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활황에 힘입어 국내 부자들의 총 금융자산이 처음으로 3000조 원을 넘어섰음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코인이나 금에 투자하는 이들은 늘어나는 반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음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셈임
14일 KB금융(105560)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는 47만 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92%로 추정
부자의 수는 전년 대비 3.2% 증가
이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0년 말(13만 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불어났음
금융자산이 300억 원 이상인 초고자산가도 1만 2000명에 달했음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은 3066조 원으로 1년 새 8.5% 늘었음
이들의 금융자산이 30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
연구소는 “부자들의 금융자산 증가율 8.5%는 전체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4.4%)의 두 배 수준”이라고 설명
지난해 부자들의 자산 증가에는 미국 증시 상승이 주효했음
주식에 투자하는 부자들은 평균 국내 주식 5.8개, 해외 주식 4.9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었음
포트폴리오 변화도 나타났음
부동산 비중 하락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부자가 보유한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4.8%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감소했음
부동산은 2020년(59.0%) 이후 4년째 내리막길
반면 금과 디지털자산 같은 기타 자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
금과 보석을 비롯해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으로 구성된 기타 자산의 경우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1%로 전년(5.7%) 대비 2.4%포인트 늘어났음
특히 이들의 기타 자산 가운데 디지털자산의 비중은 4.7%로 1년 새 2배 넘게 늘어났음
연구소는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 감소가 기타 자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금·보석 등 실물자산이나 디지털자산 같은 대체투자처가 자산관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
한국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말 59.5%로 가장 높았음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부동산 투자 비중은 2015년 51.4%로 저점을 찍었음
그 뒤로는 부동산 자산이 다시 불어났음. 코로나19를 계기로 2019년 56.6%, 2020년 59%까지 치솟았음
하지만 이후 부동산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음
지난해 말에는 54.8%까지 떨어졌음. 부자들의 경우 부동산에서 치고 빠지기 전략을 잘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
금융자산 비중 하락
반대로 올해 조사에서 작년 말 기준 금융자산 비중은 37.1%로 전년(38.9%) 대비 1.8%포인트 하락
했다. 금융자산은 2016년 44.2%를 고점으로 추세적 하락세다.
금, 비트코인 등 기타자산 비중 확대
빈자리는 기타 자산이 채우고 있음
금과 보석,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자산으로 구성돼 있는 기타 자산의 경우 비중이 2023년 5.7%에서 지난해 8.1%로 늘어났음
흥미로운 것은 디지털자산에 주목하는 슈퍼리치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임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부자들이 보유한 기타 자산 가운데 디지털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전년(2%) 대비 2배 넘게 증가했음
설문에서는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응답률이 79.5%로 전년 대비 9.8%포인트나 감소해 투자 확대 분위기가 뚜렷함을 보여줬음
이 같은 상황은 세부 상품별로 봐도 여실히 드러남
총자산에서 거주용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1%로 전년 대비 1%포인트 감소
빌딩·상가는 1년 새 1.6%포인트 줄어든 8.7%를 기록
반면 가상화폐는 0.2%에서 0.4%로 두 배 증가
예적금과 주식도 각각 1%포인트, 0.5%포인트 늘어났음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
단기고수익처는 주식
부자들은 단기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 55%(복수 응답)가 주식을 꼽았음
부동산은 퇴조세가 뚜렷
거주용 주택(35.5%)과 비거주용 주택(25.5%), 빌딩·상가(12.8%)는 주식이나 금·보석(38.8%)에 밀렸음
가상화폐는 12.5%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
연구소는 “단기 투자처로 부동산 대신 주식과 가상화폐·금 등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부자들의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
향후 3~5년 중장기로 볼 때도 상황은 비슷
부동산 투자를 꼽은 비율은 41%로 2022년 말 당시인 59.3% 대비 크게 줄었음
부동산 중에서도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졌던 거주용 주택을 선택한 비율 역시 같은 기간 26.5%에서 19.3%로 하락
반면 가상화폐와 금·보석 등 기타 자산을 유망 중장기 투자처로 꼽은 부자들의 비율은 2022년 8.8%에서 2024년 16%로 두 배 가까이 늘었음
연구소는 “부동산 투자에 집중됐던 부자들의 관심사가 금융 투자와 금·예술품 등 실물 자산 같은 투자처를 넘어 투자 리밸런싱이나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자산관리 상담으로 폭넓게 확대됐다”고 분석했음
금융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만 따로 떼서 보면 은행과 증권·보험의 비율이 약 5대3대2인 것으로 나타났음
지난해 말 현재 은행에 예치한 자산 비중은 50.4%, 증권 31.8%, 보험 17.8% 등
2022년과 비교 시 은행과 보험은 각각 0.6%포인트, 1.7%포인트 줄은 반면, 증권은 2.2%포인트 증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고수익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
부자들의 주식 투자는 장기화하는 경향 또한 나타났음
2022년 말 기준 부자들의 해외 주식 장기 투자 비중은 38.6%였는데 지난해 말에는 44.2%로 높아졌음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역시 37.9%에서 43.1%로 증가
특히 해외 주식의 경우 가장 많은 이가 미국 주식(53.6%)을 보유
