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합작 법인 계약 이후 오라클 주가가 급등한 이유를 단순히

“AI 기대감 때문”이라고만 보면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번 흐름의 진짜 주인공은 화려한 키워드가 아니라 계약서,

그리고 그 계약이 만들어내는 숫자 구조입니다.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요즘 시장은 ‘AI’라는 단어에 금세 설렙니다.


하지만 주가를 실제로 움직이는 건 멋진 슬로건이 아니라,

도장 찍힌 계약서 한 장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번 오라클을 보면서 그 사실이 다시 또렷해졌습니다.


이번 스토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초대형 고객이 붙는 순간, 서버는 돈을 찍기 시작한다.

다만 그 전에, 서버를 깔기 위해 엄청난 돈을 먼저 써야 한다는 반전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지금 오라클은 기대와 부담이 한 화면에 겹쳐 보이는 구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틱톡 합작 법인, 트래픽이 곧 매출이 되는 구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이슈는 역시 틱톡 합작 법인입니다.

알려진 구조를 보면 투자자 컨소시엄이 새 법인 지분의 80.1%,

ByteDance가 19.9%를 보유하는 형태이고, 클로징 목표 시점은 2026년 1월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지분율이 아닙니다.

그 어마어마한 트래픽과 데이터가 어디 서버에서 돌아가느냐입니다.


미국 이용자만 1억 7천만 명이 넘는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뒤에서 받쳐주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는 필수입니다.

사용자가 스크롤을 한 번 더 내릴 때마다, 서버는 더 바쁘게 움직이고 전기도 더 먹습니다.

그만큼 클라우드 매출이 커질 여지도 생깁니다.


말 그대로 스크롤이 매출로 바뀌는 구조입니다.

물론 전기요금 고지서도 같이 커진다는 점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161억 달러 매출보다 더 무서운 숫자, 5,230억 달러


최근 분기(FY26 2분기) 매출은 161억 달러, 전년 대비 14% 성장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클라우드 쪽입니다.


  • 클라우드(IaaS+SaaS): 80억 달러, +34%
  • OCI(인프라 클라우드): 41억 달러, +68%





SaaS 전체도 두 자릿수 성장


이익 지표도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다만 EPS에는 Ampere 지분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가 왜 좋아 보이는지”를 한 번 더 나눠서 보는 게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진짜 크게 반응한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RPO, 즉 남아 있는 계약 잔고입니다.


이번 분기 RPO는 무려 5,230억 달러, 전년 대비 438% 증가했습니다.

분기 중에만 680억 달러가 추가됐습니다. 말 그대로 계약서 더미가 두꺼워졌다는 뜻입니다.


이건 “앞으로 매출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예약 주문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중요한 건 ‘다음 분기의 속도’입니다


투자자들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이 계약들이 얼마나 빨리 실제 매출로 찍히느냐입니다.





회사가 제시한 다음 분기 전망은 꽤 공격적입니다.


  •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 37~41%
  • 전체 매출 성장률: 16~18%
  • 비GAAP EPS도 두 자릿수 성장 전망


연간 매출 가이던스는 67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고, 다음 회계연도에는 추가 성장 여지도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성장한다”가 아닙니다.

계약이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입니다.


서버 증설이 늦어지면, 아무리 좋은 계약도 잠시 대기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프라 투자 속도가 앞으로 주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차트로 보면, 188달러는 바닥이고 208달러는 시험대


차트를 간단히 보겠습니다.

최근 가격은 190달러 초반대에서 움직였고, 거래량도 꽤 뜨거웠습니다.


  • 50일선: 약 188달러
  • 200일선: 약 208달러


정리하면,

188달러 부근은 단기 심리가 지켜지는 자리이고,

208달러는 중기 흐름이 살아나는지 판단하는 문턱입니다.


다만 이 종목은 차트보다 뉴스 한 줄이 더 무서운 경우가 많습니다.

차트는 지도이고, 뉴스는 날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월가 목표주가가 갈리는 이유


월가 목표주가는 정말 폭이 넓습니다.

175달러대부터 400달러까지 제각각입니다.


이 간극이 말해주는 건 단순합니다.

한쪽은 “AI 인프라 수요는 진짜다”라고 보고,

다른 한쪽은 “그래도 투자비가 너무 크다”고 봅니다.


같은 숫자를 놓고도 누군가는 성장주로,

누군가는 현금흐름 숙제가 많은 기업으로 보는 겁니다.




정리하면, 지금 오라클을 보는 관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지금 오라클은 엔진은 강력한데, 연비는 나쁜 구간에 있습니다.


최근 분기 설비투자는 120억 달러,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입니다.

클라우드 시대의 성장은 공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전기요금으로 결제합니다.


다만 금리가 내려가는 환경에서는

“지금 투자하고, 나중에 회수한다”는 이야기가 다시 힘을 얻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볼 때는 단기 주가보다


  • OCI 성장 속도가 유지되는지
  • 5,230억 달러 RPO가 얼마나 빠르게 매출로 바뀌는지
  • 잉여현금흐름이 언제 플러스로 돌아서는지


이 세 가지만 분기마다 차분히 확인하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저는 이 회사를 말이 아니라 계약으로 판단하려 합니다.

계약은 이미 쌓였고, 이제 남은 건 그 계약을 소화할 서버를 제때 깔아주는 일입니다.


투자는 확신을 사는 게 아니라,

검증 가능한 과정을 함께 걷는 일이라는 걸 이번 흐름이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