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을 지금 다시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2024년부터 시장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실제로 투자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여전히 엔비디아의 GPU, 메타의 오픈소스 모델, 오픈AI의 초거대 모델 경쟁 같은 화려한 전면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AI 산업의 진짜 중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모델에서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고, 이 플랫폼 전쟁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 바로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인 AWS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비즈니스 친화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며 AI 시대의 운영체제(OS)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기업 분석을 넘어 향후 10년의 기술·산업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AI 경쟁은 결국 모델 성능의 싸움”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 기업(B2B) 시장에서는 모델의 우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이 기존의 복잡한 업무 구조와 데이터를 AI와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의 통합성**입니다. AI를 업무에 도입하려면 모델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증·보안·데이터 관리·규제 준수·비용 최적화·내부 시스템과의 연결까지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이 복잡성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기업이 AWS이며, 이는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지난 15년 동안 쌓아온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생태계의 결과물입니다.
2024년 기준 AWS의 연간 매출은 약 907억 달러(한화 약 125조 원)이며 영업이익률은 28~30% 수준까지 회복되었습니다. 전체 아마존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AWS에서 나옵니다. AWS가 이미 전 세계 기업 클라우드 시장에서 약 31%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데, 기업 시장의 특성상 한 번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이탈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이 점유율은 사실상 거대한 진입장벽입니다. 여기에 AI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더해지면 AWS의 고객 락인(lock-in)은 더욱 강력해지고, 이는 아마존의 장기 성장에 의미 있는 지렛대가 됩니다.
AI 시대에 AWS의 전략은 매우 독특합니다. 오픈AI처럼 최고의 모델을 직접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도 아니고, 구글처럼 자체 서비스 생태계를 중심으로 모델을 통합하는 방식도 아닙니다. 아마존은 오히려 한 발 뒤에 물러서서 **“모든 모델을 AWS라는 플랫폼 아래 흡수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2024년 기준 AWS의 AI 플랫폼인 Bedrock에는 앤트로픽 Claude, 메타 Llama, Cohere, Stability AI 등 주요 모델들이 모두 올라와 있으며, 앞으로 추가될 모델들도 계속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AWS는 고객을 모델에 묶는 것이 아니라 AWS 플랫폼에 묶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Bedrock을 도입한 기업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AWS GenAI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5,000곳 이상으로 추정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비용과 보안 문제인데, AWS는 이를 모두 해결해주는 유일한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기업이 AI를 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는 순간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우리는 어떤 플랫폼 위에서 AI를 운영해야 하는가”인데,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안전한 답이 AWS이기 때문입니다.
AI가 초거대 모델 경쟁에서 점차 벗어나 도메인 특화 모델과 멀티 모델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AWS에 유리합니다. 기업이 “GPT-5가 더 좋은가, Claude가 더 좋은가”를 고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의 데이터와 프로세스가 어떤 모델과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입니다. AWS는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Bedrock을 단순 모델 호출 플랫폼이 아닌 **AI 운영체제**로 확장했습니다. 데이터 거버넌스, 보안, 접근 제어, 정책 관리, 비용 최적화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플랫폼이 되었고 이 구조 안에 들어간 기업은 AWS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AWS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의 리테일·광고·물류 사업도 AI의 수혜를 동시에 받고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리테일 매출은 2024년 기준 5,310억 달러(약 730조 원)에 이르며, 아마존 광고 매출은 470억 달러(약 65조 원)로 메타·구글 다음의 디지털 광고 3대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마존 광고 사업은 최근 3년 CAGR이 약 24%이며, AI 타겟팅 도입 이후 ROAS가 크게 개선되어 광고주 재구매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추천 시스템은 아마존의 광고 효율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아마존이 보유한 고객 구매 데이터는 “구매 의도가 명확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AI와 결합했을 때 광고 효율이 다른 플랫폼 대비 월등히 높습니다. 이는 아마존 광고 사업의 영업이익률을 강화시키고 회사 전체 수익 구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류는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입니다.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글로벌 풀필먼트 센터 FC 규모는 약 300개 이상입니다. 물류 자동화와 AI 결합을 통해 라스트마일 배송 코스트가 약 15~20% 절감되었고, 분류·패킹·경로 설정 등 다양한 과정에서 AI 기반 최적화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류는 아마존이 경쟁사에게 절대 내주지 않는 핵심 영역이며, AI는 이 진입장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진짜 힘은 AI 기술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AI를 “기업 운영 시스템 전체를 대체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순간 기업들은 모델이 아니라 플랫폼을 선택해야 하고, 그 플랫폼 선택에서 AWS는 가장 큰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AWS의 강점은 안정성, 확장성, 규제 준수, 기업 정책과의 통합 등 AI 도입의 모든 복잡한 요소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은 혁신보다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원하기 때문에 AWS의 가치가 오히려 더 올라갑니다.
결국 AI 시대의 승자는 모델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 회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6년 이후 AI 산업의 진짜 경쟁은 **“어떤 모델이 가장 뛰어난가”가 아니라 “어떤 플랫폼이 기업 운영체제를 장악하는가”**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AWS는 AI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아마존은 클라우드·물류·광고·리테일이 서로 순환하며 성장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아마존을 단순한 리테일 기업이나 클라우드 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맞지 않습니다. 아마존은 AI 시대의 운영체제가 되려는 기업이며, 그 중심에는 AWS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의 표준”이라면, 아마존은 “AI 플랫폼의 표준”에 가장 가까운 기업입니다. 지금 이 기업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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