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 현 시점 가장 중요한 암호화폐 이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비트코인 또 다시 조정
12월 12일 금요일 비트코인이 한때 9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 이어진 AI 관련 불안감이 미국 기술주를 흔들었고, 그 여파가 그대로 코인 시장에도 번졌습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약세를 보이면서 비트코인도 다시 밀리는 흐름을 보였죠.
게다가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AVGO)이 시장 분위기를 크게 눌러버렸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미국 상위권에 드는 기업인데, 실적 자체는 좋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투자자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주가가 하루 만에 10퍼센트나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좋은 실적이라도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이런 식으로 시장이 반응하곤 하죠.
AI 테마 역시 과열됐다는 경계심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전날 오라클이 10퍼센트 급락했고, 다음날도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식었습니다. 올해 주식 시장 상승을 끌어올린 핵심 서사가 ‘AI’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조정은 자연스러운 로테이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은 장 시작 직전까지 9만2500달러 근처에서 움직이다가 미국장이 열리자 2퍼센트 넘게 빠지며 8만9800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번 주 내내 미국 거래 시간대만 되면 저점을 만드는 패턴이 이어졌는데요.
이런 변동성을 활용해서 ‘야간 전용 ETF’ 같은 상품도 신청이 들어간 상태라고 합니다.
AI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던 비트코인 채굴주들도 비슷하게 흔들렸습니다. 헛8, 아이렌 같은 기업들이 10% 전후로 떨어졌고
스트래티지(MSTR), 비트마인(BMNR) 같은 DAT 기업들 주가도 하락했고,
로빈후드(HOOD), 서클(CRCL) 역시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금리 기대도 시장을 무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주 수요일에 한 연설에서 내년 1월에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덕분에 시장은 원래 예상하던 2026년 기준 금리 인하 횟수를 세 번에서 두 번으로 낮춰 잡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시카고 연은의 오스턴 굴스비 총재는 조금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12월 금리 인하에도 반대했던 인물이지만, 2026년에는 오히려 시장 예상보다 더 많은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준 내부에서도 시각이 갈리는 모습이죠.
추후에도 여러 연준 인사들이 발언할 예정이라, 시장은 파월 의장의 기조에 공감대가 형성되는지 계속 주목하고 있습니다. 1월에 정말 동결을 할지, 아니면 다시 금리 인하 흐름을 이어갈지, 투자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 지점입니다.
뱅가드, '비트코인은 라부부다'
이번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의 발언이 시장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뱅가드의 글로벌 퀀트 주식 총괄인 존 아메릭스(John Ameriks)가 비트코인을 ‘디지털 라부부’라고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라부부는 한동안 SNS에서 열풍을 일으킨 인형인데요. 쉽게 말해, 비트코인이 실물 가치나 현금 흐름이 있는 자산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선호와 희소성에 기대는 수집용 장난감 같다는 비판입니다.
아메릭스는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ETF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장기 투자에 필요한 현금 흐름이나 복리 구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직까지 블록체인 기술이 안정적인 경제적 가치를 만든다는 증거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죠.
사실 비트코인을 튤립 버블이나 비니베이비(Beanie Babies) 같은 과거의 투기적 유행에 비유하는 비판은 오래된 논쟁입니다. 가격 상승의 근거가 실사용보다 희소성 서사와 투기 심리에 더 가깝다는 주장인데요. 이번 발언은 그 연장선에 있는 셈입니다.
시점도 묘합니다. 뱅가드는 오랫동안 암호화폐 관련 상품을 거부해 왔지만, 지난해 비트코인 친화적인 CEO 살림 람지(Salim Ramji)가 취임한 뒤 방향을 바꿨습니다. 현재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Solana)가 포함된 ETF를 고객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플랫폼을 열었습니다. 다만, “투자 조언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뱅가드가 고객 거래를 허용한 이유는 2024년 1월에 출시된 현물 비트코인 ETF들이 일정 기간 운용되면서 어느 정도 ‘트랙 레코드’를 확보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즉, 거래는 열어주되 책임은 각자 지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한편 아메릭스는 비트코인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이나 정치적 혼란 같은 특정 상황에서 가치를 증명할 가능성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만 놓고 보면, 그런 투자 논리를 뒷받침할 확실한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가격만 봐도 최근 한 달 사이 고점 대비 약 30퍼센트 가까이 빠졌고, 9만 달러 부근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변동성이 여전히 매우 크다는 뜻이죠.
어쨌든 이번 발언은 흥미로운데요. 뱅가드가 비트코인을 품는가 싶었는데, 내부 핵심 임원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책 변화는 있었지만 회사의 철학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코인 시장 입장에서는 메이저 기관이 보여주는 이런 ‘양면적 태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연방 신탁은행 승인 받은 크립토 기업들
한편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희소식이 나왔습니다. 리플(Ripple), 서클(Circle), 비트고(BitGo),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 팍소스(Paxos) 등 다섯 곳이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연방 신탁은행 전환’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겁니다. 쉽게 말하면, 이 기업들이 국가 차원의 공식 감독 아래 들어가는 첫 단계에 진입했다는 뜻입니다.
