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미와 시사점

#누리호#

https://youtu.be/yzYzKr_grBE

“3, 2, 1, 발사!”
네 번째 누리호가 27일 오전 1시13분 성공적으로 발사
2023년 5월 누리호 3차 발사 이후 2년 반만
이번 발사는 민간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과 조립을 주도하고, 발사 운용에 참여한 첫 사례
‘올드 스페이스(국가·정부기관 주도)’를 벗어나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시대로 본격 진입한 것
누리호는 이날 주 탑재 위성과 큐브(초소형) 위성 13기를 600㎞ 고도에 안전하게 올려놓는 네 번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날아올랐음
누리호는 한국에서 발사된 7번째 발사체이자, 민간 기업이 주도해 제작한 첫 번째 국내 우주 발사체
이번 4차 발사가 성공함으로써, 한국은 또한 민간이 우주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우주 배송’ 시대를 열게 됐음
우리 기업이 만든 로켓으로 전 세계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갖추게 됐다는 뜻임

민간우주시대 열리다

지난 3차 땐 누리호 제작·조립을 정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가 주도하고, 한화는 이를 보조하는 입장이었으나, 이번엔 한화가 기술을 이전받아 발사체 제작부터 조립까지 거의 모든 업무를 맡았음
4차 발사 자체는 항우연이 맡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도 준비와 발사 과정에 참여,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했음
한국의 발사체 개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음.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세 차례 시도 끝에 처음으로 목표 궤도에 오른 것이 2013년 1월임
당시 나로호는 1단부 로켓과 엔진을 러시아에서 도입해 사용. 나로호를 쏘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독자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완성하기 위해 약 2조 원을 투자, 누리호를 완성
‘세상 혹은 우주’를 뜻하는 순우리말 ‘누리’에서 이름을 따왔음
2021년 1차 발사에선 1.5t급 모형 위성을 실은 채 날아올랐으나 위성 궤도 안착엔 실패
2022년 두 번째 누리호는 1.3t급 성능 검증 위성과 큐브(소형) 위성 4기를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 다만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이 아닌 검증용
2023년 5월 25일은 비로소 세 번째 누리호가 처음으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민간 큐브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시킨 날
국가와 민간이 함께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로켓으로 우리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우주 강국’의 목표에 첫발을 내디딘 것
그리고 2년 반 만인 2025년 11월 27일 1시13분, 누리호는 네 번째로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음

오로라 측정 위해 ‘밤’에 날았다

이날 누리호는 오전 1시 13분 새벽 시간에 발사
당초 0시 55분 발사 예정이었으나, 회수 압력 센서의 신호 이상이 감지돼 발사 시각이 18분가량 연기됐음
발사 시각이 처음으로 밤으로 정해진 건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고 우주 자기장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
이를 위해선 600㎞ 상공의 태양동기궤도까지 진입해야 하는데,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발사장과 목표 궤도면이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이 오전 0시 55분 무렵
지난 3차 땐 저녁 6시 24분에 발사.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오로라 관측을 위해 특별한 궤도에 맞추다 보니 처음으로 누리호 발사 시간이 밤으로 정해졌다”고 했음
누리호는 이날 27일 1시13분 성공적으로 발사, 고도 63.4㎞에서 1단 엔진을 성공적으로 분리한 뒤, 발사 4분쯤엔 고도 257.8㎞ 지점에 이르러 2단 엔진 분리를 완료
발사 13분쯤 지났을 땐 목표 고도인 600㎞에 진입, 위성 1차 분리(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시작으로 큐브위성 12기를 순차적으로 모두 분리 완료

13기 위성, 우주서 오로라 관측·신약 개발 등 수행

13기 위성들은 우주 궤도에 안착하면 각종 관측과 실험 임무를 수행하게 됨
먼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무게만 516㎏. 덩치 큰 암소 한 마리 정도 무게.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고 우주 자기장을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
오로라를 관측하는 것은 지구 바깥 우주 날씨가 얼마나 험악한지를 감시하는 것과 같음. 이를 통해 GPS 오차를 바로잡을 수 있고, 내비게이션, 항공기 운항, 자율 주행차의 위치 오차를 줄일 수 있음
여기엔 세 가지 장비가 실림. 우주 자기장과 플라스마를 측정해 우주 날씨를 예측하는 ‘아이엠맵’, 오로라와 대기광을 촬영할 카메라 ‘로키츠’, 우주에서 3D 프린터로 줄기세포를 키우고 생체 조직을 만드는 것을 시험하게 될 ‘바이오캐비닛’임
큐브 위성 12기도 각자의 임무를 수행
국내 기업 우주로테크가 만든 ‘코스믹’은 임무를 마치면 스스로 궤도를 떠나 위성을 폐기하면서 ‘우주 쓰레기 폐기 기술’을 시험
스페이스린텍이 만든 ‘비천(BEE-1000)’은 우주에서 항암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결정(crystal) 형태로 키우는 것을 실험. 우주에서 신약 개발을 수행하는 첫 단계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쌍둥이 큐브 위성은 궤도에서 분리됐다 합쳐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지구 대기를 3D로 관측
KAIST의 ‘케이-히어로’는 작은 전기 추진기를 달아 스스로 움직이는 큐브 위성. 여러 위성이 함께 움직일 때 필요한 기동력을 시험

