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마지막 주를 앞두고, 올해 증시를 한 번에 정리해 볼 수 있는 시점이 왔습니다. 올해 시장은 인공지능 인프라 확산이라는 강력한 동력과, 관세·세금·무역 변수 속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은 소비 흐름이 맞물리며 인상적인 한 해를 만들었습니다.
섹터별 성과를 들여다보면 2025년 시장의 성격이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기술 중심 성장 섹터와 필수 소비, 헬스케어, 유틸리티 같은 방어 섹터 사이의 격차가 매우 컸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강하게 성장 스토리를 원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먼저 올해 시장을 이끈 핵심은 단연 인공지능이었습니다.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관련 섹터가 지수 상승의 대부분을 책임졌고, 소수 대형 기술주가 전체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단순한 기대를 넘어 실제 설비 투자와 자본 지출이 본격화되면서, 인공지능은 이야기에서 실적으로 이동한 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방어 성격의 섹터들은 상대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금리가 연중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고배당을 앞세운 유틸리티나 부동산 섹터의 매력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채권 수익률이 높은 환경에서는 굳이 주식 형태의 ‘배당 대안’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죠.
자원 관련 섹터는 연말로 갈수록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은과 같은 일부 금속 가격이 강하게 오르고, 공급 측 제약이 이어지면서 원자재 시장이 타이트해졌습니다. 에너지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비교적 견조한 성과를 냈고, 기업들은 이를 배당과 주주환원으로 연결했습니다.
섹터별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정보기술 섹터는 올해 가장 강력한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이 본격적인 투자 단계로 넘어가면서, 반도체와 클라우드 관련 기업들이 수혜의 중심에 섰습니다.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선 점이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섹터도 디지털 광고 회복과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비용 구조 개선과 자사주 매입 확대는 성장 성향 투자자들의 선호를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금융 섹터는 ‘높은 금리의 장기화’라는 환경에서 순이자마진 개선 효과를 누렸습니다. 여기에 연말로 갈수록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움직임이 되살아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산업재 섹터는 국내 제조업 회귀 흐름과 방위 산업 지출 증가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항공우주와 인프라 관련 기업들은 수주 잔고가 빠르게 늘었고, 정부 보조금과 지정학적 긴장이 수요를 떠받쳤습니다.
경기소비재 섹터는 높은 물가 부담 속에서도 여행과 레저 관련 업종이 기록적인 한 해를 보내며 전체 성과를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택 건설과 고가 소비재에는 꾸준한 부담으로 남았습니다.
소재 섹터는 연말 들어 금속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은과 금, 구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성과를 뒷받침했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산업용 금속 수요가 글로벌 건설 둔화를 일정 부분 상쇄했습니다.
필수소비재 섹터는 전형적인 방어적 성격을 유지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고급 브랜드에서 자체 상표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도, 가격 결정력을 가진 대형 식품 기업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습니다.
헬스케어 섹터는 올해 유일하게 뚜렷한 약세를 보인 영역 중 하나였습니다. 약가 규제 논의와 비만 치료제 경쟁이 변동성을 키웠고, 특허 만료와 정부 비용 절감 정책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부동산 섹터는 높은 금융 비용과 낮은 오피스 가동률이라는 이중 압박을 받았습니다. 데이터센터 같은 일부 영역은 선전했지만, 전반적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차환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유틸리티는 올해 최하위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 채권이 더 나은 위험 대비 수익을 제공하면서, 채권 대체 자산으로서의 매력은 크게 희석됐습니다.
2025년 섹터별 성과를 종합해 보면, 올해 시장은 명확하게 성장에 베팅한 해였습니다. 인공지능과 기술 중심의 서사가 자본을 끌어당겼고, 방어적 자산은 금리라는 현실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 흐름이 2026년에도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균형점이 등장할지는 이제 시장의 다음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