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800만 시대의 배경과 시사점

<1인 가구 800만 시대>

지난해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사상 최대인 8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음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1%로 5년 새 6%포인트 가까이 상승
초혼 연령이 늦춰지면서 청년층 1인 가구가 늘어난 데다 매년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가운데 배우자를 잃고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어난 영향

자료 : 동아일보

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집계
전년(782만9000가구) 대비 2.8% 증가한 규모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36.1%로 역대 가장 높았음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30.2%) 처음 30%를 넘어선 데 이어 2020년 31.7%, 2021년 33.4%, 2022년 34.5%, 2023년 35.5% 등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
지역별로는 서울이 39.9%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았고 대전(39.8%), 강원(39.4%), 충북(39.1%) 등의 순이었음
최근 몇 년 새 1인 가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건 늦어지는 결혼과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됨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95년 남자 28.4세, 여자 25.3세에서 지난해 각각 33.9세, 31.6세로 높아졌음
기대수명도 점점 더 길어지고 있음. 지난해 출생아의 남녀 기대수명은 80.8년, 86.6년으로 2000년(남자 72.3세, 여자 79.7세)과 비교하면 각각 8.5년, 6.9년 더 늘었음

자료 : 동아일보

1인 가구 비중을 성·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이런 흐름이 두드러짐
지난해 연령대별 1인 가구 비중은 70세 이상이 19.8%로 가장 높았고, 29세 이하가 17.8%로 뒤를 이었음
성별로는 남자가 30대(21.8%)와 29세 이하(17.8%)에서 1인 가구 비중이 컸고, 여자는 70세 이상(29.0%)과 60대(18.7%)에서 두드러졌음
데이터처 관계자는 “60대 이상에서의 1인 가구 증가는 기대수명이 올라감에 따라 배우자를 여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이 늘어난 결과”라며 “초고령층으로 갈수록 기대수명 격차로 인해 홀로 사는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음

소득은 작고, 관계는 고립. 절반은 외로워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대비 소득이 적고, 인간관계 만족도가 낮아 외로움에도 더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음
지난해 1인 가구 연 소득은 3423만 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가구 연 소득(7427만 원)의 46.1% 수준에 그쳤음
자산 규모로 보면, 지난해 1인 가구 자산은 평균 2억2302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5억6678만 원)의 39.3%에 머물렀음
주택 소유율 역시 32.0%로 전체 가구(56.9%)보다 24.9%포인트 낮았음
1인 가구는 인간관계 만족도가 떨어지면서 외로움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이었음
최근 발표된 데이터처의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인 가구 중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51.1%로 전체 인구(55.5%) 대비 4.4%포인트 낮았음
1인 가구 중 평소 자주 또는 가끔 외롭다고 응답한 비중은 48.9%로 전체(38.2%) 대비 10.7%포인트 높았음
우울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1인 가구 비중(26.5%)도 전체 평균(21.2%)을 웃돌았음. 사회조사에서 1인 가구의 외로움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임

<서울 10가구 중 4가구 혼자 : 월 285만 원 벌어 169만 원 쓴다>

챗GPT가 그린 1인 가구의 삶

부산의 한 공공기관 직원인 40대 미혼 남성 A 씨. 그는 수도권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다가 입사 이후 부산에서 ‘혼자살이’를 하고 있다. 30대 중반까지는 가끔 고향 및 대학 친구를 만나러 서울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으나 이미 가정을 꾸린 지인들과 만날 시간이 점차 줄면서 요즘은 주말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밀린 드라마를 몰아보는 낙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A 씨는 “맞벌이하는 고향 친구들과 비교해 가구 소득과 모아둔 재산이 적다 보니 왕복 교통비도 부담됐다”고 토로했다.

1인 가구 비중은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15년부터 매년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음. 2019년 30%, 2023년 35%를 넘은 데 이어 지난해 36.1%에 이르는 상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 청년 세대의 경우 비혼 선언을 하거나 결혼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면서 상당 기간을 나 홀로 살아가고 있음
초고령화 시대 진입에 따른 인구구조적 변화도 요인으로 꼽힘. 70세 이상 ‘실버 1인 가구’가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 1인 가구를 2년 연속 웃돌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줌
지난해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19.8%, 29세 이하가 17.8%를 기록했고 60대(17.6%), 30대(17.4%)가 뒤를 이었음
세부적으로 보면 30대 남성 1인 가구가 85만 4000명에 달해 70세 이상 여성(116만 5000명)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게 눈에 뜀
국가데이터처의 한 관계자는 “만혼 등이 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
지역별로 살펴보면 1인 가구의 절반가량이 서울(20.6%)과 경기(22.1%), 인천(5.1%) 등 수도권(47.8%)에 둥지를 틀고 있었음. 이는 지방 소멸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
연령이 낮을수록 혼자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덜한 서울 쏠림이 심하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은 39.9%나 됨. 서울 집값이 치솟는 것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문제는 1인 가구가 2인 이상 가구보다 연 소득이 크게 떨어지는데도 월세 등 소비 지출은 엇비슷해 경제 부담이 더 크다는 점임
지난해 1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3423만 원으로 전체 가구 소득(7424만 원)의 46.1%에 불과
1인 가구의 53.6%는 연 소득이 3000만 원에 미치지 못할 정도
반면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168만 9000원으로 전체 가구(289만 원)의 58.4% 수준
소비 지출을 비목별로 보면 주거·수도·광열(18.4%), 음식·숙박(18.2%),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13.6%) 순
버는 것에 비해 지출이 크며 상당 부분은 필수 품목에 돈이 들어가 저축할 여력이 적다는 얘기
이에 1인 가구의 평균 자산도 2억 2302만 원으로 전체 가구(5억 6678만 원)의 39.3%에 그쳤음
당장 먹고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어 내 집 마련은 꿈꾸기 어려운 것
실제로 주택을 소유한 1인 가구도 32%로 전체 가구(56.9%)보다 24.9%포인트나 낮았음
1인 가구의 평균 주거 면적은 47.1㎡로 전체 가구(68.9㎡)의 68.4%였음
힘겨운 혼자살이에 1인 가구의 48.9%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음. 평소 외롭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가구(38.2%)보다 10.7%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우울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1인 가구도 26.5%에 달했음
몸이 아플 때 도와줄 곳이 없는 1인 가구도 31.1%였음. 그나마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도 동영상 콘텐츠 시청(75.7%), 컴퓨터 게임 및 인터넷 검색(22%) 등 정적인 활동이 주를 이뤘음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1인 가구가 인간관계의 단절로 인한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 인천시는 ‘1인 가구 외로움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독거노인과 은둔 청년 등 특성에 맞춘 대책을 마련할 예정임
중앙정부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외로움 전담 차관 지정 가능성을 열어둔 채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독사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음
정부의 한 관계자는 “1인 가구는 다른 가구 유형보다 벌이는 적은데 고정비용 등 씀씀이는 못지않아 이들에 대한 맞춤 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음

