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닿게 됩니다. 그렇게 많은 혁신이 있었는데, 왜 결국 돈을 버는 쪽은 늘 비슷한가. 이 질문을 결제 산업에서만 던지면 답이 절반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같은 구조는 헬스케어와 교육 산업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서비스와 기술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건 항상 시스템과 인프라입니다. 오늘은 이 세 산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보는 게 더 의미 있어 보입니다.


먼저 결제 산업부터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핀테크 붐이 한창일 때 시장을 지배하던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은행은 사라질 것이고, 수수료는 없어질 것이며, 결제는 무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게 흘러왔습니다. 수수료는 사라지지 않았고, 결제는 여전히 누군가의 레일 위에서만 움직입니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로 더 정교해졌을 뿐입니다.


이 구조의 핵심에는 Visa와 Mastercard 같은 결제 인프라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고, 은행처럼 대출을 해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결제의 상당 부분이 이들의 네트워크를 통과합니다. 거래가 늘어나면 수익이 늘고, 물가가 오르면 결제 금액이 커져 자연스럽게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신용 리스크를 거의 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리스크는 은행과 가맹점이 떠안고, 인프라 기업은 정산과 승인에 대한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래서 고금리 환경에서도 이 구조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시선을 헬스케어 산업으로 옮겨보면, 똑같은 패턴이 보입니다. 헬스케어 하면 대부분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 기업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장기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쪽은 약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약과 치료가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들입니다. 병원과 보험, 정부 규제 사이에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임상과 청구를 연결하며, 의료 행위가 돈으로 정산되도록 만드는 인프라가 핵심입니다.


헬스케어는 규제가 가장 강한 산업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해도, 그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의사나 환자를 상대로 직접 경쟁하지 않고, 병원·보험사·정부가 반드시 써야 하는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료 데이터 플랫폼, 보험 청구 시스템, 임상 시험 관리 소프트웨어 같은 영역이 대표적입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한번 들어가면 바꾸기 어렵고,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수익이 쌓입니다. 결제 인프라와 거의 동일한 구조입니다.


교육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콘텐츠 산업으로 생각합니다. 강의, 플랫폼, AI 튜터 같은 것들이 주목을 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살아남는 쪽은 콘텐츠가 아니라 평가와 인증을 쥔 기업들입니다. 시험, 자격증, 인증 시스템을 장악한 기업들은 경기와 기술 변화에 상관없이 꾸준한 수요를 확보합니다. 왜냐하면 사회가 어떤 형태로 변하든, 누군가는 능력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은 교육 산업에서 역설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식을 얻는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그 지식이 ‘검증되었다’는 증명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때 힘을 갖는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시험과 평가, 자격을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기업, 정부, 학교가 모두 인정하는 평가 기준을 누가 관리하느냐가 핵심이 됩니다. 이 구조 역시 한 번 자리 잡히면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이 세 산업을 하나로 묶어보면 공통점이 분명해집니다. 첫째, 소비자에게 가장 눈에 띄는 혁신은 대부분 앞단에 있습니다. 핀테크 앱, 디지털 헬스 서비스, 온라인 강의 같은 것들입니다. 둘째, 하지만 돈이 안정적으로 쌓이는 곳은 늘 뒤쪽입니다. 결제 승인과 정산, 의료 데이터와 청구, 교육의 평가와 인증 같은 영역입니다. 셋째, 이 영역들은 공통적으로 규제와 신뢰, 그리고 전환 비용이 높습니다. 그래서 경쟁자가 쉽게 들어오지 못합니다.


시장이 자주 착각하는 부분도 여기 있습니다. 혁신은 늘 앞단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투자자와 미디어의 관심도 그쪽으로 쏠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수익은 다시 인프라 쪽으로 돌아옵니다. 핀테크 붐 이후 결제 네트워크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는 것처럼, 헬스케어에서도 플랫폼보다 시스템 기업이, 교육에서도 콘텐츠보다 평가 기업이 남습니다.


이 흐름은 고금리와 규제 강화 국면에서 더 분명해집니다. 자본이 풍부하고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 때는 실험적인 서비스가 늘어나지만, 환경이 바뀌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검증된 구조로 돌아갑니다. 이미 규제를 통과했고, 글로벌로 확장돼 있으며,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수익이 쌓이는 기업들이 다시 중심으로 옵니다.


결국 이 세 산업이 주는 메시지는 하나로 정리됩니다. 혁신은 계속 등장하지만, 시스템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서비스에 열광하지만, 돈은 인프라에 남습니다. 그래서 지금 같은 시장에서는 가장 시끄러운 기업보다, 가장 조용히 수수료를 쌓고 있는 기업을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핀테크 이후의 결제 산업, 기술 이후의 헬스케어, 디지털 전환 이후의 교육까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면, 산업이 바뀌어도 어디를 봐야 하는지는 훨씬 명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