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이번 주 내내 반복되고 있는 패턴과 다시 맞붙고 있습니다. 가격이 밤사이 8만 9천 달러 위로 반등하긴 했지만, 미국 장이 열리면 어김없이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상승이 막히는 모습입니다. 이번 주 들어 거의 모든 반등이 9만 달러 부근에서 멈췄다는 점이 눈에 띄죠.
목요일 미국 장 후반에는 비트코인이 한때 8만 5천 달러 아래로 밀렸습니다. 그런데 미국 증시가 마감된 뒤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금요일 아침에는 8만 9천 달러를 회복했어요. 문제는 이 가격대가 이번 주 내내 ‘천장’ 역할을 해왔다는 점입니다. 어떤 때는 몇 분 만에, 어떤 때는 몇 시간에 걸쳐 다시 눌리는 장면이 반복됐죠.
현재 비트코인은 연휴를 앞둔 분위기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격은 8만 8천 달러대 중반에서 거래 중이며, 24시간 기준으로는 소폭 상승한 수준입니다. 방향성이 분명하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알트코인 쪽은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이더리움은 3천 달러 바로 아래까지 반등하며 하루 기준 약 1% 상승했고, 솔라나와 수이 같은 종목들은 전날 저점 대비 5% 이상 반등하면서 단기 탄력이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흐름에는 미국 증시 강세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나스닥이 약 1% 오르면서 인공지능 관련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반등했는데요. 엔비디아, 오라클, AMD 같은 종목들이 3~6%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숨통을 틔워줬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코인 관련 주식에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이더리움을 재무 자산으로 보유한 비트마인은 약 8% 상승했고, 갤럭시 디지털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도 각각 3% 안팎의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진 스트래티지 역시 3% 넘게 반등했는데,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 가치 대비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mNAV는 1.09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아직 과열이라고 보기는 애매하지만, 다시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는 점은 체크할 만합니다.
한편 비트디지털은 별도의 호재로 크게 움직였습니다. 자회사 화이트파이버가 10년짜리, 4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코로케이션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계약 규모는 약 8억 6천5백만 달러로 꽤 큽니다. 비트디지털이 화이트파이버 지분을 약 70% 보유하고 있어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비트디지털 주가는 하루에만 10% 이상 급등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시장은 위험 선호가 완전히 돌아왔다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미국 증시 반등을 배경으로 코인과 관련 자산들이 동반 반등을 시도하는 국면입니다. 다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9만 달러라는 명확한 저항선 앞에서 막히고 있고, 이 구간을 깔끔하게 넘지 못하면 다시 한 번 조정 압력이 나올 가능성도 열어두는 게 현실적이겠죠. 이런 때일수록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가격이 실제로 어디까지 ‘확인’해 주는지를 차분히 지켜보는 쪽이 좋아 보입니다.
온체인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이미 암호화폐 약세장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크립토퀀트의 핵심 논리는 단순합니다. 비트코인 수요가 눈에 띄게 식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수요 증가가 명확히 둔화되면서 시장이 약세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판단했습니다. 2023년 이후 세 차례의 큰 현물 수요 파동이 있었는데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출시, 미국 대선 결과, 그리고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쌓아두는 기업들의 투자 붐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10월 초 이후에는 수요 증가가 장기 추세 아래로 떨어졌다고 분석합니다.
이 말은 이번 사이클에서 새롭게 유입될 수요가 이미 상당 부분 소화됐다는 뜻이고, 비트코인 가격을 떠받치던 중요한 버팀목이 약해졌다는 의미죠. 이런 환경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은 향후 몇 달 동안 7만 달러 선까지 내려갈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만약 하락 흐름이 계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5만 6천 달러 수준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는 게 크립토퀀트의 시나리오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이번 약세장을 “비교적 얕은 약세장”으로 보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의 약세장 저점은 ‘실현가격’과 맞물려 왔는데, 현재 실현가격이 약 5만 6천 달러 수준이라는 겁니다. 최근 사상 최고가 대비로 계산하면 약 55% 하락인데, 이는 과거 사례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가장 작은 폭의 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중간 지지선으로는 7만 달러 부근을 지목했습니다.
시점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인 언급이 나왔습니다. 크립토퀀트 리서치 책임자인 훌리오 모레노(Julio Moreno)는 7만 달러까지의 조정은 3~6개월 안에 나타날 수 있고, 5만 6천 달러 시나리오는 2026년 하반기쯤의 장기 가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번 약세장이 사실상 11월 중순쯤 시작됐다고 보고 있는데, 10월 10일에 발생했던 사상 최대 규모의 강제 청산 이후 수요 약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데이터도 제시됩니다. 2025년 4분기에 들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들이 순매도자로 돌아섰고, 보유 물량이 약 2만 4천 BTC 줄어들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에 ETF들이 강력한 순매수 주체였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죠. 또한 100~1,000 BTC를 보유한 주소 수 증가도 추세에 못 미치고 있는데, 이 구간에는 ETF나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크립토퀀트는 이 모습이 2022년 약세장 직전인 2021년 말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위험 선호가 식고 있다는 신호가 나옵니다. 무기한 선물 시장의 펀딩비율을 365일 이동평균으로 보면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이런 현상은 강세장보다는 약세장 국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더해 비트코인 가격이 365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온 점도, 기술적으로는 강세와 약세를 가르는 경계선을 넘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크립토퀀트는 또 하나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비트코인의 4년 주기를 결정짓는 것은 반감기가 아니라 수요 사이클이라는 주장입니다. 수요가 팽창할 때 강세장이 오고, 수요 증가가 꺾이면 공급 구조와 상관없이 약세장이 뒤따른다는 거죠.
다만 이 전망이 시장의 유일한 시각은 아닙니다. 씨티그룹(Citigroup)은 향후 12개월 기준 기본 시나리오로 14만 3천 달러를 제시했고, 강세 시나리오는 18만 9천 달러까지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7만 달러를 핵심 지지선으로 보면서, 약세 시에는 7만 8천 달러 수준까지의 조정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는 최근 2026년 목표가를 15만 달러로 낮추며 다소 신중해졌고, JP모건(JPMorgan)은 금과의 변동성 비교를 근거로 향후 6~12개월 내 17만 달러 상승 시나리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비트와이즈(Bitwise)는 2026년에 새로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죠.
정리하면, 지금 시장은 명확히 한 방향으로 합의된 상태는 아닙니다. 크립토퀀트처럼 수요 둔화를 근거로 이미 약세장에 들어섰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중장기 강세를 여전히 믿는 기관들도 공존합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어느 한쪽 전망에 베팅하기보다, 실제 수요 데이터와 가격이 어떤 수준을 지켜주는지를 차분히 확인하는 접근이 더 현실적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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