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을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묘한 공통점이 보입니다. 특정 산업이 뜨기 시작하면, 너무 빠르게 커지고,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망가진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은 반복되고 있고, 점점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치킨집, 카페, 학원, 헬스장, 필라테스, 피부관리실까지. 업종은 다르지만 흥망의 곡선은 거의 겹칩니다. 문제는 이게 경기 탓도, 개인의 경영 능력 탓도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한국 시장 자체가 특정 산업을 빠르게 소모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건 진입 속도와 밀도입니다. 한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이미 10만 개를 넘어섰고, 인구 대비 매장 수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국민 500명당 카페 한 곳이 있는 셈입니다. 치킨집 역시 비슷합니다. 치킨 프랜차이즈와 개인 매장을 합치면 8만 개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편의점 수를 이미 넘어선 수치입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포화’라는 신호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 정도면 검증된 시장”이라는 잘못된 확신을 줍니다. 진입 장벽이 낮을수록 신규 진입은 더 빨라지고, 경쟁은 더 촘촘해집니다.


이렇게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수요의 증가율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한국의 전체 인구는 이미 감소 국면에 들어섰고, 자영업 소비의 핵심인 20~40대 인구는 연평균 1% 이상 줄고 있습니다. 소비 총량이 늘지 않는데 매장 수만 늘어나면, 한 매장이 가져갈 수 있는 평균 매출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소상공인 통계를 보면, 카페와 음식점의 월 평균 매출은 지난 5년간 거의 정체 상태인데, 점포 수는 같은 기간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습니다. 매출 파이는 그대로인데, 나눠 먹는 사람이 계속 늘어난 구조입니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임대료입니다. 서울 주요 상권 기준으로 보면, 소형 상가의 월 임대료는 최근 10년간 평균 30~50% 이상 상승했습니다. 반면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10%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매출 5천만 원을 올려도, 임대료와 인건비, 원가를 제하면 손에 남는 돈은 300만~400만 원 수준인 경우가 흔합니다. 이 구조에서 임대료가 조금만 올라가도 사업은 바로 적자로 전환됩니다. 그래서 한국 자영업의 평균 영업 지속 기간은 3~5년에 불과합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7~10년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산업의 생애주기 자체가 절반 수준입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확장 구조가 불을 붙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 모델은 가맹점 수 증가에 직결됩니다. 점포 하나의 성공보다, 100개 점포의 출점이 더 중요해지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 동일 브랜드가 반경 수백 미터 안에 여러 개 생기는 일도 흔합니다. 본사 입장에서는 로열티와 원부자재 공급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지만, 개별 점주는 내부 경쟁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폐점률은 3년 내 30%를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드는 남고, 점주는 교체되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요소는 소비자 기대치입니다. 한국 소비자는 가격에는 매우 민감하지만, 서비스와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은 글로벌 최고 수준에 가깝습니다. 커피 한 잔에 4천~5천 원을 내면서도, 빠른 응대, 깔끔한 인테리어,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동시에 기대합니다. 이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인건비와 운영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가격은 쉽게 올릴 수 없습니다. 결국 사업자는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게 됩니다. 인력 축소, 근무 시간 증가, 원가 절감. 이 과정이 누적되면 서비스 품질은 떨어지고, 소비자는 또 다른 매장으로 이동합니다. 이 이동 비용이 낮다는 점이 한국 시장의 특징입니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면, 한국에서는 산업이 성숙하기도 전에 소모 단계로 진입합니다. 해외에서는 10년에 걸쳐 일어날 경쟁과 구조조정이, 한국에서는 3~4년 안에 압축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유행은 빠르고, 피로도는 높습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산업 내에 축적되는 자산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브랜드 충성도, 기술, 데이터, 노하우가 쌓이기 전에 사업자가 교체되고, 매장이 바뀝니다. 산업은 남지 않고, ‘힘들었다’는 기억만 남습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 구조는 명확한 시사점을 줍니다. 이런 산업에서는 개별 사업자의 노력보다 구조가 수익을 허용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운영해도, 평균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경쟁자가 계속 유입되는 산업은 장기적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이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은 분명한 특징을 가집니다. 상권이 아니라 고객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단발성 소비가 아니라 반복 수요를 만들며, 가격 경쟁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꿉니다. 매장 수가 아니라 회전율과 재방문율을 관리하고, 매출이 아니라 현금 흐름을 봅니다.


한국에서 유독 빨리 망가지는 산업의 문제는 “이 업종은 안 된다”가 아닙니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뛰어드는 방식이 문제입니다. 다음으로 어떤 산업이 힘들어질지를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과잉 경쟁 구조를 피해 가는 사업 모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구조를 가진 기업은 얼마나 희소한가입니다.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한국 시장은 단순한 위험이 아니라, 오히려 선별의 기회로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