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더리움 보유 기업 비트마인 이머션 테크놀로지스가 주가가 4개월 최저치를 기록하던 지난주에 이더리움 1억 9,500만 달러어치를 추가로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비트마인 이머션이 보유한 이더리움이 전체 공급량의 3퍼센트에 해당하는 363만 개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시세 기준으로 약 101억 달러 규모입니다. 기업 하나가 이더리움의 3퍼센트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지표죠.

흥미로운 점은 주가 흐름입니다. 지난 주말 사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코인 가격에서 반등이 살짝 나와주면서 BMNR 주가는 매수 발표가 나온 직후 하루 만에 10퍼센트 반등했지만, 한 달 누적으로는 여전히 40퍼센트 넘게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 패턴은 다른 디지털 자산 보유 기업들, 즉 DAT 기업 전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주가가 보유 자산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소위 NAV 할인 구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트마인은 이런 와중에도 지금처럼 큰 폭으로 이더리움 매수를 단행한 것인데요. 이번 매수 규모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작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 이만한 매수를 진행한 것 자체가 시장에서는 대담한 선택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코인셰어스 리서치 책임자 제임스 버터필(James Butterfill)은 지금처럼 DAT 기업들에 대한 의심이 커진 환경에서 이런 행동은 가격적 관점에서 전략적 포지션을 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비트마인 이머션 측은 이번 매수를 위해 어떻게 자금 조달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서 유동 현금이 6억 700만 달러에서 8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기존 보유 자산을 활용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죠. 또한 이 회사는 여전히 192개의 비트코인과 월드코인 관련 기업 지분 3,800만 달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비트마인 회장 톰 리(Tom Lee)가 코인펀드(Coinfund) 대표 크리스 퍼킨스(Chris Perkins)와 나눈 대담이 40분짜리 분량으로 유튜브에 올라왔는데요. 최근에 비트마인 실적 발표와 맞춰 내놓은 의장 메세지에서 담았던 내용과 함께 좀 더 디테일한 내용도 있었는데요.

특히 이더리움이 내년 1월까지 9천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2500 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열어두는 게 좋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왜 이번 실적 때 주당 0.01 달러짜리 배당을 발표했는지까지 얘기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톰 리는 이더리움이 올라야 주가가 오르는 비트마인 이머션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회장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코인에 강세적인 관점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투자 관점이 고착되지 않게끔 어느 정도 걸러 들어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현 시점 암호화폐 시장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토큰화 슈퍼 사이클의 개막?

먼저 톰 리가 제시한 관점 중 가장 눈에 띈 부분은 1971년과 현재를 나란히 놓고 보는 시각입니다. 최근에 채널에서 다뤘던 내용인데요. 그는 현재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체질 자체가 변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 제도를 중단하면서 달러는 실물 금과 분리되었고, 이때부터 달러는 소위 ‘합성 자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당시 월스트리트는 이 새로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MMF(머니마켓펀드), 선물, 옵션 등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었고, 이 과정이 금융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죠.

토머스 리는 지금의 상황이 이때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달러가 블록체인 위로 올라가는 변화가 핵심이죠.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가 디지털 형태로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된 것으로, 실제 미국 국채 등을 담보로 가치가 유지되는 일종의 디지털 달러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기술적 편의를 넘어, 전통 금융의 자산들이 하나씩 토큰화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 톰 리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지금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블록체인 기반 기업 중 하나인 테더(Tether)는 시가가 400조에서 500조 원 규모로 평가되고 있으며, 세계 2위 은행 수준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단 몇백 명 남짓의 직원으로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는 셈이죠.

톰 리는종이 형태로만 존재하던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블록체인에 올라온 것은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대부분의 자산이 모두 토큰화돼 24시간 365일 거래되는 시대가 열린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그는 이 흐름을 ‘토큰화 슈퍼 사이클(Tokenization Super Cycle)’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2025년이 이 흐름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여기서 비트마인 이머션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대목은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이더리움이 위치한다는 판단입니다. 과거 월스트리트가 달러를 위해 파생상품 시장을 만들었듯이, 전 세계의 자산이 올라갈 ‘그릇’이자 ‘결제 인프라’가 이더리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톰 리는 이더리움의 내년 2026년 1월 목표가를 7,000 달러에서 9,000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런 장기적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바탕으로 내린 전망인 것인데요.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세 달 안에 현재 가격 대비 2배에서 3배가 오른다는 건데 어느 정도 걸러 들을 필요는 있겠습니다.


이더리움 2,500달러까지 떨어진다?

장기적인 전망이 밝다고 해서 단기 하락장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톰 리는 최근의 가격 급락이 시장에 남긴 대미지를 잘 알고 있는데요. 그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전략가이자 기술적 분석가인 톰 드마크(Tom Demark)의 진단을 인용하며 현재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했습니다.

