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증유(未曾有)의 고지 ‘사천피’(코스피지수 4000대)를 넘은 코스피가 연말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감

  • 코스피는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주 원인으로 꼽히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복안을 내세우자 단숨에 4000선을 뚫었음

  • 한경닷컴은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 국내 증시가 올해와 같이 힘차게 달릴 수 있을지 주요 증권사 8곳에 전망과 대응전략을 물었음

  • 주요 대형 증권사 8곳의 리서치센터장 중 절반이 내년 코스피지수가 5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

  •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완화정책에 따른 유동성 공급, 인공지능(AI) 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업 실적 호조가 증시를 밀어 올릴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음

  • 다만 하반기부터는 미 Fed의 정책 방향이 전환돼 증시를 뒷받침한 'AI 버블'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리수가 증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7명 중 4명, 내년 오천피 보게 될 것

  • 22일 한경닷컴이 미래·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8명에게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를 물은 결과, 밴드를 제시한 7명 중 4명의 밴드 상단이 5000 이상

  • 가장 높은 고점을 제시한 사람은 NH투자증권의 조수홍 센터장으로 5500을 내놨음

  • 양지환 대신증권 센터장(5300),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5089),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5000)이 뒤를 이었음

  •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과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각각 4600과 4650을 제시

  • 5000선에는 미달했지만 여전히 현재(22일 종가 4105.93) 대비 12~13% 수준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추정

  • 코스피 예상밴드의 하단은 대체로 4000선을 중심으로 형성

  • NH투자증권·삼성증권·대신증권은 4000을, KB증권은 3960을 각각 제시했다. 하나증권이 3750으로 가장 낮았음

  • 강세장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전망의 근거로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유동성에 힘입은 경기 확장과 AI 투자 지속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우리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등이 꼽혔음

  • 양지환 센터장은 “내년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통화 완화 정책과 재정 확대 정책의 지속·강화가 예상된다”며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펼쳐지는 데 따라 경기 회복 기대가 가세해 글로벌 자산 인플레이션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음

반도체가 끌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민다


  • 특히 한국 주식시장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전망

  • 이진우 센터장은 “현재 메모리반도체 초호황기에 진입하는 국면”이라며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공급자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통한 수익성 위주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 공급 부족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진다는 전망

  • 이에 따라 반도체 업종 주도로 국내 상장사들의 주당순이익(EPS)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김동원 본부장은 내다봤음

  • 윤석모 센터장도 “한국 증시의 이익 모멘텀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수준”이라며 “코스피200지수 편입 종목들이 내년 영업이익 합산치는 38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 올해 대비 37%가량 상향될 것이란 추정치

  • 주가보다 실적 추정치가 더 가파르게 상향돼 밸류에이션(재무제표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완화됐다는 분석

  • 이진우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07배로, 올해 고점 대비 17.8% 하락했다”며 “절대적인 수준이 글로벌 주요국 대비 여전히 저평가 영역”이라고 분석

  • 그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 등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을 이끌 것”이라고도 기대

위험신호는 유동성 확대 제동..트럼프 불확실성도 우려

  • 다만 글로벌 유동성이 강세장 전망의 가장 중요한 축인 만큼, 유동성을 위축시킬 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주식시장이 꺾일 위험이 있다고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경고

  • 조수홍·양지환 센터장과 김동원 본부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을 경계. 조수홍 센터장은 “올 연말 소비시즌 이후 미국 소매업체들의 재고 확충 과정에서 누적된 관세 효과가 나타나 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음. 물가 불안이 커지면 미 Fed의 통화 완화 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강세장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게 됨

  • 특히 미 Fed의 통화정책 방향이 긴축 쪽으로 돌아서게 되면 'AI 버블' 붕괴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눈여겨볼 만

  • 김동원 본부장은 “과거 3번의 버블 붕괴는 모두 서로 다른 매크로(거시경제) 요인에서 시작됐지만, 공통적인 촉발 요인은 ‘추세적 긴축에 대한 공포’였다”고 말했음

  • 다만 추세적 긴축에 대한 공포가 버블 붕괴의 충분조건은 아님. 추세적 긴축에 더해 경기 둔화까지 나타나야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고 김 본부장은 내다봤음

  • 그는 “대부분의 경우 버블 붕괴는 경기 사이클이 꺾이는 시점과 거의 동시에 나타나거나, 경기 사이클의 정점이 버블 붕괴보다 2~3개 분기 먼저 나타났다”고 전했음

