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증시에서 자주 언급되는 계절적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산타 랠리’입니다. 올해도 그 첫날이 열렸고, 짧은 거래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지수들은 일제히 상승하며 연중 고점을 다시 한 번 경신했습니다. 연말을 앞둔 시장 분위기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었죠.
산타 랠리란 한 해의 마지막 다섯 거래일과 새해 첫 두 거래일, 총 일곱 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 패턴은 1970년대 초 시장 분석을 통해 처음 정리되었고, 이후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관찰돼 왔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이 기간 동안 평균 1%대 중반의 상승률을 기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기, 거래량이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 매수 우위가 형성되기 쉽다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이 현상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12월은 세금 정산을 앞두고 손실 종목을 정리하는 매도 물량이 먼저 나오고,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투자자들이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한 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종목을 다시 사들이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작은 매수세만으로도 지수가 위로 밀리는 환경이 더해지면, 자연스럽게 연말 랠리가 만들어진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산타 랠리는 단순한 ‘좋은 징조’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시장에는 오래된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연말에 산타가 오지 않으면, 새해 초에는 곰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과거 데이터를 보면 산타 랠리가 나타나지 않았던 해 이후에는 다음 해 1분기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 년 가운데서도 연말 반등이 나타나지 않았던 해에는 새해 초 증시가 두 자릿수는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조정을 겪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올해 연말 흐름은 현재까지는 비교적 긍정적인 쪽에 가깝습니다. 물론 며칠의 움직임만으로 내년 전체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연초를 앞둔 시장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연말 반나절 거래일답게 전체 시장 거래량은 평소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평소 하루 거래량과 비교하면 체감상 ‘시장이 왜 열렸나’ 싶을 정도로 한산한 하루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종목들 가운데서는 눈에 띄는 움직임들이 나왔습니다.
한 바이오 기업은 대형 제약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제안 가격이 직전 거래일 종가를 크게 웃돌았고, 보유 중인 백신과 파이프라인 자산이 인수 측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또 다른 제약사는 희귀 혈액 질환을 대상으로 한 경구 치료제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해당 치료제가 최초의 경구 옵션이라는 점에서 상업적 잠재력이 부각됐고, 내년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사업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반면 반도체 업종에서는 다소 엇갈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 반도체 기업은 차세대 공정 평가가 일시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주가에 부담을 받았습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런 소식은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기 쉽습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관련 기업 가운데서는 인수합병 소식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관측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관측·모니터링 분야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중형주 지수 편입 소식에 급등한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 희귀 질환 치료제 승인으로 폭등한 바이오 기업 등 개별 이슈 중심의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우주 통신 분야에서는 대형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미 기대감이 선반영된 탓에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연말 증시는 항상 조용하면서도 묘하게 많은 신호를 남깁니다. 산타 랠리가 이어질지, 아니면 며칠간의 반짝 반등으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연말 시장이 보내는 이 작은 움직임들이 새해 초 투자 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많은 투자자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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