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vs. 코인 업계?

최근 전통 금융권과 암호화폐 업계 사이에 예상치 못한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지구 최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 체이스가 비트코인 지지자들, 고액 자산가들, 그리고 정치권 인사들까지 모두의 비판을 한꺼번에 받는 상황이 된 건데요. 유명 암호화폐 기업 대표가 JP모건 은행 계좌를 이유 없이 폐쇄당한 사건에서 시작해서, MSCI가 비트코인을 대거 보유한 기업을 지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에 대해 JP 모건이 스트래티지를 저격한 사건까지 겹치며 갈등이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특히 지금 코인 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분노도 함께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JP모건을 보이콧하자는 얘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게 JP 모건의 규모를 생각하면 찻잔 속의 태풍일 수도 있어서 딱히 타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흥미로운 흐름이라 하나씩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암호화폐 기업 대표의 은행 계좌가 갑자기 폐쇄됐다?

이번 논란은 스트라이크(Strike)라는 암호화폐 기업 대표 잭 말러스(Jack Mallers)가 자신의 개인 계좌가 JP모건에 의해 갑자기 폐쇄됐다고 밝히면서 시작됐습니다. 스트라이크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빠르고 저렴하게 결제를 처리하는 회사로,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대중화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말러스는 JP모건이 보낸 계좌 폐쇄 안내문을 액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고 SNS에서 자랑스럽게 밝혔는데요. 안내문에는 말러스 계좌에 ‘우려되는 활동(concerning activity)’이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은행이 앞으로 본인에게 계좌를 새로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어떤 활동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습니다.

말러스 대표의 가족은 30년 넘게 체이스를 사용해 왔다고 하는데요. 왜 계좌를 폐쇄했냐고 물어봐도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만 반복됐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많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이 조치를 단순한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특정 업계, 특히 암호화폐 업계를 겨냥한 행동으로 해석했습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게 바로 ‘디뱅킹(debanking)’이라는 개념인데요. 말 그대로 은행이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계좌를 제한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관행을 말합니다. 이유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논란이었죠.

오바마 행정부 시절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Operation Choke Point)’라는 정책이 있었는데,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업종을 은행이 멀리하게 만들었던 조치입니다. 이후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이라는 표현이 생겼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주장을 부인해 왔지만, 스트라이크 같은 기업들이 은행 계좌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계에서는 여전히 불신이 남아 있었습니다. 잭 말러스 사건은 이런 의심에 다시 불을 붙였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여름에 ‘암호화폐 관련 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좌를 폐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까지 내린 상황이기 때문에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MSCI 퇴출 가능성으로 스트래티지 저격한 JP모건

잭 말러스 사건은 코인 투자자들의 분노에 불을 붙인 격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엔 더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인뎅요. MSCI가 새로운 지수 규칙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퍼졌던 거죠. 특정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절반 이상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라면 MSCI 주요 지수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MSCI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수 사업자 중 하나입니다. MSCI USA 같은 지수는 미국 시장의 85퍼센트를 추적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빠지는 순간 수많은 기관투자자들이 그 기업의 주식을 강제로 팔아야만 하죠. 반대로 지수에 포함되면 자연스럽게 매수 수요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지수 편입 여부는 기업 주가에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이번 MSCI 신규 규칙 초안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 특히 스트래티지(Strategy, 이전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스트래티지는 현재 64만 9천 BTC를 보유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보유하고 운영하는 것 자체가 핵심 사업인 기업입니다.

여기서 논란을 크게 키운 건 , JP모건이 MSCI 규칙 변경 가능성을 분석한 리서치 노트를 배포했다는 점입니다. 스트래티지(MSTR)가 MSCI 지수에서 빠지면 최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도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새로운 규칙 초안을 만든 것은 MSCI이지만,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왜 하필 지금, 왜 JP모건이 이런 내용을 강조하느냐”는 의문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MSCI 지수 이슈를 이용해서 스트래티지와 비트코인을 간접적으로 공격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온 거죠.