톰 드마크는 지금 이더리움 시장에서 기계적이고 강제적인 청산이 반복되고 있다고 봅니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누군가가 혹은 특정 세력이 어쩔 수 없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신호라는 건데, 구조적 매도 압력이 점차 끝나가는 단계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톰 리가 오히려 이더리움 가격이 더 빠지기를 기다리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는 것입니다. 톰 드마크가 제시한 이더리움의 진정한 바닥 가격은 2,500달러 부근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2,500달러는 공포스러운 가격대지만, 톰 리는 시장이 여기까지 내려가서 '마지막 매도자(Last Seller)'까지 털고 나가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악재가 터져도 더 이상 팔 사람이 없는 상태, 즉 '매도 실종' 상태가 되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바닥이 형성되고 건강한 상승을 위한 '매수 셋업'이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톰 리는 지금의 하락장을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이 기관으로 넘어가는 거대한 손바뀜 과정, 즉 '기관 주도의 플리프닝(Flippening)' 단계로 정의하며 공포를 견뎌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포가 깊어질수록 개인은 빠지고 기관은 들어오며, 이런 단계가 지나야 진짜 상승 사이클이 열린다는 것인데요. 시장에서 더 이상 팔 사람이 없는 “마지막 매도자”가 사라지는 순간, 비로소 정상적인 상승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관점은 곱씹을만한 것 같습니다.


비트마인 이머션의 큰 그림

그렇다면 비트마인 이머션은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을까요? 인터뷰에서 드러난 비트마인의 전략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금'을 금고에 쌓아두는 전략을 취한다면, 비트마인은 월스트리트의 전통 금융과 이더리움의 기술 생태계를 연결하는 능동적인 '다리(Bridge)'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톰 리는 이 전략의 구체적인 사례로 두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첫 번째는 '메이븐(MAVAN)'이라 불리는 자체 스테이킹 네트워크 구축입니다. 단순히 이자를 받는 것을 넘어, 미국 재무부 제재(OFAC)를 준수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는 검증된 스테이킹 표준을 직접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오브스(Orbs)'라는 티커로 알려진 월드코인(Worldcoin) 관련 기업에 대한 2,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입니다. AI와 봇이 범람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홍채 인식을 통해 '인간임'을 증명하는 기술은 앞으로 필수적인 인프라가 될 것이고,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생태계 위에서 작동하는 이런 유망한 프로젝트들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전략이죠. 즉, 비트마인은 단순한 투자 회사가 아니라 웹3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술 지주회사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1센트 배당의 숨은 의도와 M&A 전망

마지막으로 톰 리는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저평가 문제'와 '배당'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비트마인이 주당 0.01달러, 즉 10원 남짓한 배당을 발표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톰 리의 설명은 전혀 달랐습니다. 여기에는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건데요. 그는 엔비디아(Nvidia)를 예로 들며 테크 기업이 배당을 지급하기 시작하는 순간 회사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배당을 지급하는 테크 기업은 ‘투기적 성장주’가 아니라 ‘제도권 우량주’로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실적 발표 자료에서도 비트마인은 증시에 시총이 가장 큰 16개의 AI 및 MAG7 종목 중 9개의 종목만 배당을 지급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비트마인의 전략은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할 수 없는 특정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배당을 지급하는 순간, 정관상 '배당주만 매수할 수 있는' 거대 인컴 펀드나 보수적인 연기금들이 비트마인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트마인의 배당은 금액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군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여는 신호’라는 거죠.

하지만 톰 리 역시 현재 비트마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 기업들이 겪고 있는 '순자산가치(NAV) 할인'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코인 가치보다 주가가 더 싸게 거래되는 상황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톰 리는 이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업계에 피바람이 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비용 구조가 방만하거나 주주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작은 DAT 기업들은 도태되거나 헐값에 팔려나가는 인수합병(M&A) 시즌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결국 살아남는 소수 기업만이 슈퍼 사이클을 온전히 누릴 자격이 있다는 주장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톰 리의 인터뷰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1971년 이후 달러 시스템이 전례 없는 성장을 맞았듯, 2025년이 토큰화된 금융 세계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꽤나 대담하긴 합니다. 하지만 올해 펼쳐졌던 스테이블코인의 흐름을 보면 말이 안 되지도 않습니다.

한편 톰 라는 비트코인이 내년 초에 9000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강세주의자입니다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2,500달러까지 가격이 열려 있다고 말한 부분도 흥미로웠는데요. 이더리움이 3,000 달러, 넉넉하게는 3,300 달러를 강하게 뚫고 오르기 전까지는 신저점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과연 비트마인은 이 위기를 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 기업이 될까요. 아니면 톰 드마의 분석대로 바닥을 완전히 확인하는 시간을 더 보내야 할까요. 확실한 것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쩌면 지금이 암호화폐 시장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라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앞으로의 수익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