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렌(IREN)을 다시 살펴봐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12월 초 포스팅에서는 아이렌이 올해 급등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맞이한 조정 국면에서, 주식 발행과 전환사채 이슈, 그리고 댄 아이브스의 AI 테마 대표 종목 리스트 편입을 중심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정리했었습니다.

그 이후 주가는 계속 밀렸고, 시장은 이게 단기적인 희석 이슈나 이벤트성 조정인지, 아니면 네오클라우드와 AI 데이터센터 전반을 둘러싼 구조적인 재평가의 일부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번 컨텐츠에서는 아이렌만 떼어놓고 답을 찾기보다는, 최근 업계에서 나온 분석들을 함께 놓고 아이렌이 지금 어떤 구간에 와 있는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지난 포스팅의 연장선에서, 아이렌을 둘러싼 환경과 시장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보는 업데이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한계?

먼저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변화와 향후 전망에 대한 짧은 분석글을 발행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네오클라우드는 쉽게 말해 GPU를 빌려주는 전문 클라우드 사업자입니다. 기존 빅테크 클라우드와 달리, GPU 하나에 거의 올인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들이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고성능 GPU가 전 세계적으로 너무 부족해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엔비디아 같은 칩 제조사들이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빅테크들은 GPU 물량을 대량으로 선점했고, 그 결과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 중견 기업들은 필요한 시점에 GPU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죠. 이 빈틈을 파고든 게 네오클라우드였습니다.

네오클라우드의 초기 매력은 명확했습니다. 계약 조건이 유연하고, 서버를 훨씬 빨리 세팅해 주며, 가격도 기존 하이퍼스케일러 대비 최대 80퍼센트 이상 저렴한 경우도 있었죠. 특히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GPU”가 절실했던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에겐 꽤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진입장벽도 낮았습니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거대한 소프트웨어 스택을 처음부터 만들 필요 없이, GPU 클러스터만 잘 구성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렌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도 정확히 이 지점과 맞닿아 있었죠.

하지만 맥킨지가 문제 삼는 부분은 이 모델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입니다. 지금 네오클라우드들이 주력으로 하는 사업 모델, 즉 베어메탈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겁니다. 베어메탈이라는 건 GPU를 거의 원자재처럼 빌려주는 방식인데요. 차별화가 어렵고, 가격 경쟁이 심하며, 무엇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큽니다. GPU를 사고, 서버를 세팅하고, 전력을 쓰는 순간부터 돈이 빠져나가죠. 겉으로 보이는 매출 성장과 달리, 작은 가격 하락이나 가동률 저하만 있어도 수익성이 바로 무너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네오클라우드에 거는 기대는 사실 다른 데 있습니다. GPU 임대가 끝이 아니라, 그 위에 소프트웨어를 얹을 수 있느냐는 거죠. 예를 들어 AI 모델 학습을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툴, 대규모 추론 플랫폼,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스택, 개발자 도구, 관리형 머신러닝 서비스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계층이 붙으면 고객이 쉽게 떠나지 않게 되고, 수익 구조도 소프트웨어 기업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네오클라우드를 단순 인프라 회사가 아니라 미래의 AI 플랫폼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GPU 임대 시장의 숫자를 보면 구조적 압박이 바로 드러납니다. 베어메탈 모델의 경우, 감가상각 전 기준으로 보면 매출총이익률이 대략 55에서 65퍼센트 수준인데요. 여기서 조금만 가격이 떨어지거나 GPU 가동률이 80퍼센트 아래로 내려가면, 수익이 거의 사라집니다. 여기에 대출을 끼고 사업을 했다면 이자 비용이 남은 여유를 바로 갉아먹죠.

실제로 아이렌도 이런 구간을 통과 중입니다. 과거 비트코인 채굴 시절에는 EBITDA 마진이 40%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최근 분기에서는 이 수치가 10%대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AI로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시장은 이런 수치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칩 세대 교체입니다. GPU는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전 세대 가격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실제로 A100이나 H100 같은 칩도 출시 이후 몇 년 만에 시간당 임대 가격이 절반 가까이 내려왔습니다. 즉 네오클라우드는 GPU를 들여온 뒤 4~5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그 장비 자체가 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최신 칩을 계속 들여오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지고요.

