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에서 자주 생기는 착시가 하나 있습니다. 성장률이 높은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성장률이 낮은 기업은 ‘재미없는 기업’이라는 프레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성장률이 낮은데도 밸류에이션이 잘 버티는 기업이 있고, 성장률이 높아 보이는데도 어느 순간 크게 꺾이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건 제품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그리고 오토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달러 제너럴 같은 기업들은 구조라는 단어로 이해할 때 제일 명확해집니다.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수요가 만들어지는 출발점이 ‘욕망’이 아니라 ‘필요’라는 데 있습니다. 욕망 기반 소비는 경기와 심리에 흔들립니다. 갖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은 먼저 미뤄질 수 있습니다. 반면 필요 기반 소비는 미루는 순간 생활이 불편해지고, 시스템이 멈춥니다. 차가 고장 나면 출근이 막히고, 쓰레기가 쌓이면 도시가 멈추고, 생필품을 못 사면 일상이 무너집니다. 이 차이가 기업의 매출 안정성만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능력과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까지 결정합니다.


오토존부터 더 깊게 보면, 오토존은 자동차 부품을 파는 유통업체지만 사실상 수요의 엔진은 ‘자동차의 노후화’입니다. 자동차 평균 연령이 올라간다는 건, 단순히 부품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수리라는 행동의 빈도 자체가 올라가고, 수리의 긴급성이 높아지고,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비교를 할 여유”가 줄어듭니다. 이 지점에서 유통업체의 경제학이 바뀝니다. 대부분의 리테일은 소비자가 비교할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격 경쟁이 격해지고 마진이 깎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부품은 많은 경우 비교하기 전에 ‘오늘 해결’이 먼저입니다. 당장 차가 서 있거나, 안전과 연결된 부품이면 더 그렇습니다. 이건 단순히 소비자 성향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비용이 가격보다 비싸지는 순간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오토존은 바로 그 순간을 비즈니스로 잡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투자 포인트는, 오토존 같은 기업은 기술 기업처럼 큰 혁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운영 역량이 누적될수록 경쟁력이 강해진다는 점입니다. 매장 네트워크, 재고 배치, 공급망, 물류의 촘촘함이 곧 상품이 됩니다. 사람들은 부품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필요한 부품이 내 근처에 있느냐”를 선택합니다. 그러면 매장 밀도와 재고 회전이 곧 해자 역할을 합니다. 신규 경쟁자는 같은 품목을 팔 수는 있어도, 같은 속도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오토존의 진짜 방어력입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에서는 아주 작은 서비스 품질 차이가 반복 구매로 연결됩니다. 자동차는 한 번 고치면 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또 고칩니다. 리텐션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산업입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제도형 해자’를 갖고 있습니다. 쓰레기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누가 경쟁자인가”를 먼저 바꿔야 합니다. 보통은 다른 기업이 경쟁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산업의 진짜 경쟁자는 ‘신규 진입’입니다. 그리고 신규 진입이 거의 막혀 있습니다. 쓰레기 처리 인프라는 님비 현상, 환경 규제, 부지 확보, 인허가의 복합체입니다. 이 복합체는 시간을 먹는 장벽이고, 정치적 장벽이며, 사회적 장벽입니다. 즉 돈만으로 뚫기 어렵습니다. 이 말은 곧 기존 사업자에게 장기적인 가격 결정력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를 “쓰레기 치우는 회사”로만 보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규제가 만든 지역 단위의 독점적 권리 묶음”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런 사업은 성장의 방식이 독특하다는 겁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갑자기 매출을 두 배로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매년 매년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비용을 조금씩 줄이고, 처리 효율을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누적시킵니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이 ‘조금씩’이 강력해집니다. 왜냐하면 성장주가 흔들릴 때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큰 스토리가 아니라, 앞으로 3년 동안의 현금흐름이 크게 틀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기 때문입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이 확신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에 서 있습니다.


