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주식을 두고 “이제 고점 아니야?”라는 말이 다시 자주 들립니다. 숫자만 보면 그럴듯한 근거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무려 46개월 연속으로 식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BSI 숫자를 통해 지금 시장이 어디쯤 와 있는지,

투자자라면 어떤 신호를 체크해야 하는지 최대한 쉽게 풀어봤습니다.




요즘 장을 보면 마음이 참 분주해집니다.


차트만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데?”싶다가도,

주변에서는 “경기 너무 안 좋은 거 아니에요?”라는 말이 계속 들립니다.

이럴 때 저는 하나의 기준을 봅니다. 현장의 체온을 재는 지표, 바로 BSI(기업경기실사지수)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개념은 단순합니다.

기업들이 느끼는 다음 달 경기 분위기를 점수로 표현한 것이고, 기준선은 100입니다.

100보다 높으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다”, 100보다 낮으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날씨로 치면 맑음과 흐림을 알려주는 예보 같은 존재입니다.







기업 체감경기 46개월 연속 냉각, 숫자는 생각보다 차갑습니다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26년 1월 BSI 전망치는 95.4로 나왔습니다.

기준선 100 아래라는 건, 기업들이 다음 달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흐름이 언제부터냐면, 2022년 4월 이후 거의 4년째입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전망’에는 희망이 조금 섞일 수 있지만, ‘실적’은 그렇지 않습니다.

2025년 12월 BSI 실적치는 93.7, 이 역시 2022년 2월 이후 3년 11개월째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대도 낮고, 실제 체감은 더 낮습니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응원 소리는 큰데, 선수 몸 상태는 아직 덜 풀린 느낌에 가깝습니다.


전 업종이 다 나쁘다? 큰 틀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은 91.8, 비제조업은 98.9입니다.

둘 다 100을 넘지 못했습니다.

특히 제조업은 2024년 4월 이후 1년 10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습니다.


비제조업은 잠깐 희망을 줬습니다.

2025년 12월에 105.2까지 올라가면서 “이제 살아나는 건가?” 싶었지만,

2026년 1월에는 다시 98.9로 내려왔습니다.

반등이라기보다는 잠깐 숨을 고른 정도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업종 안으로 들어가면 온도 차는 분명합니다.

제조업에서는 의약품(125.0),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107.7)처럼 꽤 따뜻한 곳도 있고,

비금속 소재 및 제품(64.3)처럼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곳도 있습니다.


비제조업 역시 전기·가스·수도, 정보통신, 여가·숙박·외식, 도·소매 유통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전문·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처럼 위축된 업종도 눈에 띕니다.

전체로 보면 “전반적으로 흐리고, 일부 지역만 잠깐 갠 날씨”에 가깝습니다.








내수·수출·투자, 셋 다 힘이 빠진 상황입니다


이번 결과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내수 95.4, 수출 96.7, 투자 92.6입니다.

경제를 자동차에 비유하면, 내수는 엔진이고 수출은 터보, 투자는 연료인데

셋이 동시에 힘이 빠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 세 부문을 포함해 전 부문 부진이 19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일시적 둔화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회복이 온다고 해도 속도는 느리고, 체감은 더 늦게 따라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결론, 지금 한국주식은 고점일까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 지표 하나로 고점이다, 아니다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기업의 체감경기는 아직 확실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주식시장은 늘 현실보다 앞을 봅니다.

그래서 현장 온도는 낮아도 시장이 먼저 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문제는 그 선행이 너무 길어질 때입니다.

기대가 과하게 앞서 있으면, 작은 실망에도 시장은 크게 흔들립니다.


반대로 기대가 낮은 구간에서는 숫자가 조금만 좋아져도 반응이 커집니다.

저는 이런 시기를 “희망이 먼저 출근하고, 실적이 늦게 도착하는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필요한 건 대단한 예측이 아니라 체크리스트입니다.


  • 전망치 95.4가 100을 향해 꾸준히 올라오는지
  • 실적치 93.7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지
  • 투자 92.6이라는 연료가 다시 살아나는지


경제는 말보다 돈이 빠르고, 돈보다 숫자가 더 솔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확신의 한 방’을 노리기보다,

기대와 현실의 간격이 실제로 좁아지는 순간을 확인하는 사람이 더 유리한 구간이라고 봅니다.


시장은 결국, 체온이 따라올 때 가장 오래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