게다가 대형 고객과의 계약이 겉으로 보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인력, 전력, 감가상각까지 다 반영하면 GPU 임대 사업의 실제 이익률은 10퍼센트대 중반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부 소매업보다도 낮은 수준이죠. 네오클라우드 입장에서는 이런 대형 계약이 돈이 된다기보다는, 최소 가동률을 보장해 주고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용도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빅테크는 네오클라우드를 활용해 자기 자산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얻고요. 그 결과 몇몇 네오클라우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한두 고객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네오클라우드가 살기 위해 올라가야 할 길이 곧 빅테크와 정면으로 겹친다는 점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관리형 서비스로 올라가야 수익성이 좋아지는데, 그 순간 지금의 주요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와 경쟁 관계가 됩니다. 기술 스택을 쌓고, 기업 시장을 뚫는 데는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고요. 이걸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을 거라는 게 맥킨지의 판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킨지는 네오클라우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몇 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는 빅테크가 잘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오기 껄끄러운 틈새 시장을 잡는 겁니다. 예를 들면 국가 단위의 주권 컴퓨팅이나, 규제가 강한 산업, 초저지연이 필요한 특수한 워크로드 같은 영역입니다. 둘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AI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초기부터 함께 성장하면서 신뢰를 쌓으면, 그 스타트업이 거대 기업으로 커질 때도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죠. 셋째는 인수합병인데요. 과거 클라우드 1.0 시기처럼,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입니다.


텍사스 데이터센터는 버블이다?

한편 최근 CNBC에서는 텍사스 데이터센터 관련 기사가 한 편 나와 있습니다. 요즘 텍사스에서는 데이터센터 짓겠다는 요청이 너무 많이 몰려서, 전력 전문가들조차 “버블 냄새가 난다”고 말하고 있다는 건데요. 땅값이 싸고, 전기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AI 붐을 타고 데이터센터 개발자들이 텍사스로 몰려들고 있는데, 문제는 수요 전망이 현실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까지 부풀려졌다는 점입니다.

텍사스 전력망을 운영하는 기관인 ERCOT 자료를 보면, 2030년까지 전력망에 연결하겠다고 신청한 대형 프로젝트 규모가 220기가와트를 넘습니다. 이 중 70퍼센트 이상이 데이터센터입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과한지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는데요. 올해 텍사스의 여름철 최대 전력 사용량이 약 85기가와트였고, 전체 발전 가능 용량도 100기가와트 초반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텍사스가 쓰는 전력의 두 배가 넘는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죠.

기사에서 인용된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노골적으로 “버블처럼 보인다”고 말합니다. 모든 프로젝트가 실제로 지어질 수 없고, 지어질 이유도 없다는 거죠. 실제로 전력 설비 측면에서도, 소비 측면에서도 이 정도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물리적으로 이만큼의 설비를 단기간에 깔 수 없다는 거죠.

중요한 건 이 수요가 전부 진짜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3년 텍사스에서 법이 바뀌면서, 아직 전력 연결 계약을 맺지 않은 프로젝트들도 수요 전망에 포함되기 시작했다는데요. 그 결과 전력 연결을 요청하는 대형 프로젝트 수가 올해만 거의 네 배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아직 기본적인 사전 검토 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 “일단 줄부터 서 보자”는 식의 가짜 수요가 상당 부분 섞여 있다는 얘기죠.

이 지점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AI 데이터센터 붐이 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냐’를 가려내는 단계로 들어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력망 연결이 확정됐거나 거의 확정 단계에 있는 데이터센터 수요는 약 7.5기가와트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도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닙니다. 대형 원자력 발전소 7~8기에 해당하는 규모니까요. 다만 전문가들은 이 수준까지는 텍사스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낙관적으로 봐도 2030년까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는 20에서 30기가와트 정도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텍사스 주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법을 바꿔, 전력 연결을 신청하려면 초기 검토 비용으로 10만 달러를 내고, 실제 부지 소유권이나 임대 계약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도록 했습니다. 또 동일한 프로젝트를 텍사스 내 여러 지역에 중복 신청했는지도 공개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텍사스 공공유틸리티위원회는 데이터센터가 최대 전력 사용량 1메가와트당 5만 달러의 보증금을 내도록 하는 규정도 추진 중입니다.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라면 최소 5천만 달러를 묶어두라는 얘기죠.

