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욕증시를 보면 기술주가 다시 힘을 내면서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빠르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괜히 연말이 되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호재가 없어도 “이번엔 진짜 산타가 오는 거 아닐까?” 하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번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산타 랠리는 마법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일정한 조건이 맞을 때 나타나는 ‘계절성’에 가깝습니다.

조건이 잘 맞으면 바람을 타듯 올라가지만, 어긋나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도 전에 변동성이 먼저 찾아옵니다.


먼저 산타 랠리가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산타 랠리는 12월 마지막 5거래일과 1월 첫 2거래일,

총 7거래일을 의미합니다. 이 기간 동안 평균 수익률이 약 1.3% 수준이고,

상승으로 마감할 확률이 80% 안팎이라는 통계가 자주 인용됩니다.


2025년 달력으로 보면 대략 12월 24일부터 1월 초까지가 이 구간에 해당하지만,

휴장일이나 주말에 따라 실제 거래일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연말에는 거래량이 줄어들어 작은 매수에도 지수가 비교적 잘 움직이는 구간이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다시 기술주가 주목받고 있을까요?


연말 시장에서 기술주가 중심에 설 때 투자자들의 생각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가치가 지금 크게 깎이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을 결정짓는 기준이 바로 할인율, 즉 금리입니다.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 안정되면,

성장 스토리가 있는 기업들이 훨씬 유리해집니다.

그래서 기술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금리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장 스토리가 감성이라면, 금리는 철저히 계산의 영역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최근 지수 흐름도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12월 22일 기준으로 S&P500, 다우,

나스닥 모두 완만하지만 분명한 상승 흐름을 보였습니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연말 구간에서 지수가 조용히라도 위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기대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입니다.

특히 나스닥이 함께 움직일 경우 시장은 “이번에도 대형 성장주가 흐름을 이끌겠구나”라고 빠르게 판단합니다.

연말 시장은 늘 성급합니다. 산타도 바쁘기 때문이겠지요.





앞으로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은 결국 금리, 그중에서도 ‘체감 실질금리’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4.17% 수준이고,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약 2.23%입니다.

이 두 수치를 단순히 빼보면 약 1.9%대의 실질금리 감각이 나옵니다.

이 체감 수치가 내려가면 성장주는 숨통이 트이고, 반대로 올라가면 갑자기 부담이 커집니다.

같은 종목이 하루는 비싸 보였다가, 다음 날엔 갑자기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연준의 정책 메시지도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기준금리 목표 범위가 3.50%~3.75%로 제시된 상황에서는,

시장이 “당장 금리가 급격히 튀어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해석하기 쉽습니다.


레포와 역레포 같은 유동성 장치들도 금리의 바닥과 천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면 주식시장 심리도 비교적 차분하게 유지됩니다.

반대로 이 흐름이 흔들리면, 아무리 연말이라도 시장은 금세 예민해집니다.





지금 투자자들이 점검해야 할 변수는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10년물 금리의 방향입니다. 이 수치가 다시 치솟으면 기술주는 좋은 이야기가 있어도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변화입니다. 물가 기대가 오르면 금리 기대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수익률 곡선으로,장단기 금리차를 통해 시장이 경기 흐름을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넷째는 AI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입니다. 성장의 연료로 보이면 호재가 되지만, 과도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부담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연말 수급입니다. 거래가 얇은 시기에는 작은 이슈도 큰 변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말 랠리를 맞히는 데 집착하기보다,

1월 이후를 미리 들여다보는 예고편으로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말에 기술주가 강하더라도, 그 흐름이 새해까지 이어지려면 결국 금리와 물가 기대가 안정돼야 합니다.

이 균형이 흔들리면 환율과 글로벌 자금 흐름을 통해 체감이 빠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산타 랠리는 기대하되, 진짜 선물은 주가 자체가 아니라 금리와 물가 기대의 안정일 수 있습니다.

이 두 숫자가 조용하면 주식은 시끄럽게 오르고,

이 두 숫자가 요동치면 주식은 조용히 흔들립니다. 특히 연말에는 이 공식이 더 또렷하게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