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거대한 석유 화학 단지. 끝없이 뻗은 파이프라인 사이로 4족 보행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모래 폭풍, 언제 인화성 가스가 누출될지 모르는 위험 구역에서 로봇들은 지치지 않고 순찰을 돈다. 티타늄 합금과 항공 알루미늄으로 무장한 몸체에 탑재된 센서는 인간의 눈보다 정확하게 배관의 미세한 균열과 열 변화를 감지한다. 이 강철 순찰대는 중국 특수로봇 업체 치텅지치런(세븐스로보틱스)이 개발한 방폭 4족 로봇이다.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탑재해 초당 100조 번의 연산으로 위험도를 스스로 계산하고 경로를 수정한다.
지난달 28일 중국 충칭 본사에서 만난 장저 치텅지치런 기획총괄은 “로봇 한 대가 안전요원 6~8명을 대체한다”며 중동 현장에서 실제 활약 중인 로봇 영상을 보여줬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기술력을 시찰했다는 사실은 중국이 로봇 산업에 얼마만큼 전략적 무게를 두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처럼 위험 작업, 고강도 업무가 빠른 속도로 로봇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AI 기술의 진화는 로봇을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음
로봇이 ‘피지컬 AI’의 매개체로 부상하면서 양국은 사활을 건 주도권 다툼에 돌입했음
미국은 기술적 우위에 ‘금전적 지원’ 카드까지 꺼내 들며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나섰음
4일(현지 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최근 로봇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로봇을 ‘미국 제조업 리쇼어링(회귀)’의 핵심 도구라는 점을 강조했음
미 상무부는 “로봇공학이 중요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필수적”이라며 내년에 로봇 산업 진흥을 위한 행정명령 서명을 검토하고 있음
미 의회 역시 국가로봇위원회 설치를 긴밀히 논의하는 등 워싱턴 정가와 산업계에서는 로봇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브렌던 슐만 부사장은 “첨단 로봇 공학이 제조, 기술, 국가 안보, 국방, 공공 안전 측면에서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로봇의 미래를 지배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음
미국은 세제 혜택과 연방 자금 지원을 통해 로봇 도입을 가속화하고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재편에 나설 계획임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로봇 산업 투자 규모는 23억 달러(약 3조 원)로 지난해의 두 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됨
특히 관련 기업들이 세제 혜택과 지원금 외에도 중국의 보조금 및 지적재산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통상 정책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미중 간 신경전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됨
이에 맞서는 중국의 무기는 압도적인 ‘물량’과 무서운 속도의 ‘기술 추격’임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54만 2000대 중 29만 5000대(54%)가 중국 물량이었음
미국(3만 4000대)의 거의 10배 수준으로 중국은 이미 ‘세계의 로봇 공장’이자 ‘최대 수요처’로 변모했음
주목할 점은 저가 공세를 넘어선 첨단화임. 용접과 같이 숙련공이 필요한 직종에 AI 기반 로봇이 대거 투입되며 제조업 역량까지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 됐음
최근 전기차 기업 샤오펑이 선보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은 인간과 흡사하게 걷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고 내년부터 현장에 배치돼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고 예고했음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신흥 기업 패스로보틱스나 3S로보틱스 같은 기업들은 AI 기반 용접 로봇을 상용화해 용접선을 스스로 인식하고 품질을 보정하는 기술까지 확보했음
이는 숙련공 부족으로 골치를 앓던 중국 제조업의 고질적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 있음
AI와 로봇 분야의 패권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미중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임
모건스탠리는 2050년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5조 달러(약 7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
또 지금 추세라면 이 시점 보급될 10억 대 이상의 로봇 중 30%는 중국, 7%는 미국이 보유할 것으로 추정
트럼프, 로봇 지원사격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에 이어 로봇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음
로봇산업이 AI에 이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옴
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최근 주요 로봇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면담을 하고 로봇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음
복수의 소식통은 백악관이 내년 중 로봇산업 관련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음
미 상무부 대변인은 “로봇공학과 첨단 제조업은 핵심 생산기반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필수적이며 정부는 여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소식통에게 밝혔음
미 교통부 역시 연내 로봇공학 실무그룹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음
의회도 로봇산업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음. 공화당은 최근 국방수권법 개정 과정에서 ‘국가로봇기술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고 있음
폴리티코는 이런 움직임은 로봇공학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AI 다음의 주요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음
업계는 로봇을 ‘피지컬 AI’(AI의 물리적 구현체)로 규정하며 AI 경쟁력 강화 전략에 로봇산업 육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당국에 전달했음
구글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한 로봇 스타트업 앱트로닉의 제프 카데나스 CEO는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미국도 국가 로봇 전략을 마련하고, 급성장 중인 로봇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음
브렌던 슐만 보스턴다이내믹스 부사장은 “첨단 로봇공학은 제조·기술·국가안보·국방·공공안전 등에서 미국에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로봇공학의 미래를 선점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음
미국 로봇업계는 관련 공급망을 강화하고 로봇의 광범위한 확산을 지원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나 연방 자금 지원을 바라고 있음
또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지식재산권 관행에 대응할 무역 정책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음
로봇산업은 이미 미·중 기술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음
지금까지는 중국이 훨씬 앞서고 있음.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는 17만 대로 전 세계 신규 설치량의 약 57.6%에 해당했음. IFR 추산 기준 2023년 중국 공장 내 산업용 로봇 보유량은 180만 대로 미국의 네 배에 달했음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절대 강자도 중국. 유비테크, 유니트리 등 중국 선두 기업은 이미 로봇을 산업 현장에 투입하고 있음
