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약 30분 동안 황 CEO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자율주행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황 CEO가 하루 전인 5일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를 현장에서 공개한 직후 이뤄진 만남이어서다.
두 회사는 지난해 1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0월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는 등 관계를 두텁게 쌓아 가고 있음
특히 현대차가 송창현 전 AVP(미래플랫폼) 본부장(사장)의 사임과 테슬라의 전면자율주행(FSD) 기술의 국내 공개 뒤 불거진 ‘자율주행 기술 격차’ 논란에 대한 돌파구를 엔비디아와의 협업에서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옴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CES 개막 하루 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빠르게 협력 방향을 결정하고 우리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맞는 전략”이라고 말했음
현대차의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도 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구글 딥마인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휴머노이드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음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과의 자율주행 기술 협업은 대세가 되어 가고 있음
엔비디아의 ‘알파마요’는 벤츠의 신형 소형차 모델인 ‘CLA’에 이미 탑재돼 올해 1분기 중 미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음
GM 역시 최근 공개한 레벨2(운전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 ‘슈퍼 크루즈’를 레벨3(비상시 운전자 감독형)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개발을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음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와 우버도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레벨4(운전자 비감독형)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음
다만 현대차그룹이 속도 경쟁 측면에서 엔비디아와 협업하더라도 소프트웨어 AI 개발에 관한 연구 자체를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음
5일 사전녹화를 통해 현대차그룹 내부에 공개된 신년회 영상에서 정 회장은 “피지컬 AI와 디지털(소프트웨어) AI는 본질적으로 같다”며 “혁신의 원천은 디지털 AI이며, 자체 언어모델 연구를 통해 체화된 AI 방법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음
정의선-젠슨 황 깐부 동맹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AI칩과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종의 기술 내재화를 통한 성장 방식이다. 그렇게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탄생했다.
이에 반해 현대차와 엔비디아는 동맹을 통한 도약을 택했음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펼쳐진 생산 공장을 통해 연간 700만 대 이상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조업 강자
엔비디아는 AI 컴퓨팅 및 반도체 분야에서 적수가 없는 압도적 1위 기업
AI가 컴퓨터 모니터를 넘어 몸의 형태를 가지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현대차의 제조기술과 현장 데이터, 엔비디아의 AI칩과 플랫폼이 합쳐질 때 파괴적인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음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공동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시동을 건 상태
양 사는 국내에 AI 팩토리와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데이터센터 등을 설립할 예정
여기에 약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를 투입
사업 규모가 크고 진행도 시급한 만큼 정 회장과 황 CEO는 이번 만남에서 각 인프라의 위치와 형태, 투입 인력 등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보임
아울러 엔비디아가 전날 공개한 자율주행 AI 모델 ‘알파마요’가 양 사의 새로운 협력 주제로 떠올랐을 가능성이 제기
알파마요는 오픈소스로 공개됐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자유롭게 수정해 차량에 적용할 수 있음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알파마요 도입과 관련,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가능성은 다 있다. 조만간 전체적인 (자율주행) 전략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X(옛 트위터)에서 알파마요에 대해 “정확히 테슬라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99%까지 쉽겠지만 그 이상 정밀 기술을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경계감을 표했음
<시사점>
CES 2026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재회가 시장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른바 ‘깐부 동맹’으로 불리는 양측의 협력은 단순한 우호 관계 차원을 넘어, 자율주행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현대차가 선택한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더 이상 자동차 산업의 부가 기능에 한정할 사항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이 차량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에, 완성차 기업은 ‘제조사’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역시 테슬라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테슬라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와 자체 AI 칩, 종단간(end-to-end) 학습 구조를 앞세워 자율주행의 기준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율주행 경쟁이 단순한 자동차 기술만이 아니라, 데이터·반도체·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총력전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차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AI 컴퓨팅, 시뮬레이션, 로보틱스까지 아우르는 ‘피지컬 AI’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폐쇄적 전략보다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엔비디아 종속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현대차에게 필요했던 탓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의 접근 방식이 테슬라와 다르다는 점입니다. 테슬라가 단일 구조의 수직 통합 모델을 추구한다면, 현대차는 개방형 구조를 통해 기술 유연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도화뿐 아니라, 스마트 제조,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등 그룹 전반의 AI 전환을 가속하는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한 대의 성능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주도권을 겨냥한 포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율주행의 길은 길고 험하며, 비용 또한 막대합니다. 규제, 안전성,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변수도 여전히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순간, 완성차 기업은 단순 하드웨어 공급자로 전락할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온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깐부 동맹’은 그 자체로 해답이 아니지만 현대차가 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고립이 아닌 연대를 택했다는 점은 전략적 선택이 분명합니다. 기술 패권 경쟁의 시대, 현대차의 생존 전략은 이제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AI 동맹을 실질적 경쟁력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87669?date=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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