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지난 2019년 고비용 등을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던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 이 원전은 미국의 에너지 기업 콘스텔레이션 에너지가 16억 달러를 투자해 2028년 초 재가동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콘스텔레이션에너지 자료 : 서울경제신문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과 일본 대미 펀드의 첫 투자처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될 것이라고 예고

  • 한미 협약상 한국 기업에 수주 우선권을 주기로 돼 있는 만큼 ‘미국발 원전 특수’에 한국 기업이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옴

  • 러트닉 장관은 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일본과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미국 내 (공장·인프라 등의) 건설을 위해 7500억 달러의 현금을 제안했다”며 “우리는 원자력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음

  • 일본의 5500억 달러와 한국의 2000억 달러(총 3500억 달러 중 조선 협력 투자 1500억 달러 제외)를 합친 금액임

  • 미국은 2050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현재 97GW에서 400GW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음

  • 당장 미국은 2030년까지 1GW 이상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기로 하고 건설 비용만 750억 달러(약 110조 원)를 쏟아부을 계획임

  • 이 과정에서 국내 원전 기업들은 기자재 조달과 시공 분야에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움

  • 업계에서는 우선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와 설계 등은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맡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음

  • 지금껏 미국 내 원전 건설을 외국 기업이 맡은 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웨스팅하우스는 1950년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하며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 하지만 이외 부분에서는 한국 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여지가 충분

  • 40년 동안 신규 원전 건설이 없었던 미국의 원전 생태계가 이미 무너진 만큼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

  • 물론 프랑스와 독일·스페인 등 유럽의 원전 기자재 기업들과의 경쟁이 예상되지만 한미 협약상 한국 기업에 우선권을 주기로 한 합의가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

  • 웨스팅하우스와의 우호적인 관계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임. 실제로 웨스팅하우스가 추진 중인 대부분의 원전 주기기 건설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맡고 있음

  • 특히 미국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공급망에도 국내 원전 생태계가 포함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미국 대형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음

  •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에 짓고 있는 SMR 데모 플랜트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가 주기기 등의 기자재를 납품하고 있음

  •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밖에 뉴스케일파워·엑스에너지 등이 주도하는 SMR 프로젝트에 주기기를 납품하고 있음

  • 건설 업계도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등 국내 업체가 미국 원자력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음

  • 미국에서도 벡텔 등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한 건설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술력과 함께 공사 기간 및 비용 관리 등 대부분 면에서 국내 기업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옴

  • 또 국내 건설 업체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프로젝트 등에서 원전 건설 기술력과 경쟁력을 선보인 만큼 미국 측에서 손을 내밀 가능성도 높음

  • 특히 현대건설과 손을 잡은 홀텍은 이날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미시간주 SMR 개발 사업과 관련해 4억 달러(약 60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도 따내며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인정받았음

  •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최근 AI 인프라 수요 급증과 원전 확대 정책 기반으로 미국 내 대형 원전 및 SMR 관련 사업 기회가 빠르게 확대 중”이라고 말했음

  • 아울러 미국 전력망 시장에 적극 진출해온 국내 전력 기기 기업들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

  • AI가 불러일으킨 전력망 교체 수요에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 기기 업체들이 현지 생산 전략을 통해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해왔고 생산능력도 부쩍 키워놓았음

  • 이 때문에 향후 원전 건설로 형성되는 새로운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

  •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원전 프로젝트 사업 자격을 따낼 가능성은 적더라도 송배전망이나 기타 발전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됨

트럼프, AI발 원전난에 원전 베팅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24일 미국 정부가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및 그 모기업인 브룩필드 자산운용, 카메코와 협력해 대형 원자로 ‘AP1000’ 건설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고 보도

  • 이번 프로젝트는 수십 년간 정체했던 미국 원전 산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지배’ 구상이 구체화된 것으로 풀이

  • 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4개 부지에 총 8기의 AP1000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