다수의 중국 스타트업은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음.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은 30%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어 미국 25%, 일본 10% 순으로 추정. 한국은 5%에 그쳤음
중국이 앞서 나가는 배경으로는 탄탄한 제조 인프라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꼽힘
미국이 연구개발(R&D)에 치중하는 사이 중국은 강력한 제조 기반과 정부 보조금으로 상용화 속도를 대폭 높였음
중국 정부는 지난해 ‘2027년까지 세계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 계획을 발표
올해는 AI·로봇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1조 위안(약 208조5300억원) 규모 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음
특히 중국의 공급망 경쟁력이 빠른 상용화를 이끌었음. 카메라·센서·배터리와 같은 전기차(EV) 부품이 로봇에도 쓰이면서 기술 확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음
EV 기업들은 로봇을 단순히 구매하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에 뛰어들고 있음
샤오펑은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음
중국은 이미 로봇 핵심 부품의 57%를 국산화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 ‘로봇 올림픽’ 등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음
반면 미국 로봇 하드웨어는 상당 부분을 일본 유럽에서 수입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음. 다만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강세임
앨런 버든 호주 코보틱스센터 박사는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고성능 AI 제어 시스템에서 앞서 있다”며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언급
그는 “미국은 비전 시스템부터 신경망까지 AI를 로봇의 모든 구성 요소에 통합하는 ‘풀 스택 AI’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음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로봇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장기적 정책 지원, 공급망 재편이 필수라고 지적
시장조사 플랫폼 CB인사이트는 올해 로봇 분야 투자 규모가 23억달러(약 3조3800억원)로,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음
골드만삭스는 203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를 380억달러(약 55조9700억원)로 추산
크누트센 세미애널리시스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국내 제조 역량이든 동맹국과의 공급망이든 강력한 산업 기반을 신속히 동원해야 한다”고 분석했음
<시사점>
세계 산업 패러다임이 AI에서 ‘AI+로봇’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제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로봇 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의 정점에 올려놓고 전방위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급속한 로봇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대규모 정책 드라이브를 준비하며 ‘로봇 전략 전쟁’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주요 로봇 기업 CEO들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로봇을 미국 제조업 리쇼어링의 핵심 수단으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상무부는 로봇기술이 미국의 생산능력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데 필수 요소라며 2026년 중 행정명령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통부 역시 정부 차원의 ‘로봇 실무그룹’ 발표를 준비 중이며, 의회에서는 ‘국가로봇기술위원회’ 설립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 속도는 중국의 로봇 굴기가 이미 심대한 위협이라는 인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설치대수는 180만 대로 미국의 4배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은 제조·물류·서비스·휴머노이드 등 로봇 전 영역에서 양산 체제를 빠르게 확립하며 ‘세계의 로봇공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독일·싱가포르 등도 이미 국가 차원의 로봇전략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뒤늦게 보완하는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AI 기술 발전이 휴머노이드와 자율형 로봇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로봇산업이 향후 국가 경쟁력의 핵심 분야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B 인사이츠는 올해 로봇 분야 글로벌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23억 달러로 예상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2035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 로봇업계는 세제 혜택, 연방 연구자금 확대, 공급망 강화, 중국 보조금 대응 정책 등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동화 확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목표인 제조업 일자리 창출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됨에 따라, 미국 로봇산업계는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근로자 생산성을 높여 오히려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로봇산업도 AI+로봇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으나 과제 역시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최근 국내 로봇 관련주가 크게 상승했지만, 산업 구조의 취약성은 여전합니다. 한국은 제조업 로봇 설치대수에서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로봇의 점유율은 제한적입니다. 또한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AI 기반 자율기술 등 핵심 요소는 일본·미국·중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로봇산업의 현안을 ▲부품·완제품·서비스를 잇는 공급망 부재 ▲정책 연속성·지원 속도의 부족 ▲대규모 실증 시장의 부족 등으로 요약합니다. 중국은 심천과 항저우 등지에 대규모 로봇 클러스터를 구축했지만 한국은 기업·연구·대학이 흩어져 있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도 국가적 차원의 대응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는 ‘한국 로봇전략 2050’과 같은 장기 로드맵 마련, 대규모 세제·재정 지원 패키지 도입, 스타 트리 클러스터 구축, 휴머노이드 및 AI로봇 전략 산업화, 핵심 부품 국산화, 규제혁파 및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 등 정부와 산업계의 공동 대응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중 로봇 경쟁이 향후 글로벌 제조업과 안보, 공급망 구조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역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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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563712?date=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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