프라를 쌓습니다. 이 방식은 느려 보이지만, 한 번 자리 잡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기업을 바라볼 때 흔히 나오는 오해 중 하나는 “자동차 산업이 침체되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코파트는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베팅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이 회사는 자동차가 많이 팔릴수록, 많이 쓰일수록, 그리고 오래 쓰일수록 생기는 **마찰과 잔여물** 위에서 돈을 법니다. 사고, 고장, 자연재해, 금융 회수 같은 과정은 산업이 커질수록 더 많아집니다. 코파트는 이 흐름의 수혜자입니다.


이 지점에서 코파트는 앞서 다뤘던 오티스와도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오티스가 설치 이후의 시간을 장악한 기업이라면, 코파트는 사용 이후의 과정을 장악한 기업입니다. 둘 다 산업의 가장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가장 번거롭고 귀찮은 구간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진입 장벽이 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걸 만들고 파는 데에는 열광하지만, 처리하고 정리하는 일에는 관심이 적습니다. 그 틈을 코파트는 오래전부터 차지해 왔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이런 기업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혁신 스토리가 없고, 기술 트렌드의 중심에도 서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신 예측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낮고, 경쟁이 갑자기 치열해질 가능성도 낮습니다. 이 회사의 리스크는 기술 변화보다 규제와 부지, 자연재해 패턴 같은 구조적인 요소에 가깝습니다.


코파트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회사를 ‘자동차 회사’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정리와 회수의 인프라 기업**에 가깝습니다. 산업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그 이면에는 반드시 정리가 필요합니다.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복잡해집니다. 차량이 고가화될수록,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형태가 늘어날수록, 처리 과정은 더 까다로워집니다. 이 모든 변화는 코파트 같은 기업에게는 추가적인 진입 장벽이 됩니다.


이런 기업은 뉴스에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유행하는 테마에도 잘 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업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결국 눈에 들어오는 건 이런 기업들입니다. 앞단에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뒷단에서 조용히 역할을 맡은 기업의 위치는 더 단단해집니다. 코파트는 그 사실을 가장 오래, 가장 꾸준하게 증명해 온 사례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대부분은 무엇이 새로 만들어질지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코파트는 그 질문에 이미 답을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화려하지 않지만, 매우 실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