<시사점>

한국의 1인 가구가 804만 가구를 돌파했습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36.1%)을 넘어선 이 거대한 변화는 단순한 삶의 방식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특히 이번 증가의 근저에는 폭등한 주거비와 부모 부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새로운 가족문화의 확산이라는 두 가지 결정적 요인이 자리합니다. 이 두 변화는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을 흔드는 ‘메가트렌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청년층의 1인 가구 급증은 주거비 부담과 직결됩니다. 한국에서 결혼과 동거는 오랜 기간 ‘독립된 집 마련’과 연결돼 왔습니다. 문제는 이 집값이 지난 15년간 소득 상승 속도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오른 데 있습나다. 전세는 월세화되고, 원룸 임대료조차 청년의 소득 대비 과도하게 높아진 상황에서 결혼과 동거는 사실상 고비용 프로젝트가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청년들은 결혼을 늦추고 1인 생활을 유지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출산율 저하와 저성장 심화를 부르는 악순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부모 부양’을 당연시하지 않는 문화적 전환입니다. 과거에는 노년기가 자녀와의 동거 혹은 근거리 거주를 통해 가족 돌봄이 자연스럽게 제공되었다면, 이제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모두 ‘서로의 삶을 침범하지 않는 독립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대수명 증가와 연금 도입으로 노년층의 독립성이 커진 것도 영향이지만, 더 본질적 요인은 자녀 세대가 지는 경제적·정서적 부담의 급증입니다. 높은 주거비, 육아비, 불안정 고용까지 겹친 현실에서 자녀가 부모의 노후까지 떠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이 되었습니다.

이 두 흐름이 결합하면서 한국 사회는 전례 없는 속도로 청년 1인 가구와 노년 1인 가구가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적 현상을 맞이했습니다. 청년층은 높은 집값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노년층은 가족 부양 체계 붕괴 속에 단독 생활을 이어갑니다. 세대 양쪽에서 1인가구가 확대되며 전체 사회의 안전망, 주거, 돌봄, 소비 구조는 완전히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는 중입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히 ‘가구 구성 변화’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인 가구는 주거·돌봄·건강·안전망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청년층 1인 가구의 주거·고용 불안은 경제활동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노년층 단독가구의 증가는 빈곤·의료·돌봄 위기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킵니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독사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결혼 기피, 노동력 축소라는 국가적 문제가 1인 가구 증가와 결합할 때 그 충격은 훨씬 크게 증폭됩니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1인 가구 정책을 더 이상 부처별 변죽을 울리는 수준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주거·고용·돌봄·세제·의료를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종합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청년층에는 소형 공공임대·코리빙 등 현실적인 주거대안을 제공하고, 노년층에는 방문의료·24시간 돌봄·응급안전망을 기반으로 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합니다. 특히 1인 가구 정책을 ‘연령별 특성’에 따라 분리해 설계해야 합니다. 청년층은 주거비·소득안정, 중년층은 고용·건강, 노년층은 돌봄·안전망이 핵심 과제입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집값과 임대료 구조를 안정시키는 주거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가족 중심 복지에서 개인 중심 복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합니다. 가족부양 기능이 약화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 제도를 유지하려 한다면 문제는 누적되고 비용은 더 커질 뿐입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이미 한국 사회의 새 표준입니다(10년 이내 1인 가구 천만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음). 미래의 사회·경제 정책들은 더 이상 ‘가족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에 맞춰 다시 설계돼야 합니다.

1인 가구 800만 시대는 주거·돌봄·노동·도시 구조를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집값과 가족문화의 변화가 만든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정부는 더 이상 미봉책이 아닌 구조적 해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이 맞닥뜨린 변화는 단순한 인구 흐름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라는 신호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투자자 관점 :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수혜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 CJ제일제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