뒤이어 △중국 19.6% △캐나다·멕시코 등 12.5% △베트남 7.5% △홍콩 7.2% △유럽 6.5% △일본 5.6% 등의 순
연구소는 “부자들의 경우 분산 투자와 장기 투자를 선호했다”며 “과거보다 긴 호흡으로 국내외 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용했다”고 설명
부자들이 재산을 이룬 주된 방법도 부동산 중심에서 사업소득과 금융 투자 등으로 다변화했음
2010년 말에는 응답자의 45.8%가 부의 원천 1순위로 ‘부동산 투자에 따른 이익’을 꼽았지만 지난해 말에는 그 비율이 22%로 급감
같은 기간 사업소득을 주된 부의 원천으로 꼽은 응답자가 28.4%에서 34.5%로 늘면서 1위 자리가 바뀌었음
금융 투자로 부를 이뤘다는 응답도 2010년 8.2%에서 지난해 말 기준 16.8%로 큰 증가 폭을 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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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 대비 ‘초고자산가’의 보유 자산 비중이 늘어났음
‘상위 1%’ 부자들 사이에서도 부의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임
1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가진 부자들이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은 3066조 원으로 집계됐음
이 가운데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100억 원 미만인 ‘자산가’의 자산 비중이 36.2%(1111조 원),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 비중이 17.8%(545조 원), 금융자산 300억원 이상인 ‘초고자산가’ 비중이 46%(1411조 원)를 차지
5년 전인 2020년의 자산가 38.2%, 고자산가 19.9%, 초고자산가 41.8%와 비교하면 자산가와 고자산가 비중이 각각 2%포인트가량 줄고, 초고자산가 비율은 4%포인트가량 늘었음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초고자산가과 그 이하 자산가의 인원수 증가율도 격차를 드러냈음
초고자산가는 2020년 6000명에서 5년 뒤 1만1000명으로 연평균 12.9% 증가
반면 고자산가는 5.8%(2만4000명→3만2000명), 자산가는 5.9%(32만4000명→43만2000명) 늘어났음
자산가의 금융자산은 2020년 이후 올해까지 연평균 6.2%, 고자산가는 4.9% 증가
반면 초고자산가는 연평균 9.4% 늘어 증가율이 월등히 높았음
보고서는 “한국 부자들 사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을 보였으며 향후 심화될 가능성이 예상됐다”고 내다봤음
부동산자산에서도 부자 내 자산 격차 확대는 예외가 아니었음
2020년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 부동산 자산(1735조원)에서 자산가 비중은 56.3%, 고자산가 이상이 43.7%였음
2025년엔 자산가 비중이 50.3%(1493조원)로 내려갔고 고자산가 이상이 49.7%(1478조원)로 나타났음
자산가의 부동산자산은 5년간 연평균 8.9% 증가한 데 반해 고자산가 이상은 14.3%로 더 높았음
부자들과 일반 국민 간 부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음
올해 가계 전체 금융자산(5041조원) 대비 한국 부자들의 금융자산 보유율은 60.8%에 달했음
지난해 조사 58.6%(2826조원) 대비 2.2%포인트 올랐음
그러나 부자 인구수는 47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0.92%에 불과했음
전체 인구 중 부자 비율은 2011년 13만명으로 0.27%에 그쳤으나 15년간 매년 9.7% 늘어났음
같은 기간 전체 인구가 매년 0.5% 증가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부자들이 매우 빠르게 늘고 있는 셈임
<시사점>
국민은행이 발표한 ‘2025 부자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격차는 부자와 서민의 문제가 아니라, 부자 내부에서조차 자산 증식 속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자 안의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자산가의 약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자산 구조와 금융 접근성의 차이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로 파악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이재명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목표와 맞물리며 더욱 주목할 대목입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국민 자산을 불리겠다는 취지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이 누구의 자산을 얼마나 불려주는가에 대한 질문이 빠진다면, 주가 5000은 기대보다 우려를 키울 수 있습니다.
보고서가 보여주듯 초고자산가는 이미 글로벌 주식, 대체투자, 비상장 지분 등 고수익 자산에 폭넓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상승할수록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레버리지와 정보력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반면 다수의 일반 부자와 중산층은 여전히 부동산과 제한된 금융상품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주가 상승은 자산을 많이 가진 이들에게 더 큰 과실을 안기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문제는 주가 자체가 아니라, 주가 상승의 과실이 분배되는 경로입니다. 지수 상승이 곧바로 체감 자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호황인데 다수는 소외되는 ‘자산 착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식 보유 비중이 낮은 계층에게 코스피 5000은 실생활과 동떨어진 숫자에 그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은 목표치보다 구조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주주환원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와 함께, 중산층과 청년층이 장기적으로 시장 상승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사다리를 강화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세제에서도 이러한 중산층과 청년층이 혜택을 보는 방안으로 조정되어야 합니다.
주가 5000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의 자산형성 경로와 참여의 폭을 넓히지 못한다면, 주가 상승의 빛은 소수에게만 비치고 그 그림자는 부익부 빈익빈의 형태로 사회 전반에 길게 드리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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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567088?date=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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