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금은 가장 위험한 자산이 되었는가

안전자산이라는 착각과 실질 수익률의 함정


투자에서 현금은 오랫동안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변동성이 없고, 원금 손실이 없으며, 언제든 기회가 오면 투입할 수 있는 대기 자산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 환경에서 현금은 더 이상 중립적인 자산이 아니다. 오히려 구조적으로 가치가 감소하는 자산에 가깝다.




핵심은 실질 수익률(real return)이다.

실질 수익률은 명목 수익률에서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값이다.


현금은 명목 수익률이 거의 0에 가깝다.


이 상태에서 물가가 연 3~5% 상승하면, 현금의 실질 수익률은 자동으로 마이너스가 된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아도, 현금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확정 손실 구조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금융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정부 부채, 통화 공급, 경제 성장 목표를 감안하면 물가를 장기간 0%로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즉, 현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매력이 하락하도록 설계된 자산이다.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자산 시장에서 수익은 ‘절대 수익’이 아니라 ‘상대 수익’으로 평가된다.


시장 평균이 연 7% 수익을 내는 동안 현금을 들고 있었다면,

명목상 손실이 없더라도 상대적으로는 7%를 잃은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이 기회비용은 숫자로 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과소평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 격차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금리 환경 역시 현금의 위험성을 강화한다.

명목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실질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

현금의 실질 가치는 계속 감소한다. 반면, 자산 가격은 실질 금리를 기준으로 재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현금 보유자는 자산 가격 상승의 바깥에 머무르게 된다.


결국 현금의 위험성은 변동성이 아니라 구조적 가치 감소에 있다.

가격이 흔들리지 않는 대신, 구매력과 상대적 자산 위치가 꾸준히 하락한다.


이는 투자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결과다.


정리하면,

현금은 더 이상 ‘위험이 없는 자산’이 아니다.


현금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확실한 손실을 내재한 자산이며,

자산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대가로 기회비용을 지속적으로 지불하게 만드는 자산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투자 판단의 출발선부터 이미 뒤처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