  • 현재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건 AI 투자.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AI 투자가 주춤하면 경기가 꺾일 수 있음. 황승택 센터장은 이를 우려. 그는 “회사채 발행 등 막대한 자금 조달로 과잉투자한 테크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높아진 데 따른 주가 급락으로 강세장이 종료될 수 있다”고 말했음

  • 반면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과거 사례에 빗대 AI 버블 위험을 평가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 그는 “AI 생태계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

  • 이어 “버블론보다는 수익성 이슈로 각도를 다르게 해서 접근하는 해야 한다”며 “앞으로 괜찮은 수익 모델을 입증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

  •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음. 유종우 센터장은 “내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재차 고조될 수 있다”며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부의 적 만들기에 집중하는 정책적 무리수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

  • 미 Fed를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동성 확대 종용이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우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 Fed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하게 되면 미국 국채를 팔아치울 수 있다는 것. 미 국채 매도가 늘어 가격이 하락하면 금리는 상승하게 됨

  • 양지환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하는 차기 Fed 의장이 정치적 중립 우려를 벗어나지 못하면 채권시장에서 미국을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

2026년 미국 증시 전망


  • 2026년 미국 증시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낙관론이 압도적

  • 내년에도 4년 연속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입

  • 다만 상승폭에 대해선 하우스별로 전망이 크게 갈림

  •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말 7100, JP모건 7500, 골드만삭스 7600, 도이치방크 8000, 오펜하이머는 8100을 내다보고 있음

  • 1) AI라는 테마와 기대감만으로 상승하던 초기 단계는 이제 끝나고, 투자자들은 AI로 인해 어떤 기업이 실제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구조적으로 수혜를 볼 것인지를 가리는 종목 선별이 핵심인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 근 몇 년 간 상승장을 이끌어왔던 '매그니피선트 세븐(Mag 7)'의 주도권이 내년엔 약해질 수 있다는 게 월가의 공통된 전망

  • 2) 내년 Fed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보다 고용 둔화를 막고 성장을 지원하는 한층 비둘기파적인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2.8%로 예상. 블룸버그 컨센서스인 2.5%를 상회. 관세 부담 감소, 감세, 완화적인 금융 여건이 결합해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결론

  • 3) 윌슨 골드만삭스 총괄은 원자재 상승장 속에서도 특히 구리에 대해 강세를 전망. 전력망, 냉각 인프라 등 AI 투자 확대에 따라 구리가 단순 경기 민감 원자재를 넘어 AI 인프라 필수 자원으로 재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 4) 달러의 구조적 약세, 강세장 3년차를 마무리하는 미국 증시의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미국 외 지역으로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내년 투자의 필수 테마

  • 5) 월가에서 분산 투자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지역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한국, 중국, 일본, 유럽

<시사점>

2026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국 중심’의 연장선이 될 것인가요, 아니면 자본 흐름의 방향이 달라지는 전환점이 될 것인가요.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답은 점차 후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여전히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이지만, 그 그림자는 길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을 포함한 비미국 시장(유럽, 중국, 일본)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2026년에도 상승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기술 혁신, 견조한 기업 이익 증가, 그리고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시장의 하방을 지지합니다. 다수 글로벌 IB들은 S&P500의 한 자릿수 후반에서 두 자릿수 초반의 상승 여력(7100~8100)을 점치고 있습니다. 다만 변수도 분명합니다. 장기간 이어진 강세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재정적자 확대와 정치적 불확실성, 금리 경로에 대한 불안은 미국 증시의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지만 비싸진 시장’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입니다.

이 지점에서 글로벌 자금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미국 밖으로 향합니다. 유럽, 일본, 신흥국 가운데서도 한국 증시는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전한 국내 주요 증권사 8곳의 2026년 전망을 보면, 코스피 5000선 진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단순한 낙관론이라기보다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회복,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논의, 그리고 미국 대비 현저히 낮은 밸류에이션이 근거로 제시됩니다.

글로벌 리밸런싱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증시는 ‘조건부 유망지’에 가깝습니다. 미국 주식의 비중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은 점진적인 분산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실적 가시성이 있으며, 통화·재정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한 시장은 자연스러운 대안이 됩니다. 한국은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지만, 그만큼 개선 여지가 크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투자 논리가 됩니다.

물론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 증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변동성 역시 상존합니다. 미국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을 경우 한국이 독자적으로 선전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2026년은 분명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은 여전히 강하지만, 더 이상 ‘싸지 않은 시장’이 됐습니다. 반면 한국 증시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으나, 변화가 현실로 이어질 경우 보상의 크기가 커질 수 있는 시장입니다. 2026년 주식시장은 미국의 성적표만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어디로 재배치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그 시험대 위에서 한국 증시가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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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227948?cds=news_media_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