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투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대한전선 주가를 어떻게 봐야 할지 숫자와 흐름 중심으로 정리해봤습니다.
1,839억 원 규모의 수주, 4,972억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
그리고 실적 전망과 차트 흐름까지 하나씩 풀어보면 지금 주가가 어디쯤 와 있는지도 조금 더 또렷해집니다.
전기를 더 쓰는 세상, 결국 길이 필요합니다.
AI 데이터센터는 늘고, 전기차는 더 많아지고, 재생에너지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전기를 더 멀리, 더 안정적으로 보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입니다.
도로에 차가 많아지면 고속도로를 넓혀야 하듯, 전기도 송전·배전망이 함께 커져야 시스템이 돌아갑니다.
전력망 투자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바뀌는 이유입니다.
“케이블만 잘 만들면 된다”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요즘 전선 산업의 핵심 포인트는 명확합니다.
예전에는 케이블 품질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풀 턴키입니다.
설계부터 생산, 시공, 시험까지 한 번에 맡아 “열쇠만 돌리면 바로 쓰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관리해야 할 업체가 줄고, 일정과 품질을 한 번에 잡을 수 있어 효율이 좋아집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방식에 강한 기업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카타르 수주와 대규모 투자, 의미는 따로 있습니다.
이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카타르 계약입니다.
400kV·220kV급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하는 규모가 1,839억 원,
기간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로 길게 이어집니다.
이 계약의 포인트는 “한 번에 끝나는 매출”이 아니라,
몇 년간 이어지는 안정적인 파이프라인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회사는 해저케이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4,972억 원이라는 큰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목표는 2027년 말까지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이고,
HVDC(고압 직류)와 HVAC(고압 교류) 모두를 커버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베트남 생산기지입니다.
약 750억 원을 투자해 400kV 초고압 케이블 공장을 세우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지 생산은 단순히 공장 하나 늘리는 게 아니라, 운송비·납기·원가 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중장기 의미가 큽니다.
정리하면, 지금 대한전선은 수주만 늘린 게 아니라, 그 물량을 소화할 그릇 자체를 키우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게 시장에서 스토리로 작동하는 이유입니다.
매출은 성장 중, 관건은 ‘이익의 표정’
2025년 3분기 기준 매출은 8,550억 원, 영업이익은 295억 원입니다.
누적 매출은 이미 2조 6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몸집은 확실히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전선 산업은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 프로젝트 구성에 따라 이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많이 팔아도 남는 게 기대보다 적을 수 있는 업종이죠.
그래서 시장은 매출 성장보다 이익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따라오는지를 더 집요하게 봅니다.
이럴 때 참고할 만한 지표가 수주잔고입니다. 이미 계약돼 있어 앞으로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물량인데,
3분기 말 기준 3조 4천억 원 수준으로 꽤 두툼합니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211억 원 정도로, 급격한 폭증보다는 완만한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지점에서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수주 많다”는 말에 집중하다가, 이익이 언제 찍히는지를 놓치는 것 말이죠.
주가 흐름, 장기는 우상향·단기는 숨 고르기
현재 주가는 24,400원 수준입니다.
1년 기준으로는 두 배 넘게 올랐고, 최근 한 달은 조정을 받았다가 다시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딱 “많이 오른 뒤 한 번 쉬고 다시 걷는” 그림에 가깝습니다.
이동평균선을 보면 단기선이 중기선 위에 있고 전체 배열도 나쁘지 않습니다.
평균 가격 자체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RSI는 74 수준으로 단기 과열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추격 매수보다, 눌림이 왔을 때 훨씬 마음이 편해집니다.
중요한 건 정확한 가격을 맞히는 게 아니라, 시장이 어디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지를 보는 겁니다.
목표주가 범위가 넓다는 것의 의미
증권가 평균 목표가는 2만5천 원대, 범위는 1만9천 원부터 3만 원까지 꽤 넓습니다.
이건 전망이 엉망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직 하나의 이야기로 완전히 합의되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낙관 쪽은 해저·초고압 중심의 구조적 성장과 대규모 투자가 미래 실적으로 이어질 걸 기대하고,
보수 쪽은 원가 부담과 투자비, 프로젝트 인식 지연을 더 크게 봅니다.
같은 숫자를 보고도 해석이 갈리는 구간인 셈입니다.
정리하면
전력망 투자는 경기 따라 흔들리는 소비가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투자에 가깝습니다.
큰 방향에서는 대한전선에게 우호적인 환경입니다.
다만 공장을 짓고, 해외 거점을 늘리고,
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비용이 먼저 나가고 성과는 나중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스토리만큼이나 이익의 속도와 안정성이 주가 체력을 결정하게 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추세는 긍정적이지만, 단기 과열 신호는 무시하지 말자.”
앞으로 전기를 더 많이 쓰는 세상이라면, 전기를 보낼 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길을 까는 산업은 화려하진 않지만, 한 번 사이클이 오면 오래갑니다.
다만 그 과정이 느릴 수 있다는 점만 기억한다면, 훨씬 덜 흔들리면서 볼 수 있는 종목입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