이런 장벽이 생기면, 실제로 장기 계약을 맺은 ‘진짜 개발자’들은 돈을 낼 수 있지만, 단순히 투기적으로 줄을 선 프로젝트들은 상당수 빠져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수요 전망도 훨씬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겠죠.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따로 있습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지어질지 여부보다, 그걸 믿고 먼저 깔아버린 전력 인프라입니다. 발전소, 송전선, 변압기 같은 설비는 한 번 짓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는데요. 만약 과장된 수요를 믿고 인프라를 과도하게 깔았다가 버블이 꺼지면, 그 비용은 결국 누군가가 떠안게 됩니다. 최근 5년 사이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비용이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이라, 이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텍사스의 경우, 발전 설비 투자 비용을 주로 민간 투자자가 부담하는 구조라 가정용 전기요금으로 바로 전가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수요 때문에 전기요금이 급등한 미국 중서부나 동부와 달리, 텍사스의 전기요금 상승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과잉 설비에 투자한 쪽, 즉 발전사나 인프라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렌은 텍사스 차일드리스 부지에서 이미 전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보한 몇 안 되는 플레이어입니다. 다시 말해, 이번 기사에서 경고하고 있는 '듣보잡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미 그리드에 연결되어 있고 실제로 가동 가능한 쪽에 가까운 회사입니다. 이 점만 놓고 보면, 텍사스 데이터센터 버블 논의는 오히려 아이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기사에서 경고하는 리스크 역시 아이렌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만약 지금 제시되는 수요 전망을 그대로 믿고 과도하게 인프라가 지어지면, 결국 그 부담은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거라는 거죠.

물론 아이렌의 경우 수요는 확실히 존재하고,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앵커 고객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시장이 AI 데이터센터 사업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게 아니라, “누가 진짜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가려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네오클라우드 모델의 경제성과 더불어, 전력과 인프라 확장의 현실성이 동시에 평가받고 있는 시점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아이렌(IREN) 전망

전체적으로 봤을 때, 11월 고점 이후 진행되고 있는 조정장은 아이렌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네오클라우드 전체를 향한 의문으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구조가 정말로 지속 가능한가”, “이만큼의 자본을 투입할 만한 안정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죠. 아이렌 주가가 크게 밀린 것도, 10월 ~ 11월까지 낙관적인 분위기에 젖어 미친듯이 주가를 밀어올렸던 투자자들이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렌의 내러티브가 무너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아이렌은 전력과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확보한 몇 안 되는 플레이어이고,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확실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맥킨지 역시 네오클라우드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단순 GPU 임대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과거 클라우드 1.0 시절처럼 흡수되거나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할 뿐입니다.

실제로 모든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건 아닙니다. 일부 기관들은 이번 조정을 ‘펀더멘털 붕괴’가 아니라 투자 심리 리셋’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B. Riley는 아이렌이 네오클라우드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전력 인프라와 장기 계약을 확보한 회사라며, 오히려 지금 구간을 기회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B. Riley는 아이렌 주가가 11월 5일 52주 고점 대비 약 47% 하락했다고 지적하면서도,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74달러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채굴주 평균 하락폭이 약 25% 수준이었고, GPU 클라우드 기업인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역시 각각 31%, 25%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아이렌의 조정 폭은 업종 내에서도 유독 컸다는 평가입니다.

B. Riley 애널리스트들은 이 주가 움직임을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변동성이 큰 AI 관련주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센티먼트 리셋으로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렌은 변동성이 꽤나 큰 종목인데요. 10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불과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주가가 47% 급등했는데, 같은 기간 HPC 피어 그룹 평균 상승률은 약 13%에 그쳤고, 코어위브는 오히려 하락했고 네비우스만 제한적인 상승을 보였습니다.