이 승인으로 이들은 기존의 주(州) 단위 허가에서 벗어나 연방 단위 신탁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됩니다. 신탁은행은 일반 은행처럼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규제된 금융기관으로서 ‘수탁·보관·신탁’ 같은 핵심 금융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첫 번째 암호화폐 기반 신탁은행으로 승인받았던 앵커리지 디지털의 뒤를 잇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이번 승인 흐름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이 ‘연방 감독 체계’로 들어가려는 움직임과 연결됩니다. GENIUS Act라는 관련 법이 통과된 뒤, 코인베이스(Coinbase)를 포함한 여러 기업이 연방 차원의 감독을 자청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책 분위기가 바뀐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 전환도 있습니다. 그의 임기 동안 OCC는 예전의 ‘코인 회의론적’ 태도에서 벗어나 친암호화폐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현 OCC 수장 조너선 굴드(Jonathan Gould)는 “전통 금융과 혁신 금융 모두 연방 은행 시스템 안에서 함께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리플의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는 이번 승인을 “엄청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리플이 발행하는 13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RLUSD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죠. 그는 미국 은행 로비단체가 암호화폐를 견제해 왔다며 강한 불만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은행 업계는 우리가 동일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비판해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연방 감독 아래서 규제를 준수하려 하고 있다. 도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가”라는 발언이 인상적입니다.
서클도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서클은 780억 달러 규모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기업인데요. 연방 신탁은행 지위를 통해 준비금의 안전성이 강화되고, 기관 고객을 위한 보관·신탁 서비스도 더 명확한 규제 틀 안에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팍소스(Paxos) 역시 이번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팍소스는 PYUSD와 USDG 같은 안정적 실사용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하는 회사이며, 그동안 뉴욕 금융청(NYDFS) 규제 아래 있었는데 이제 연방 인가로 한 단계 넓어진 셈입니다.
비트고(BitGo)의 CEO 마이크 벨시(Mike Belshe)는 “이제 미국에서 암호화폐와 은행 사이의 전쟁은 끝났다”고 표현하며, 은행·암호화폐가 하나의 규제 틀 안으로 들어오는 ‘통합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비트고는 최근 트럼프 일가와 연관된 디지털 달러 토큰 USD1을 발행하며 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번 승인 흐름에는 미국 은행들의 ‘디뱅킹(debanking)’ 논란도 작용했습니다. 최근 OCC는 대형 은행 9곳 모두가 합법적인 암호화폐 기업들의 계좌를 일방적으로 닫아온 사실이 있다고 보고했고, 이런 은행들은 앞으로 처벌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업계가 오랜 기간 주장해온 불합리한 ‘배제 관행’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손을 보기 시작한 셈입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암호화폐 기업들이 제도권 금융 안에서 설 자리를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연방기관 직접 감독을 받게 되면, 시장 신뢰도가 이전보다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 SEC, 토큰화 주식 허용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일부 ‘토큰화된 주식’을 사실상 승인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공식 인가라기보다는, SEC가 “우리는 이 활동에 대해 제재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는 노액션 레터(no-action letter)를 발급한 방식인데요. 실질적으로는 일정 조건 아래에서 토큰화된 증권을 발행·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승인은 세계 최대의 증권 결제 기관인 DTCC(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의 자회사 DTC(Depository Trust Co.)가 신청해 받은 것인데요. DTCC는 미국 주식·ETF 결제를 거의 독점하는 인프라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금융 시스템 전체의 방향을 암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SEC가 이번에 허용한 범위는 꽤 넓습니다.
러셀 1000 지수에 편입된 대형주 종목들,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 그리고 미국 국채까지 토큰화해 승인된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간은 3년으로 설정됐고, 서비스는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입니다.
‘토큰화(tokenization)’라는 개념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기존 결제 방식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고, 24시간·전 세계적 시장 접근성이 열리기 때문에 전통 금융권에서도 관심이 매우 큽니다.
JP모건이나 블랙록 같은 대형 기관들도 이미 여러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죠.
따라서 이번 SEC 결정은 암호화폐 규제 그 자체라기보다는 자본시장 구조 변화에 가깝습니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제도권 규제 안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국채, 대형주, 대형 ETF 같은 ‘정통 자산’이 토큰화되면, 블록체인 기반 거래의 신뢰성과 안정성도 빠르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의 탈중앙화 자산뿐 아니라 실물 기반 자산도 블록체인으로 넘어오는 흐름이 훨씬 빨라질 수 있죠.
규제기관이 “이 구조 자체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힌 만큼, 앞으로 미국 자본시장에서 토큰화 기술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덕분에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이더리움 코인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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