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1일 현 시점 암호화폐 핵심 이슈와 흐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2025년 암호화폐 시장을 돌아보면, 초반 전망은 하늘을 찔렀지만, 시장은 전혀 다른 길로 갔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분위기는 꽤 좋았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전망이 쏟아졌고, 보수적인 추정치조차도 사상 최고가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는데요. 하지만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2025년은 암호화폐 시장이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해로 남게 됐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10월 10일이었죠. 이른바 ‘플래시 크래시’라고 불린 그날,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찍은 직후 몇 분 만에 약 1만2천 달러, 비율로는 거의 1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단 하루 만에 190억 달러가 넘는 강제 청산이 발생했고,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는 약 5천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말 그대로 시장이 한 번에 무너진 장면이었죠.

이 폭락 이후 하락세는 쉽게 멈추지 않았습니다. 불과 6일 전 기록했던 최고가 12만6천 달러 대비 30% 이상 밀렸고, 이 흐름이 유지되면서 비트코인은 2022년 크립토 겨울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문제는 연초에 나왔던 수많은 전망들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거의 모두가 현실과 크게 어긋났죠. 장기 전망 가운데에는 2038년에 10억 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고,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70만 달러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 역시 있었습니다. 이런 초장기 시나리오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당시에는 비교적 현실적으로 보였던 목표가들조차 지금 기준에서는 과도하게 낙관적이었습니다.

특히 강한 낙관론자들의 전망은 인상적일 정도였습니다. 비트코인 기술 기업 잰쓰리의 최고경영자 샘슨 모는 2025년 말까지 비트코인이 100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법정화폐 시스템 붕괴가 촉매가 될 것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논리였습니다.

여기에 블록스트림의 창업자이자 업계에서 신뢰받는 인물로 꼽히는 애덤 백도 비슷한 시기에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ETF 자금 유입, 기관 매수, 제한된 공급이 근거였죠.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역시 50만 달러를 언급했고, 이보다 보수적인 쪽으로 분류되던 전망조차 사상 최고가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예를 들어 JP모건은 10월 초, 폭락 직전까지 연말 목표가를 16만5천 달러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통화 가치 희석에 대비하려는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폭락 이후에도 낙관론은 쉽게 꺾이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 DAT 회사 스트래티지의 회장 마이클 세일러는 10월 말에도 연말 15만 달러 수준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스트레티지는 12월 중순에도 1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며 총 보유량을 67만 개 이상으로 늘렸죠.

이 외에도 2025년 내내 수많은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반에크는 1분기 고점을 18만 달러로 봤고, 비트와이즈의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강한 상승 환경”이라며 20만 달러를 예상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가을까지도 20만에서 25만 달러 전망을 고수했고,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아서 헤이스 역시 11월까지 비슷한 범위를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을 수정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갤럭시 디지털의 최고경영자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한때 50만 달러를 이야기했던 인물이지만, 10월 들어 연말 가격을 12만에서 12만5천 달러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12월에 목표가를 2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크게 내렸죠.

결과적으로 2025년은 비트코인이 다시 한번 모두를 겸손하게 만든 해였습니다. 수학적 모델도, 차트 분석도, 확신에 찬 발언도 시장 앞에서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어떤 전망은 조금 빗나갔고, 어떤 전망은 아예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긋났습니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틀렸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그래서 2025년이 남긴 교훈은 뭐냐.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전망을 내놓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맞히는 건 정말 드문 일이죠. 그래서 비트코인은 여전히 예측의 대상이기보다, 늘 투자자들을 시험하는 존재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제 현재 시점의 비트코인 가격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중요하게 보는 가격대는 8만 달러 선입니다. 2025년 내내 비트코인은 월봉 기준으로 한 번도 8만 달러 아래에서 마감하지 않았는데요.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이 구간이 일종의 바닥 역할을 해온 셈이죠. 다만 최근 데이터들을 보면, 이 지지선 위에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먼저 미국 쪽 수급을 보면 아직 부담이 남아 있습니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라는 지표가 있는데요. 이건 미국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 간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미국 기관과 투자자들이 사고 있는지, 팔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온도계 같은 개념이죠. 이 지표가 음수면 미국 쪽에서 상대적으로 매도 압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12월 30일 기준으로 이 수치는 -0.14까지 내려왔고, 2월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이었습니다. 12월 말까지 무려 16일 연속 음수였고, 이 기간 동안 비트코인은 주봉 기준으로 9만 달러를 한 번도 넘기지 못했죠. 일부 분석가들이 '아직 바닥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인데요. 실제로 과거에도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때가 단기 저점 신호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고, 아직 그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TF 자금 흐름도 애매합니다. 12월에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두 달 연속 자금 유출이 발생했는데요. 다만 중요한 건 규모입니다. 11월 대비 유출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초 2월이나 3월에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는데, 그때는 매도 압력이 약해지면서 가격이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았죠. 즉, 아직 매도는 나오고 있지만,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장기 보유자들입니다. 온체인 데이터 기준으로 보면, 12월 말부터 장기 보유자들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습니다. 장기 보유자는 비트코인을 최소 155일 이상 들고 있는 투자자들을 말하는데요. 단기 시세에 흔들리기보다는 사이클 관점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죠.

