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시장에서 존슨앤드존슨이라는 이름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AI, 반도체, 플랫폼 기업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섹터에 쏠려 있고, 헬스케어 대형주는 자연스럽게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변동성이 커질수록, 화려한 성장 스토리보다 기업의 본질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존슨앤드존슨은 오히려 다시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기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존슨앤드존슨을 생활용품이나 소비재 이미지로 기억합니다. 밴드, 베이비 파우더, 각종 헬스용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회사의 모습은 이미 크게 달라졌습니다. 소비재 부문을 분사해 켄뷰로 독립시키면서, 존슨앤드존슨은 의료기기와 제약이라는 두 개의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성장성이 줄어든 것처럼 보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의 성격 자체를 바꾼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존슨앤드존슨은 매출 규모부터가 다른 기업입니다. 최근 연간 매출은 약 880억 달러 수준으로,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00조 원을 훌쩍 넘는 규모입니다. 이 정도 매출을 매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경쟁력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매출이 경기 상황이나 소비 심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의료와 제약은 필수 영역이고, 이는 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현금을 만들어내고 있는지입니다. 존슨앤드존슨은 매년 영업활동을 통해 약 240억 달러 내외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회계상 이익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 안으로 들어오는 돈의 규모입니다. 여기에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을 모두 감안하고도 남는 자유 현금흐름이 연간 200억 달러 안팎에 이릅니다. 한국 돈으로 치면 매년 20조 원이 넘는 현금이 남는 구조입니다.
이 정도 현금 창출 능력은 단순히 “안정적이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회사는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지 않고도 배당을 지급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며, 동시에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존슨앤드존슨은 매년 100억 달러가 넘는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수십 년간 배당을 끊임없이 늘려온 대표적인 배당 성장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는 경영진이 현금흐름과 사업의 지속성에 얼마나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사업 구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왜 이런 현금이 가능한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약 부문에서 존슨앤드존슨은 단기 유행을 타는 치료제가 아니라, 만성 질환이나 중증 질환을 다루는 약들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습니다. 이런 약들은 한 번 시장에 안착하면 처방이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매출이 갑자기 튀거나 급락하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입니다.
의료기기 부문 역시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형외과, 수술 장비, 의료용 기기 시장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병원과의 관계, 의료진의 숙련도, 교육과 유지보수까지 포함된 생태계 경쟁입니다. 존슨앤드존슨은 이 생태계 안에서 오랜 시간 표준에 가까운 위치를 지켜왔고, 이는 단기간에 흔들리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외형 성장이 크지 않더라도 이익과 현금이 꾸준히 남습니다.
과거 이 기업을 둘러싼 소송 이슈는 분명 투자자들에게 부담이었습니다. 실제로 주가가 장기간 눌려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리스크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알려졌고,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존슨앤드존슨은 새로운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기업이라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리스크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옮긴 기업에 가깝습니다. 예측 불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점 자체가 투자 환경에서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존슨앤드존슨은 애매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성장주도 아니고, 위기 기업도 아닙니다. 화려한 스토리는 없고, 숫자는 차분합니다. 이런 기업은 강세장에서는 소외되기 쉽지만, 변동성이 커질수록 다시 평가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이 다시 안정과 지속성을 중요하게 보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선택되는 유형이기도 합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존슨앤드존슨을 바라볼 때 핵심은 기대치입니다. 이 기업에 대해 시장은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이는 단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기대가 낮으면 실망도 제한적이고, 반대로 작은 개선만으로도 평가는 빠르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금리, 경기, 지정학적 변수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은 환경에서는 이런 안정성이 오히려 프리미엄이 됩니다.
지금 존슨앤드존슨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는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시장에서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잡아주는 자산으로서 이 기업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매년 수십조 원의 현금을 만들어내고, 쉽게 대체되지 않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다음 국면을 준비할 체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시장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옵니다. 누가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지, 누가 위기를 버틸 수 있는지, 누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 그 질문에 가장 꾸준하게 답해온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존슨앤드존슨입니다. 이런 기업은 늘 조용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다시 한 번 방향을 잃을 때, 가장 먼저 다시 떠올려지는 이름이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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