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당근마켓을 두고 나오는 평가를 보면 묘하게 한 방향으로 쏠려 있습니다. “예전만큼 안 쓰는 것 같다”, “중고거래 열기가 식었다”, “성장이 멈춘 플랫폼 아니냐”는 이야기들입니다. 실제로 주변만 둘러봐도 당근에 물건을 올리는 빈도가 줄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예전처럼 알림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체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당근마켓의 전성기는 지났다고.


그런데 이 판단은 너무 빠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당근을 떠난 것이 아니라, 당근을 쓰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 당근마켓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정체’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당근마켓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핵심은 중고거래였습니다. 동네 인증이라는 장치를 통해 거래 신뢰를 만들었고, 택배가 아닌 직거래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했습니다. 이 구조는 단순했지만 강력했습니다. 거래 비용은 낮고, 접근성은 높았고, 무엇보다 “이웃과 거래한다”는 감각이 심리적 장벽을 크게 낮췄습니다. 그 결과 당근은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늘렸고, 중고거래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단계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중고거래는 본질적으로 빈도가 높지 않은 행위입니다. 자주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이용자는 필요할 때만 앱을 엽니다. 플랫폼이 다음 단계로 가지 않으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둔화됩니다. 당근마켓도 이 지점을 정확히 인식했고, 그 다음 선택은 꽤 과감했습니다.


당근은 스스로를 ‘중고거래 앱’으로 규정하는 것을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동네 기반 로컬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동네생활, 동네 질문, 구인구직, 부동산, 지역 광고 같은 기능들이 하나둘 붙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변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산만해 보일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나 잘하지 왜 이것저것 하느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이 선택은 매우 일관된 방향입니다. 당근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중고거래’가 아니라 로컬 사용자 풀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지역에 실제로 거주하고, 반복적으로 접속하며, 생활 반경이 겹치는 이용자 집단. 이건 전국 단위 플랫폼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자산입니다. 당근은 이 자산을 거래가 아니라 생활로 확장하려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생깁니다. 사용 빈도는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사용 목적은 오히려 깊어집니다. 예전에는 “물건 팔 때만” 들어오던 앱이었다면, 이제는 동네 소식, 질문, 알바, 가게 정보처럼 일상적인 이유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런 변화는 DAU나 거래 건수 같은 단순 지표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숫자만 보면 성장 둔화처럼 보이는 착시가 발생합니다.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당근은 ‘확장 국면’이 아니라 침투 국면에 가깝습니다. 더 많은 지역으로 넓히는 대신, 이미 확보한 지역에서 얼마나 깊게 쓰이느냐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자리 잡으면 이탈률이 매우 낮아집니다. 동네 기반 서비스는 한 번 습관이 되면 다른 앱으로 옮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익화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근의 광고 모델은 대형 브랜드 중심이 아닙니다. 동네 가게, 개인 사업자, 지역 서비스가 핵심입니다. 단가가 낮아 보이지만, 반복성과 밀도가 높습니다. 전국 단위 광고보다 느리게 커질 수는 있어도, 지역 생활에 깊게 스며들수록 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집니다. 이는 쿠팡이나 배달앱과는 전혀 다른 길입니다.


그래서 당근마켓을 평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거의 성장 그래프를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는 시선입니다. 당근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갔고, 이 단계에서는 성장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더 느려 보이고, 덜 화려하고,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진짜 강력한 단계는 늘 이런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지금 당근마켓은 “성장이 끝난 플랫폼”이 아니라, 성장의 정의를 바꾼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거래량이 아니라 생활 밀도, 사용자 수가 아니라 지역 침투율을 쌓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당근은 정체로 보일 수 있지만, 이해하는 순간 오히려 꽤 단단한 구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플랫폼의 전성기는 늘 숫자가 가장 화려할 때가 아니라, 이탈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을 때 찾아옵니다. 당근마켓은 지금 그 지점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당근은 조용하지만, 가볍게 끝날 이야기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