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 시점 가장 쿨한 미국 주식을 소개해드리는 미국주식 연구센터입니다.
오늘은 주말 스페셜로 최근 국내 이슈를 다뤄보겠습니다.
왜냐, 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 주식 투자자들은 디스한 사건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죠.
고환율 서학개미 탓하는 한은총재?
지난 11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투자와 고환율 문제를 연결시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 발언이 담고 있는 전제와 시각이 국민의 실제 투자 현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놓고 여러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재는 최근 해외주식 투자 열풍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해외로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일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투자자들에게 해외투자를 왜 하냐고 물어보면 “쿨해서 한다”고 답했다는 일화를 전했습니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해외투자를 단순한 유행이나 분위기 탓으로 치부하는 시각은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 구조와 투자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우선 환율을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환율은 한 나라의 거시경제를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당연히 달러 수요가 커지고, 그만큼 원화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정치적 의사결정이 포퓰리즘 방향으로 흐르면 정부 지출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환율은 국가의 정책 신뢰도와 자본 흐름의 크기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에는 달러뿐 아니라 유로, 위안화, 파운드, 호주달러 등 주요 통화 전반에 대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을 매수한다고 해서 엔화나 유로나 위안화를 대규모로 환전할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대부분의 해외투자는 미국 주식에 몰려있고 달러 기반인데, 지금 나타나는 패턴은 원화가 여러 통화에서 동시에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소위 서학개미들의 미시적 요인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현상이며, 원화 자체의 전반적 체력과 신뢰도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평가가 약해졌다는 뜻으로 해석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시장을 피했었던 이유
최근 한국의 투자자들이 해외로, 그것도 미국으로 자산을 이동시키는 흐름은 여러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죠.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투자자들은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습니다.
다행히 올해 들어 눈부신 상승을 거두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 대비 몇 십 퍼센트 이상 낮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해 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국내 주식이 ‘박스피’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도 이와 연관됩니다.
문제가 뭐였을까요?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 불투명한 의사결정, 잦은 물적분할, 순환출자 구조 같은 문제가 너무 오래 누적돼 있었고, 시스템이 이를 제대로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기보다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 역시 개인투자자를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고죠. 회사가 훨씬 불리한 교환비율로 합병을 시도하거나, 인적분할로 기존 주주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일도 반복됐습니다. 투자자들이 왜 지금까지 한국 시장을 신뢰하지 못했는지 설명이 필요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
여기서 많은 분들이 물어보십니다. “그럼 왜 미국인가?” 사실 해외투자라고 하면 선택지는 많습니다. 그런데 결국 미국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미국은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이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기업들이 이미 상장되어 있는 시장이며, AI 산업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도 대부분 미국에 집중되고 있고, 전 세계 연기금과 기관들도 미국 시장을 핵심 자산으로 둡니다. 세계 시가총액의 거의 절반이 미국에 몰려 있고, 알파벳,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모두 미국 증시에 있습니다. 단지 유명해서가 아닙니다. 성장의 궤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생태계입니다. 미국은 기술·인재·자본이 한 지점에 모여 새로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AI, 클라우드, 바이오, 반도체 같은 미래 산업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죠. 이런 나라의 주식을 사는 것은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자산을 두는 선택입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해집니다. 한국 시장은 세계 시장의 약 2%에 불과하고, 인구 구조나 성장동력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죠. 이 상황에서 미국 주식을 선택했다고 해서 ‘쿨해 보여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왜 이제야 시작했냐는 질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니까 해외투자는 자기 멋을 과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나은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하는 행동입니다. 여기에는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시장 구조가 존재하고, 이를 무시한 채 해외투자를 유행처럼 보는 발언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국민연금도 앞장 서서 미국 주식 투자
물론 해외투자에는 환율, 세금 같은 변수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시장이 내 자산을 더 잘 불려주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장기적으로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미국 S&P500은 지난 30년간 10배 정도 상승했고,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선택은 기관이 앞장서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국민연금이죠. ‘국민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초대형 기관인 국민연금은 올해 미국주식을 더 공격적으로 매수했습니다.
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미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3개월 만에 약 18조7000억 원이 늘었습니다. 보유 종목은 552개로 확대됐고, 엔비디아, 알파벳, 테슬라 같은 핵심 기술주는 평가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엔비디아 보유액은 25% 넘게 뛰었고, 애플은 28% 증가했습니다. 다른 종목들이 빠질 때는 오히려 저가매수에 나섰습니다.
