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OTT 시장은 이제 단순한 스트리밍 경쟁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전체 판도를 뒤흔드는 ‘IP 생태계 전쟁’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급팽창하던 구독자 기반 성장은 둔화되었지만, 시장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방식이 더욱 정교하고 구조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특히 콘텐츠 수를 늘리는 단순 경쟁이 아니라, 특정 IP를 얼마나 넓게 확장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넷플릭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아마존, 애플 같은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있고, 한국 OTT 또한 더 이상 외부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수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글로벌 OTT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며, 실제 실적을 가장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390억 달러, 순이익은 87억 달러 수준이며 글로벌 가입자는 3억 명을 넘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매출 8996억 원, 영업이익 174억 원 정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OTT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에도 넷플릭스가 유일하게 분명한 이익 구조를 갖추고 있는 이유는, 광고형 요금제 확대, 계정 공유 제한, 추천 알고리즘의 정교화, 현지 제작 확대 등 플랫폼 운영 효율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단순 콘텐츠 플랫폼이 아니라 기술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진화하였고, 이 집중 전략이 기업의 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디즈니, 아마존, 애플, 워너브라더스 같은 기업들은 OTT 매출을 단독으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들의 OTT 성과를 정확하게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ESPN+, Hulu의 실적을 스트리밍 사업부 전체로 묶어서 개괄적으로만 발표하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전자상거래 구독 모델 안에 포함된 서비스라 OTT 수익이 얼마인지 별도로 추산하기 어렵습니다. 애플TV+ 또한 서비스 매출의 극히 작은 비중이어서 별도 수치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OTT ‘맥스’의 개별 수익을 공개하지 않지만, 인수전에서 평가된 기업 가치는 약 720억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해리포터, DC, HBO, 왕좌의 게임 같은 초대형 글로벌 IP를 보유한 회사라는 점이 기업가치에 크게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파라마운트의 움직임은 OTT 시장의 지각 변동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파라마운트는 2025년 말 워너브라더스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선언하며 주당 30달러의 매입 제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넷플릭스의 초기 제안보다 더 공격적인 금액입니다. 파라마운트는 CBS, 니켈로디언, MTV 등 강력한 채널 기반 IP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OTT 경쟁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었기 때문에, 워너의 HBO, DC, 해리포터 IP를 확보해 시장 판도를 뒤집으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인수전이 성사된다면 OTT 산업은 단순한 경쟁 단계를 지나 ‘IP 통합 플랫폼 전쟁’으로 본격적인 구조 개편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OTT 산업의 향후 성장을 이해하려면 시장 규모를 숫자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전망을 종합해 보면, 2025년 OTT 시장은 약 5000억 달러 수준이며 2030년에는 8000억~1조 달러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9~11%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코로나 시기의 급격한 성장률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성장입니다. 이 성장은 단순히 구독자가 늘어나는 방식이 아니라 광고형 스트리밍의 확장, 스포츠 중계권 경쟁 심화, IP 기반 굿즈·게임·라이브 행사 등 부가 사업 강화, 글로벌 현지 제작 확대, AI 기반 편성 최적화와 같은 다층적 구조에서 만들어집니다. OTT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영화·TV·게임·음악·출판 등 IP 전체를 묶는 거대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OTT 시장을 보면 더욱 복잡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만, 국내 OTT 플랫폼들은 수년째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 내 경쟁은 치열하지만 구독자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제작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OTT의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네이버·카카오 수준의 빅테크가 OTT를 통합하거나 플랫폼 개편에 나서는 ‘국내 대형 통합 모델’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 OTT가 독자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글로벌 OTT와 합작하거나 제휴하는 ‘결합 구조 모델’입니다. 세 번째는 OTT 자체보다 제작·IP 중심으로 이동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콘텐츠·스튜디오 모델’입니다. OTT만으로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제작사 중심 생태계가 강화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OTT 산업은 불확실성과 기회가 공존하는 산업입니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콘텐츠 제작비 증가, 경쟁자 증가, 구독자 성장 둔화, 규제 강화, 광고 시장 변동 등이 있으며, 이는 OTT 기업들의 수익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IP 자산 가치의 증가, 스포츠 중계권 확대, 광고형 요금제의 높은 수익성, 현지 제작 성장, 테크 기업들과의 시너지 강화 같은 강력한 기회 요인도 존재합니다. 특히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한국 제작사들은 더 큰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OTT의 자체 생존성은 낮더라도, 한국 콘텐츠 산업 자체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할 수 있습니다.
OTT 전쟁의 본질을 요약하면, 이제 승부는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IP의 질, IP 운영 능력, 그리고 플랫폼·광고·스포츠·굿즈·게임으로 확장되는 수익 다각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기술 중심 운영 모델로 수익성을 만들었고, 디즈니는 초강력 IP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애플은 압도적 자본력과 플랫폼 결합을 통해 OTT를 락인 전략의 핵심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라더스의 인수전은 산업 재편의 트리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OTT 시장은 이제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미디어·테크·스포츠·게임 산업 전체를 연결하는 거대한 생태계 전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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