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비앤비 매출은 증가했지만 주가가 흔들린 이유, 여행 산업의 첫 균열로 봐야 하는가
에어비앤비가 발표한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확실히 증가했고, 여행 수요도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가는 하락했고 시장은 부정적인 논조로 분석을 쏟아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모순이 발생합니다. 성장은 계속되고 있는데 시장은 왜 실망했는가?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실적’이 아니라 ‘성장률’, 즉 증가의 속도를 봐야 합니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향후 얼마나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인지에 대한 기대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3년간 팬데믹 종식 → 글로벌 여행 폭발 → 공급 확대 → 플랫폼 지배력 강화라는 완벽한 서사 위에 올라타 있었습니다. 특히 호텔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다양한 숙소 유형, 도시 규제 회피 전략, 장기 여행 증가 등 구조적 추세가 에어비앤비의 성장을 떠받쳤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서사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적은 숫자 자체보다도 기대 성장률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시장을 건드렸습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성장 속도는 과거 대비 확연히 둔화했고, EPS도 소폭 예상치를 밑돌면서 마진 압박이 드러났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성장률 둔화와 마진 축소라는 두 가지 조짐을 동시에 보여주는 순간, 시장의 반응은 항상 동일합니다. “성장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이 질문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재평가 모드에 들어갑니다. 에어비앤비는 ‘폭발적 성장 기업’이라는 프레임에서 ‘성숙기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는 신호를 스스로 보여준 셈입니다.
여행 산업의 사이클은 항상 느리게 시작해서 갑자기 꺾인다
글로벌 여행 산업은 지난 2년간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습니다. 항공사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호텔 ADR(하루 평균 객실 요금)은 역사상 최고치를 찍었으며, OTA(온라인 여행사)들은 신규 여행 수요의 대부분을 가져갔습니다. 이 모든 호황을 한 몸에 누린 기업이 에어비앤비였습니다.
하지만 여행 산업의 사이클은 단순히 사람들의 이동 욕구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음의 거시 변수가 미세하게라도 변화하면 여행 지출은 언제든 둔화됩니다.
유럽·미국 소비 둔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상승
비행기 요금 고착화
도시 규제 강화
엔저 약화로 인한 일본 여행 매력 감소
중국발 해외여행 회복 지연
이 변수들은 한 개씩 보면 작아 보이지만, 동시에 움직일 경우 여행 산업은 성장률이 매우 빠르게 둔화됩니다. 에어비앤비의 이번 성장률 둔화는 바로 이 거시적 흐름과 맞물려 있습니다.
실제 데이터에서도 여행 산업은 이미 피크아웃(고점 통과) 신호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항공권 예약 증가율이 둔화됐고, 호텔 예약률도 지역별로 온도차가 분명해졌습니다. 미국 대도시에서 장기 체류 수요는 증가했지만 단기 체류는 부진했으며,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규제 강화가 숙소 공급 확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행 산업이 성장한다고 해도 ‘에어비앤비만큼은 더 빠르게 성장하는 국면’은 끝난 것입니다.
규제는 플랫폼 성장의 가장 큰 복병이다
에어비앤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은 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성에 열광했습니다. 호텔이 독점하던 시장을 깨고, 누구나 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는 플랫폼 경제의 상징적 성공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커지는 순간, 항상 따라붙는 것이 규제입니다.
뉴욕은 이미 강력한 등록 규제를 시행했고, 파리는 특정 구역에서 단기 임대를 금지했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연간 임대 가능 일수를 제한했고, 도쿄·오사카는 숙박일 제한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에어비앤비의 공급 증가 속도는 둔화됩니다. 공급은 플랫폼 성장의 본질적 원천이기 때문에, 성장률 둔화는 필연적입니다.
이제 시장은 묻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앞으로 어떤 도시에서 얼마나 확장할 수 있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불확실해지는 순간, 주가에는 성장주 프리미엄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마진 압박: 공급 확대보다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구조
에어비앤비의 수익 모델은 단순합니다. 숙박 거래가 늘면 매출이 늘고, 유지비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 모델은 플랫폼 기업 특유의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EPS 미스에서 새로운 리스크를 발견했습니다.
고객 확보 비용 증가
호스트 인센티브 비용 증가
규제 대응 비용 증가
운영 비용 증가
특히 규제 대응 비용은 지출 성격이 반복적이고 증가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가장 꺼려하는 유형의 비용입니다.
이런 비용이 쌓이면 플랫폼의 고유한 강점인 ‘확장성’에 균열이 생깁니다.
핵심은 ‘성장의 기대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시장이 실망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이제 예전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
이 신호가 드러나는 순간, 시장은 멀티플을 낮추며 주가를 끌어내립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는 이미 지나간 숫자지만,
주가는 항상 미래의 성장률을 반영합니다.
이번 실적은 숫자가 아니라, 성장률 전망이 시장 기대치 아래로 내려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에어비앤비는 ‘끝난 기업’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에어비앤비는 여전히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이며, 대체 불가능한 호스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호텔 체인과의 경쟁에서도 ‘가격 경쟁력·다양성·체류 경험’이라는 영역에서 독보적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 체류 증가라는 구조적 흐름 역시 에어비앤비에 유리합니다.
즉, 에어비앤비는 성장의 속도가 느려졌을 뿐,
플랫폼의 생명력 자체가 약화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고속 성장 기업’에서 ‘성숙한 수익 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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