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미국 홀텍과 공동으로 해체 작업 중인 뉴욕주 인디안포인트 원자력 발전의 모습. 사진 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이 미국 에너지 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 포괄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소형모듈원전(SMR)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내년 미국 증시에 홀텍의 상장이 추진되는 만큼 수조 원의 자금 유입으로 양사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신규 원자력발전 건립에 750억 달러(110조 원)를 쏟아 붓기로 한 만큼 현대건설의 수주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29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내년 1분기에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에서 ‘SMR-300’ 원자로 2기에 대한 착공이 이뤄질 예정
이 사업은 홀텍이 보유한 원자력 발전 사업구역 내에 소형 원자로와 관련 시설 등을 건립하는 프로젝트
현대건설은 2021년 홀텍과 SMR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독점적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경수로 기반의 SMR 모델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2월 건설 부지를 최종 확정한 이후 지반·지질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마쳤고 표준설계 작업도 완료
최근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SMR 펀딩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돼 보조금 4억 달러(6000억 원)도 확보했음
SMR 2기는 2030년 준공될 예정이며 2031년 이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
크리스 싱 홀텍 회장은 올 초 팰리세이즈 SMR-300 프로젝트의 순항을 알리는 ‘미션 2030’ 행사에서 “홀텍과 현대건설의 체계화된 공급 역량과 세계적 수준의 프로젝트 관리를 토대로 미국 최초의 SMR-300 배치가 완벽히 실현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음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역시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지역민과 상생할 방안을 마련해 글로벌 SMR 산업의 신기원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음
현대건설은 이번 사업을 토대로 홀텍과 포괄적 협력 관계를 다지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도 강화할 방침
홀텍은 1986년 건립된 원자력 전문업체로, 원전 설계와 재료·제조 등 핵심 분야에서 1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기업
특히 글로벌 원전시장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원전해체 사업에서 미국 내 1위 업체인 만큼 시장 내 영향력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됨
홀텍이 내년 초 미국 증시에 상장을 통해 수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건설과 글로벌 사업 확대도 기대됨
미국 투자은행에 따르면 홀텍의 기업공개(IPO)는 최근 원자력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
원자로 개발업체인 오클로(80억 달러), 소형 원자로 업체인 나노 뉴클리어(15억 달러)의 기업 가치에 비교했을 때 홀텍은 100억 달러(14조 3500억 원)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
홀텍은 원자력 설계와 기술 솔루션 등에서 글로벌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유입된 자금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설 것으로 기대
이 경우 홀텍과 포괄적 협력을 맺은 현대건설이 기술, 공급망, 발전소 운영 등 협업 체계를 확고히 하고 전력 중개자 역할까지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됨
현대건설 관계자는 “양사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토대로 설계·시공·조달(EPC) 경쟁력과 사업 실행력, 관리 역량을 높였다”며 “글로벌 SMR 시장은 물론 원전해체 사업,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
현대건설은 이와 더불어 미국 내 원전 사업 전반에서도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5월 ‘원자력 산업기반 재건’을 목표로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 계획을 발표
현재 97GW 수준인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음
신규 원전 건립에만 최소 750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원전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
국내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립을 사실상 중단해 원전 생태계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한미 원전동맹’에 따라 국내 건설사의 수주 기회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
<시사점>
현대건설이 미국 원전 시장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사가 추진하는 미국 내 소형모듈원전(SMR) 2기 프로젝트가 내년 1분기 착공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단순한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 실적을 넘어, 한국 건설·원전 산업이 세계 최대 에너지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현대건설이 미국 원전 시장에서 ‘신뢰할만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의 대형 원전 건설 실패 경험(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보호신청)으로 인해 EPC(설계/조달/시공) 수행 능력을 무엇보다 중시합니다. 바라카 원전 등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축적한 현대건설이 선택받았다는 점은 한국 원전 생태계의 신뢰도가 글로벌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방증합니다.
둘째로 이번 SMR 착공은 현대건설이 미국 원전에 진출하는 전략적 교두보라는 점입니다. 대형 원전은 인허가와 금융, 정치적 변수에 크게 좌우되지만, SMR은 분산형 전원이라는 명확한 수요와 정책적 지원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참여한 SMR 프로젝트는 향후 미국 전역에 확산될 수 있는 표준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 단추를 끼운 기업이 이후 시장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선점 효과는 막대하다고 하겠습니다.
셋째로 이번 착공은 대형 원전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현대건설은 미국 내 대형 원전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에 참여하며 EPC 전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현대건설은 페르미 아메리카 대형원전 4기 기본설계 참여). SMR에서 시공 역량과 공정 관리 능력을 입증할 경우, 대형 원전 본 계약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설계 참여 → SMR 실적 → 대형 원전 EPC’로 이어지는 단계적 진입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미국 원전 사업은 NRC 인허가, 비용 초과, 공기 지연이라는 고질적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SMR 역시 아직 상업적 성공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리스크 회피가 아니라 통제 가능한 리스크을 감수하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요구받는 시대적 요구로 원전이 다시 핵심 전원으로 복귀하고 있고, 미국은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이번 미국 시장 진출은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 원전 산업이 미국 원전시장의 EPC 주체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큽니다.
미국 원전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문입니다. 현대건설은 그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안으로 한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이번 착공이 한국 건설업의 새로운 좌표가 되길 기대합니다.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572626?date=20251230
컨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