반복 발사로 위성 데이터 축적, 한국형 우주경제 생태계 연다

“누리호는 발사 성공 여부보다 안정적·주기적으로 발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올해 초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누리호 발사는 차세대 중형 위성을 싣고 반복 발사의 첫 시작을 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음
그는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발사 주기를 단축하고 반복적으로 실험해야 한국 발사체 기술이 비로소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 비용을 절감하고 성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의미
26일 항공우주 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로 우리나라도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향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음
우주항공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발사체 제조와 운영 전 과정을 주도한 만큼 누리호 발사의 성패와 관계없이 반복 발사와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한국형 우주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음
실제로 글로벌 우주 시장은 이미 ‘데이터 축적 경쟁’으로 이동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위성 데이터 서비스 시장은 2024년 121억 달러(약 17조 7000억 원)에서 2030년 296억 달러(약 43조 3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
위성 데이터 서비스는 지구 관측 영상, 기후·환경 정보, 국방 감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산업계와 정부의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서비스로 ‘위성 반복 발사→데이터 축적→분석 고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핵심
자연히 더 많은 발사 경험과 데이터 자산을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

현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는 단연 미국
미국의 플래닛랩스와 맥사테크놀로지스는 연간 수십 차례의 발사를 기반으로 방대한 지구 관측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농업·도시계획·방위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미 상용화했음
중국 역시 항공우주과기집단(CASC)을 중심으로 연간 50~60회 이상의 고빈도 발사를 이어가며 데이터 축적 속도에서 미국 다음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음
유럽은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강력한 위성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한 지역으로, 특히 유럽연합(EU)과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하는 ‘공공 중심 모델’이 가장 큰 특징
유럽은 대규모 지구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를 통해 센티널-1·2·3 등 수십 기의 공공 위성을 운영하며 기후, 환경, 재난 대응 데이터를 전 세계에 무료 개방
여기에 에어버스·탈레스·OHB 등 민간기업이 고해상도 위성(Pleiades·SPOT) 제작과 상업 데이터 서비스를 맡아 공공 데이터를 보완
이처럼 글로벌 위성 데이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번 누리호 발사는 한국이 후발 주자로서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
한국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기술 독립성은 확보했지만 정기적·고빈도 발사 인프라가 부족해 데이터 축적 속도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더딤
그런 점에서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 과정을 주도한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우주산업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라는 상징성을 가짐
이번에 누리호에 실린 위성들은 이 같은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 확보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임
주탑재체인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는 오로라·대기광 관측기(ROKITS), 전리권 플라스마 및 자기장 관측기(IAMMAP) 등 우주 환경 관측 장비와 우주 바이오 실증 장비(BioCabinet)를 탑재했음
함께 실린 12기의 부탑재 초소형 위성들은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 검증 위성으로 반복 발사 체계를 위한 핵심 기술인 통신 모듈, 자세 제어 시스템, 초소형 카메라 등을 우주 환경에서 직접 시험
일부 위성은 농업·해양·도시 환경 변화를 관측하는 임무도 수행해 지속 관측 데이터 확보에 기여할 예정
또한 저궤도 통신 기술 실험을 수행하는 위성은 향후 한국형 우주인터넷, 사물인터넷(IoT) 통신망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됨
전문가들은 한국이 본격적으로 위성 데이터를 생산하고 축적하는 단계로 전환되는 시작점에 왔다고 평가하고 있음
민간 주도의 반복 발사가 정착될수록 한국도 글로벌 위성 데이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안재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반복 발사는 신뢰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과제이지만 공백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누리호는 6차까지 반복 발사를 하면서 신뢰성과 비용을 지금보다 개선시키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는 시기까지 공백기에도 계속해서 누리호를 기반으로 다양한 데이터 축적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음

<시사점>

누리호 4차 발사가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두며 한국 우주개발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번 발사의 가장 큰 의미는 발사체 조립·점검·발사대 운용 등 핵심 과정을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실상 주역으로 수행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일부를 민간에 넘긴 것이 아니라,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 체제가 민간 중심의 우주산업 구조로 전환되는 역사적 분기점이 마련된 셈입니다.

세계 우주산업의 질서는 이미 스페이스X 등장 이후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구조로 급변했습니다. 우주기술은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산업·경제의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뒤늦게나마 한국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는 점에서 이번 발사는 기술적 성공을 넘어 산업 체질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 사건입니다.

한국이 민간우주시대를 제대로 열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단계별 청사진이 필요합니다. 우선 2027년까지는 누리호의 반복 발사와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통해 민간 독자 운영 능력을 완전 정착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품·엔진·항법 등 전후방 산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우주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할 것입니다.

2030년 전후로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위성군집(메가콘스텔레이션) 사업 참여 등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통신·정찰·기상·AI 기반 위성데이터 산업은 민간 우주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것입니다.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발사 허브 경쟁도 이때 본격화될 것으로 봅니다. 203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국이 직접 발사서비스를 수출하는 ‘우주경제국가’로 도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여기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첫째, 재사용 발사체 기술 확보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야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둘째, 우주산업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기에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제도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우주전용 펀드, 세제 인센티브, 우주기업 특례상장 등 자본시장의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셋째, 정부는 기술 주도자가 아니라 규제·인프라 제공자로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장기 전략의 지속성과 정책 안정성도 담보돼야 합니다.

넷째, 구조적 인력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우주공학·재료·시스템엔지니어링 등 전문 인력을 공급할 교육·산업·국방의 3각 인력 생태계가 시급합니다.

우주산업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며, 이미 국가 안보, 통신,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습니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이 그 문을 두드리는 데서 더 나아가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산업 국가로 가는 길에 본격적으로 올라섰음을 보여줍니다.

민간우주시대는 국가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시장을 열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어야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이번 성공을 계기로 한국이 우주경제의 전략적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투자와 더 긴 호흡의 정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누리호가 한국 우주산업의 ‘새로운 출발선’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