  • AP1000은 1기당 약 11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음

  • 이는 중소도시 하나를 통째로 밝히거나 거대 기술 기업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24시간 가동하기에 충분한 용량

  • 최근 전력 시장의 관심은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한 소형모듈원전(SMR)에 쏠려 있었음. 그러나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다시금 대용량 기저부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형 원전이 주목받는 상황

  • 이번 대형 원전 부활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

  • 뉴욕증시와 토론토증시에서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보유한 우라늄 기업 카메코(Cameco, CCJ)와 자산운용사 브룩필드(Brookfield, BN/BEP)의 주가가 대형 수주 기대감을 반영하며 강세를 보였음

  • 특히 카메코는 우라늄 장기 수요처 확보라는 호재가 겹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왔음

  • 반면, 최근 급등했던 뉴스케일파워(NuScale, SMR)와 오클로(Oklo, OKLO) 등 소형모듈원전(SMR) 관련주는 단기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음

  • 정부의 정책 무게중심이 당장 전력 공급이 가능한 대형 원전으로 이동함에 따라,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SMR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풀이

  • 국내 증시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주기기 제작 업체들이 미국의 원전 생태계 복원에 따른 낙수 효과를 기대하며 주목받고 있음

  • 월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베팅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선 AI 패권 전략"이라며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

<시사점>

'트럼프발 원전 르네상스, 기회는 크지만 ‘웨스팅하우스의 그늘’을 경계하라'

미국 정부가 한·일의 대미 투자금 7,500억 달러 중 일부를 원전 건설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원전 산업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압박 속에서 미국이 다시 원전을 전략 자산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탄탄한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에게는 그야말로 놓치기 어려운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호재는 ‘무조건적 축복’이 아닌데, 미국 원전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웨스팅하우스(WH)와의 복잡한 계약관계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변수이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들뜬 기대 못지않게 냉정한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우선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여전히 웨스팅하우스의 강력한 영향권 아래 있습니다. WH는 AP1000의 지식재산권을 근거로 한국형 원전(APR1400) 일부 설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비록 소송은 문서 협의로 일단락됐지만 미국 내 건설 사업에서는 WH 승인 없이 사실상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규제기관(NRC)이 WH를 ‘설계 권한(Design Authority)’으로 인정하는 구조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이는 한국 기업이 공사·기자재·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큰 역할을 맡더라도 수익 배분의 주도권을 쥐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 원전 시장의 특수성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규제기관의 인허가 절차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다층적 정치 구조는 사업 추진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합니다. 여기에 미국 노조의 강력한 영향력까지 더해지면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가 상수처럼 따라붙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과거 파산을 경험한 것도 바로 이 같은 구조적인 비효율 때문이었습니다(강성 노조, 인건비 한국 대비 3~5배, 공사지연, 비용 폭증 등).

그럼에도 한국 원전 기업에게 열리는 기회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미국이 향후 상당량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국내 기자재 기업들은 수십조 원대 수주 기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트럼프는 100GW를 400GW로 4배 확충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음). SMR(소형모듈원전) 분야에서도 미국 내 다중 기술 경쟁이 진행되는 터라 한국형 SMR이 발을 들일 여지가 충분합니다. 트럼프 정부가 계획하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역시 한국 기업의 채산성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 구조를 장악한 웨스팅하우스와 복잡한 미국 정치·규제 환경은 언제든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원전 정책은 정권 변화에 따라 급격히 방향이 바뀌는 분야입니다. 이번 기회가 장기적 수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WH와의 관계에서 기술과 계약 조건의 주도권을 넓히고, UAE 프로젝트에서 입증한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동적 협력자’가 아닌 동등 파트너로 올라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트럼프발 원전 르네상스는 한국 기업에게 지난 20년간 보기 어려웠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곧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대보다 계산이고, 낙관보다 전략입니다. 냉철한 협상력과 정교한 사업 구조 설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번 기회는 한국 원전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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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563223?date=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