B. Riley는 이 패턴 자체가 아이렌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봤습니다. 기대가 몰릴 때는 과도하게 앞서가고, 분위기가 식으면 그만큼 빠르게 되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AI 섹터 특유의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이런 급격한 조정 구간이 오히려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도 B. Riley는 비교적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아이렌은 향후 HPC 확장을 위해 약 116억 달러 규모의 자본 지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 확보된 자금과 비교하면 약 27억 달러 수준의 공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계획에는 프린스 조지 지역의 GPU 2만3천 대 구축에 약 9억 달러, 맥켄지와 캐널 플랫츠 지역의 4만 대에 약 18억5천만 달러, 그리고 차일드리스 캠퍼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계된 7만6천 대 GPU 구축에 약 88억 달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이미 확보된 자금도 적지 않습니다. B. Riley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약에 따른 선지급금 약 19억4천만 달러, 해당 계약과 연계된 GB300 GPU 7만6천 대에 대한 약 25억 달러 규모의 금융 조달, 그리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10억 달러를 합쳐 총 88억5천만 달러 수준의 자금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아이렌이 세워놓은 전체 계획의 상당 부분은 이미 윤곽이 잡혀 있다는 점에서, 당장 유동성 압박으로 확장이 멈출 상황은 아니라는 건데요. 다만 약 27억 달러 수준의 공백이 남아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합니다. 추가적인 자본 조달이나 운영 성과를 통해 이 간극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시장은 아이렌이 본인들이 세운 야심찬 계획을 결과로 증명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B.Riley는 최근 아이렌이 발행한 전환사채도 언급했습니다. 아이렌은 2032년과 2033년 만기의 신규 전환사채를 약 23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캡드콜 계약과 기존 전환사채 상환에 사용했습니다. 캡드콜의 초기 상한가는 주당 82.24달러로 설정됐고, 동시에 2029년과 2030년 만기 전환사채 일부를 조기 매입하면서 만기 구조를 길게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여기에 더해, 12월 초에 진행된 약 39.7백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 역시 자본 구조를 보강하는 조치로 평가했습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해 B. Riley는 최근 47% 조정을, 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GPU 확장 전략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 신호로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AI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가 식은 가운데, 변동성이 큰 영역에 속한 아이렌이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사례로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AI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날 경우, 아이렌은 그 반등 국면에서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종목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현재 아이렌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고, 평균 목표 주가 역시 현재 주가 대비 큰 괴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렌(IREN) 주가 차트

이렇게 시장은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차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아이렌 일봉, 주봉, 월봉 차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먼저 일봉 차트부터 살펴보면 전형적인 급등 이후 조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단기간에 강한 상승이 나와주며 역사상 최고가를 찍었고, 이후부터는 고점을 갱신하지 못한 채 고점과 저점이 모두 낮아지는 구조로 전환되었습니다. 단기 이동평균선은 이미 하향 전환되었고, 현재 주가는 20일선, 60일선, 120일선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40 달러에서 방어가 됐다면 11월과 12월 초에 찍었던 쌍바닥에 이어 삼중바닥까지 찍고 바닥을 형성할 수 있었으나, 결국 40 달러를 이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매수 주체가 주춤한 상태에서 가격이 점진적으로 밀리는 흐름에 가까운데요. 일봉 관점에서는 단기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추세는 하락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은 주봉입니다. 고점에서 강한 음봉이 출현한 이후 몇 주 연속 조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주요 중기 이동평균선 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급등 구간에서 형성된 긴 양봉과 윗꼬리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해당 가격대에 매물 부담이 존재함을 보여주지만, 중기 상승 추세가 완전히 훼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조정 과정에서도 거래량이 급격히 사라지지는 않았는데, 아이렌이 여전히 시장의 관심권 안에 있는 종목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5주선과 20주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음봉이 나와주며 떨어졌기 때문에 주봉 역시 추세는 하락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월봉입니다.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바닥을 다진 이후, 2025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추세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20개월선이 한참 아래에 위해 있어, 구조 자체가 무너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최근 두 달간 형성된 긴 윗꼬리는, 시장이 현재의 밸류에이션과 상승 속도에 대해 한 차례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5개월선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상승 추세 전환이라고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아이렌은 단기적으로는 하락 추세에 있고, 중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에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아직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이 안전한 구간이라는 의미도 아니고, 반대로 성장세가 끝났다고 볼 수 있는 구간도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네오클라우드 모델에 대한 재평가, 자금 구조에 대한 검증, 그리고 실행력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차트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단 현재로선 기대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구간은 이미 지난 것은 맞는 것 같고, 그만큼 변동성이 커지고 방향성도 쉽게 정해지지 않는 구간인데요. 결국 아이렌을 바라보는 관점은 투자자의 시간 프레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중기적으로는 조정이 마무리되었다고 말하기 이르며, 장기적으로는 아직 판단을 유보할 수 있는 구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