최근 한 달 동안 약 3만3천 비트코인이 순증했고, 일부 분석에서는 약 1만 비트코인 이상이 새롭게 장기 보유 상태로 전환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기 보유자들이 매도를 멈추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번 조정 국면에서 가장 큰 매도 주체가 바로 장기 보유자였기 때문입니다. 10월 고점 이후 약 36% 조정이 나오는 동안 장기 보유자들은 100만 비트코인 이상을 시장에 내놨습니다. 2019년 이후 가장 강한 매도 압력이었고, 당시에도 그 시점이 중장기 바닥과 겹쳤다는 점은 많은 투자자들이 기억하는 부분이죠.

이번 사이클에서도 장기 보유자 매도는 세 번째였습니다. 2024년 3월 7만3천 달러 부근, 같은 해 11월 10만 달러 부근, 그리고 이번 10월 고점 이후입니다. 이 세 번 모두 사이클의 중요한 분기점이었습니다.

정리해보면, 미국 쪽 수급과 ETF 흐름만 보면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도 돌아서지 않았고, 8만 달러 아래로 한 번 더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죠. 하지만 동시에, 장기 보유자들이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는 건 분명히 시장의 하방 압력을 덜어주는 요소입니다.

결국 관건은 미국 수급이 언제 돌아서느냐입니다. 그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낙관도 비관도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 매크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 중 하나인 미국 연준과 금리 얘기인데, 연준 내부 분위기에 따르면 인플레이션만 더 내려오면 금리 인하 여지는 열려 있으나 당장 서두를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가 계속 둔화된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올해만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상황이지만, 방향 자체는 여전히 완화 쪽에 열려 있다는 뜻이죠.

다만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일부 위원들은 현재의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금리를 그대로 두는 게 낫다고 봤습니다. 특히 금리 인하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이미 단행한 조치들의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방향은 금리 인하지만, 속도는 조절하자는 쪽이죠.

실제로 연준은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고, 이로써 올해 세 번째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회의록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경우, 노동시장 반응과 함께 연준이 중립적 정책 기조로 이동한 효과를 평가할 수 있고, 물가가 2% 목표로 확실히 돌아오고 있다는 확신을 더 쌓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물가 지표만 보면 연준에 우호적인 흐름은 맞습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7%로 시장 예상치였던 3%를 밑돌았고,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도 2.6%로 예상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다만 뉴욕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는 정부 셧다운 영향으로 수치에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얘기죠.

또한 연준이 강조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정해진 경로는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위원들이 통화 정책은 미리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가는 게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경제 지표와 리스크 균형을 보면서 유연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자동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연준 내부 발언을 보면 2026년을 앞두고 가장 신경 쓰는 변수는 여전히 고용입니다. 연준 이사 크리스 월러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노동시장이 금리 인하가 더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물가보다 고용이 정책 판단의 중심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준 발언이죠.

한편 시장은 다음 1월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그대로 둘 가능성이 매우 높게 반영돼 있습니다. CME FedWatch 기준으로 금리 동결 확률은 84%에 달합니다.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이 주로 참고하는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오고 있는데, 1월에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약 86%로 보고 있고,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14% 정도로 낮게 잡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연준은 금리 인하 카드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이 더 내려온다는 전제하에서는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죠. 하지만 당장 1월에는 움직이지 않고, 이미 시행한 조치들의 효과를 확인하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시장 입장에서는 “완화 기대는 살아 있지만, 서두르면 실망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석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이슈를 논해보겠습니다. 지정학적 긴장감이 대두가 되면 암호화폐 시장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먼저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입니다. 미국이 제안했던 휴전 논의가 사실상 멈춰 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푸틴 대통령의 거주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보복을 예고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면 부인하며 “완전한 조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소식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불과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평화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가 살아났고,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도 분명 긍정적인 신호였죠. 하지만 이번 갈등 재점화로 휴전 가능성은 다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베팅 시장 데이터를 보면 분위기가 바로 드러납니다. 폴리마켓 기준으로 내년 1월 말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합의할 확률은 고작 6%에 불과합니다. 하루 만에 14%포인트나 떨어진 수치인데요. 3월까지로 범위를 넓혀도 가능성은 18% 수준에 그칩니다. 트레이더들은 사실상 “당분간 전쟁은 계속된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죠.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외에도 불안 요소가 곳곳에 있습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갈등도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해안의 항만 시설을 타격하는 육상 공격을 감행했고, 앞서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 두 척을 나포한 바도 있습니다.

이 역시 시장에서는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폴리마켓 기준으로 1월 중순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추가로 나포할 확률은 55%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양국 간 전면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은 아직 낮게 보고 있는데요. 1월 말까지 실제 무력 충돌이 벌어질 확률은 24%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완화된 변수이긴 하지만, 긴장 자체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죠.

여기에 중국과 대만 문제도 겹칩니다. 중국은 이번에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했고, 대만을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자,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무기 거래 규모는 약 110억 달러로, 대만 역사상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중동도 조용하지 않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내 목표물을 공습했고, 이에 대해 아랍에미리트는 예멘에 남아 있던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걸프 지역 동맹 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중동 리스크는 전통적으로 유가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을 주는 요인입니다.

정리해보면, 현재 지정학적 관점으로 시장을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재확대 가능성, 미·베네수엘라 갈등, 중국·대만 긴장, 중동 불안까지 동시에 겹쳐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처럼 안전자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위험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시장이 쉽게 공격적으로 돌아서기 힘든 환경이라고 주장하는데, 반대로 작은 완화 신호만 나와도 반등의 명분은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구조일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지금은 글로벌 이슈와 매크로 환경 등 다양한 이슈를 감안하면서 시장을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