게다가 올해 1~3분기 해외주식 투자 규모를 보면 내국인 전체 중 국민연금이 34%, 개인투자자가 23%를 차지합니다. 국민연금은 단기 차트 보고 매매하지 않습니다. 10년, 20년 후의 성장성을 보고 비중을 조정합니다. 그들이 미국주식을 우선순위에 둔 이유는 명확합니다. 미국이 세계 기술, 혁신 산업의 중심이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AI, 반도체, 클라우드, 플랫폼 등 미래 패러다임을 결정하는 산업이 모두 미국에 몰려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를 “쿨해 보여서”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국민연금도 이렇게 공격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개인투자자들에게만 왜 책임을 묻는가?”
한국 시장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개혁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과 전자투표제 확대, 그리고 주가조작의 뿌리를 뽑겠다는 정책도 좋은 시작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가 단기간에 랠리를 이어간 것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현상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입니다. 문제의 뿌리가 워낙 깊기 때문입니다. 구조적 개혁이 더 쌓여야 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문제는 한두 개의 제도 개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문화 정착,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개편, 정치·사회적 불확실성 해소, 부동산 쏠림 완화 등 수십 년간 누적된 전체 구조를 바꿔야만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별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입니다.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신뢰하지 못하면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우려해야 할 지점은 개인투자가 해외에 돈을 보낸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돈이 왜 국내에 머물지 못했느냐입니다.
그러니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왜 개인들은 해외를 선택했는가?” 그리고 그 답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국내 시장이 주지 못한 것을 해외 시장이 제공했고, 그중에서도 미국 시장은 가장 넓은 기회, 가장 높은 성장성, 가장 견고한 생태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었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한국 투자자는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연 250만 원 수익를 공제 받고 무려 22%를 세금으로 내죠. 즉, 한국 경제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외환’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입니다.
한 개인이 미국 기업의 주주로서 배당을 받고, 주가 상승으로 달러를 벌어들여 다시 원화로 환전한다면 결과적으로 한국으로 달러가 들어오는 셈이죠.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애국이란 말을 가볍게 쓰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해외에서 돈을 벌어 한국으로 들여오는 사람을 비난하는 구조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내가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한 계기
개인적으로 저는 학창 시절에 넛지(Nudge)라는 책을 읽고 미국주식투자에 일찍 눈을 뜨게 됐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교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가 쓴 베스트셀러인데,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편향이 개입되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그중에서도 투자 관련 파트가 유독 기억에 남는데요. 챕터 10 즈음인가, 스웨덴 연금제도의 기본 포트폴리오 구성과 개인들이 직접 선택해서 만든 포트폴리오를 비교하는 파트가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스웨덴 기업의 주식을 과도하게 많이 담았다는 사실이었는데요. 세계에서 스웨덴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퍼센트에 불과한데, 스웨덴 투자자들은 전체 자산의 거의 절반(48.2%)을 자국 시장에 넣어버린 것이죠. 리처드 세일러 박사는 이 현상을 ‘자국 편향’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착각하는 시장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묻습니다:
'만약 독일이나 일본 투자자가 글로벌 분산투자를 한다면, 스웨덴 주식 비중을 자연스럽게 1퍼센트 정도만 가져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스웨덴 투자자들이 여기에 48배를 넣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반면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6%에 불과합니다. 세계 경제의 1.6%만 바라보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세계의 98.4%를 포기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됩니다. 이 상황에서 미국 주식을 하는 이유를 ‘쿨해 보여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왜 이제야 시작했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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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과거 이창용 한은 총재 발언에서 그나마 타당한 부분은 레버리지 위험에 대한 우려입니다.
대한민국 투자자들은 성장성과 리스크, 그리고 레버리지 상품을 사랑합니다.
지난 3개월 기준으로 봐도 대한민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20위 중에 2배 레버리지 상품이 4개나 포진이 되어 있습니다.
결코 가벼운 비중이 아닌데요. 레버리지는 단기적으로 방향을 잘 맞추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지만, 반대로 한 번 방향이 틀리면 계좌가 빠르게 녹아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수익률만 크게 나오면 된다’는 태도로 접근하면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지만, '빨리 돈을 벌고 싶다'라는 마인드로 투자를 접근하시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서 레버리지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죽하면 레버리지의 민족이라는 말이 나올까 싶기도 하고요.
다만 정부가 개인 투자자를 때때로 ‘과도하게 보호해야 할 어린이 같은 존재’처럼 취급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있는데, 이건 오히려 역효과를 낳습니다. 저는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 역시 대한민국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교육과도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단칼에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정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성장시킬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올바른 정보와 투명한 시장, 신뢰받는 정책, 그리고 충분한 금융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해외투자를 비난할 게 아니라, 왜 사람들이 그 선택을 했는지부터 이해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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