예를 들어 비트코인 기업 분석 플랫폼 ‘Bitcoin For Corporations’의 애널리스트 아드리안(Adrian)은 JP모건이 지난 10월 10일 발생한 암호화폐 시장 급락을 일부러 촉발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JP모건이 사용한 MSCI 문서가 이미 6주 전부터 공개돼 있었고, 시장이 그동안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11월 들어 비트코인과 스트래티지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이자, JP모건이 이 오래된 자료를 다시 꺼내 ‘MSCI 지수 제외 가능성’을 강조하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입니다. 아드리안은 이를 "다 끝난 이야기를 재가공해 공포를 증폭시키는 전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또한 그동안의 일련의 타이밍을 분석해 “기업형 비트코인 보유 회사들을 겨냥한 계획된 압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크립토 전문가 마리오 나우팔(Mario Nawfal) 역시 JP모건이 약세장의 공포를 의도적으로 확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JP모건이 비트코인과 스트래티지 주가가 연속 하락하던 약한 장세에서 ‘지수 제외 위험’을 유난히 강조한 점을 “전형적인 월가의 타이밍”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투자은행가 사이먼 딕슨(Simon Dixon)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그는 JP모건이 스트래티지를 장악하려 한다며, 스트래티지가 기업 부채를 활용하는 순간부터 월가의 힘에서 자유롭지 못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딕슨은 세일러가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끌어오도록 강조했던 점도 ‘시장 중앙화와 강제 청산 위험을 키운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주장들이 확산되면서, 단순한 지수 규정 논의였던 MSCI 초안은 업계 전체의 격렬한 의심과 분노를 불러오는 요인이 됐습니다.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입니다. 비트코인은 가치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고,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JP모건 리서치가 MSCI의 이 초안을 그대로 전달한 것만으로도 업계에서는 적대적 행동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시점부터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됐습니다.


JP 모건 보이콧 확산?

부동산 투자자이자 비트코인 지지자인 그랜트 카도네(Grant Cardone)는 자신의 JP모건 체이스 계좌에서 2천만 달러를 빼 웰스 파고(Wells Fargo)로 옮겼다고 공개했습니다. 그는 팔로워들에게도 “가능하면 계좌를 닫으라”고 권했습니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정책에 관여해온 맥스 카이저(Max Keiser)이라는 인물은 JP모건이 스트래티지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처럼 보인다며, 주가가 반등하면 은행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담은 게시글들이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JP 모건 보이콧 운동이 하나의 캠페인처럼 보일 정도로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사건의 여파가 더 커진 이유는 정치권 인사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디지털 자산 정책을 담당했던 보 하인스(Bo Hines)는 앞서 얘기한 잭 말러스 계좌 폐쇄 논란을 두고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는 이미 끝난 거 알고 있지?"라며 JP 모건 체이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Eric Trump) 또한 자신의 가족 역시 트럼프 1기 말에 주요 은행들의 계좌 해지를 경험했으며, 이것이 결국 가족이 암호화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인터뷰에서 정치적 이유로 은행들의 대우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정치적 맥락이 겹치면서, 이번 사건은 전통 금융 업계에 대한 비판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마이클 세일러와 스트래티지(MSTR) 운명은?

이 모든 일이 벌어지기 직전, 코인 시장은 이미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가 12만 6천 달러에서 약 8만 달러 후반까지 급락했고, 한 달간 청산액은 2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채굴주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한 시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잭 말러스의 계좌 폐쇄 소식, MSCI 규정 변경 초안, JP모건 리서치 노트까지 연달아 터지며,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한편 최근 채널에서 다뤘듯이 스트래티지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는 MSCI 지수 퇴출 논란에 즉시 반박에 나섰습니다. 그는 자신들의 회사를 펀드나 신탁 같은 수동적 투자 구조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트래티지는 실제로 소프트웨어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며, 비트코인을 재무 전략의 일부로 활용할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또 스트래티지가 올해에만 다섯 종류의 ‘디지털 신용 상품’을 발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비트코인을 담보로 발행한 스트레치(STRC)라는 새로운 형태의 채권형 상품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회사를 넘어,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금융기관을 구축하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세일러는 MSCI 지수 편입 여부는 회사의 장기적 목표와 무관하다고 말한 거죠.

암호화폐 산업이 성숙해지면서 전통 금융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런 마찰은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규제가 특정 산업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장기적으로 더 큰 주제가 될 수 있겠죠.

재밌는 건 트럼프 정부 들어 전통 금융권마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품으려는 과정에서 이러한 논란이 발생했다는 것인데요. 특히 올해 JP 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은 자사 클라이언트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에 대한 본인의 회의적인 시각은 버리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요.

어떤 사람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JP모건이 스트래티지를 무너뜨리려고 코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고 한다'는 주장부터 시작해서 '비트코인 가격 떨어뜨리고 본인들이 줍줍하려고 한다' 등 여러가지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사태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MSCI가 실제로 규정을 바꿀지, 더 많은 코인 기업들이 계좌 문제를 공개할지, 그리고 비트코인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시간만이 알려주겠죠.

한편 지난 1달 간 20% 하락한 비트코인은 지난 주말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88,000 달러를 뚫었다가 초단기적 조정을 겪으며 떨어지고 있는 모습인데, 88,000 ~ 90,000 달러 구간을 뚫고 93,000 달러 위까지 올라 온다면 꽤나 유의미한 반등이라고 볼 수 있겠으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