달러 제너럴은 또 다른 종류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달러 제너럴은 경기 방어주로 자주 묶이지만, 사실 더 정확히는 ‘소득 스트레스의 바로미터’입니다. 사람들이 지갑이 얇아질 때 가장 먼저 바뀌는 건 사치가 아니라 동선입니다. 마트에 가는 횟수가 줄고, 대형 매장에 가는 시간이 줄고, 집 근처에서 가장 빠르게 살 수 있는 채널이 강화됩니다. 달러 제너럴은 이 동선 변화에 최적화된 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매장은 크지 않지만 촘촘합니다. 이 촘촘함이 단순히 접근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고객의 삶의 리듬에 들어가게 만듭니다. 그리고 고객의 리듬에 들어간 채널은 생각보다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러 제너럴을 깊게 볼 때는 오토존이나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보다 훨씬 냉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구조적으로 방어력이 있지만, 운영 실패가 성과에 바로 드러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생필품 리테일은 박리다매에 가까운 모델이고, 매장 운영과 재고 관리가 흔들리면 바로 마진이 깨집니다. 임금 상승, 도난, 물류비 상승 같은 변수에 민감합니다. 이 말은 곧 “사업 구조가 좋다”와 “경영이 잘한다”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달러 제너럴은 구조는 탄탄하지만, 실행력이 흔들리면 시장에서 빠르게 벌점을 받습니다.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제너럴을 볼 때 거창한 매출 성장보다 재고 회전, 매장당 생산성, 점포 운영의 정상화 같은 지표가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이 회사는 스토리로 오르는 주식이 아니라, 운영이 회복될 때 재평가되는 주식에 더 가깝습니다.


이제 세 기업을 한 줄로 묶어서 투자자 관점에서 더 깊게 해석해보면, 결국 이들은 모두 “가격을 올릴 수 있는가”와 “올린 가격이 이탈로 이어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다르게 통과하는 회사들입니다. 오토존은 긴급성으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규제로, 달러 제너럴은 동선과 습관으로 그 질문을 통과합니다. 그리고 이 통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어주처럼 보이더라도 리스크의 종류가 다릅니다. 오토존은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라는 장기 변수,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규제 환경과 자본집약적 설비의 효율성, 달러 제너럴은 운영의 완성도와 저소득층 소비의 압력이라는 리스크를 각각 안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이런 기업들을 평가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성장률만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성장률이 폭발하지 않아도 주주 수익률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압니다. 특히 오토존 같은 사례는 외형 성장이 크지 않아도 주당 가치가 꾸준히 올라가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투자자의 질문이 매출 성장률에서 주당 현금흐름으로 이동하는 순간, 이런 기업은 갑자기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시장이 ‘성장 스토리의 불확실성’을 크게 가격에 반영할 때, 방어적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다시 레이더에 들어옵니다. 화려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가정이 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왜 지금 이런 기업들이 더 의미가 있느냐를 생각해보면, 이건 단지 경기 방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고정비에 민감해진 시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요즘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돈을 쓰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가격 대비 가치보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가 이동합니다. 차량을 새로 사기보다 고쳐 타고, 쓰레기 처리는 사회가 멈추지 않기 위해 지불하고, 생필품은 가까운 곳에서 빠르게 해결합니다. 이 흐름 속에서 오토존과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구조적으로 더 단단해지고, 달러 제너럴은 운영만 정상화되면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투자자 관점에서 꼭 덧붙이고 싶은 건, 이런 기업들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으로 결론 내리면 오히려 위험해진다는 점입니다. 방어적 구조의 기업은 기대가 높아지는 순간부터 리스크가 커집니다. 시장이 안전을 너무 비싸게 사기 시작하면, 작은 실수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은 언제나 두 가지를 동시에 봐야 합니다. 구조의 방어력과, 그 방어력이 이미 가격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입니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비싸게 사는 순간, 안전은 더 이상 안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오토존은 긴급성과 공급망 누적으로 만들어진 생활 인프라형 기업이고,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규제가 만든 권리와 물리 인프라가 결합된 제도형 인프라 기업이며, 달러 제너럴은 소득 스트레스와 동선 변화 위에 있는 습관형 리테일 기업입니다. 셋 다 화려하진 않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미래를 예측하지 않아도 되는 수익”에 가까운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