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공포 속 비트코인의 반등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이 주말 사이 시장에서 다시 반등했습니다. RSI 지표가 극단적인 과매도 구간에 도달했고, 2억 달러가 넘는 청산이 발생하면서 주말 특유의 얇은 유동성 속에서 매도세가 사실상 소진된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반등의 핵심은 비트코인의 RSI 신호였습니다. 암호화폐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Ali Martinez)는 일요일 오전 11시 19분 UTC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극단적인 과매도 구간’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는데요. RSI(Relative Strength Index, 상대강도지수)는 가격 변화 속도를 0에서 100 사이의 수치로 보여주는 모멘텀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RSI가 30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세가 과도하게 쏠린 상태로 해석되며, 단기 반등 가능성이 커진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죠.

마르티네즈가 공유한 차트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2023년과 2025년 3월에 비트코인이 같은 과매도 구간에 내려갔을 때도 이후 단기적인 상승이 뒤따랐습니다. 이 사람이 글을 올렸을 당시 비트코인은 약 8만 4,173달러 선이었습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약 8만 7,350달러를 기록하며 주말 사이 저점 대비 약 6 퍼센트 반등했습니다.

전체 암호화폐 시장도 동시에 상승했는데요.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 24시간 동안 3% 이상 올라 2조 9,800억 달러 수준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주요 상위 자산 대부분이 동반 상승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더리움은 약 5 퍼센트 상승해 2,864달러 선에 거래됐고,

솔라나, BNB, 도지코인, 에이다, 트론 등도 모두 하루 기준으로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리플(XRP)은 약 8 퍼센트 올라 2 달러 선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난 한 달간 전체 시장이 크게 조정을 받은 만큼 여전히 누적 낙폭은 상당한 상태이지만, 주말 사이 반등은 최근 몇 주 동안 이어진 매도 압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이번 반등은 주말 동안 파생상품 시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청산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지난 주말에 동안 약 117,928명의 트레이더가 청산됐고 금액으로는 약 2억 63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주말은 전통적으로 유동성이 얇아 가격 변동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하락과 반등에도 같은 특징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반등에도 불구하고 시장 심리는 여전히 매우 취약한 상태입니다. CMC 크립토 공포·탐욕 지수는 12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주말에 기록했던 10보다는 약간 나아졌지만 여전히 ‘극단적 공포’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장은 이번 반등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인지 아니면 더 의미 있는 추세 전환의 신호인지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진짜 바닥?반등의 지속성은 불확실

한편 이번 반등에 대해 여러 애널리스트들은 “저점 이후 단기 반등(post-flush bounce)”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즉, 이번 가격 상승은 구조적인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과매도 이후 나오는 즉각적인 기술적 반등이라는 해석이 우세한 것인데요.

크로노스 리서치(Kronos Research)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빈센트 리우(Vincent Liu)는 현재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 흐름은 전형적인 포스트 플러시 바운스(급락 뒤 일어나는 기술적 반등)로 보입니다. 유동성은 얇고 매수 주문은 분절되어 있으며, 매수세는 얕은 가격대를 탐색하면서 안정적인 지지선을 찾고 있습니다. 장기 보유자들은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을 모으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8만 5천에서 9만 달러 사이의 좁은 범위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큽니다.”

BTC 마켓(BTC Markets)의 암호화폐 분석가 레이첼 루카스(Rachael Lucas)도 신중한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깊은 조정을 거친 뒤 현재는 횡보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단기적으로 8만 6천 달러 위에서 버티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구조 자체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입니다.”

루카스는 비트코인이 지속적으로 8만 8천 달러 이상을 회복해야 본격적인 바닥 다지기 과정이 확인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이 구간을 회복하지 못하면 다시 8만 달러 선으로 되돌아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죠.

루카스는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이탈이 아니라 ‘로테이션 단계’입니다. ETF 자금 유출도 리스크 관리 차원이지 시장을 떠나는 움직임은 아닙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암호화폐는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군이고, 단기적인 변동성은 그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영역입니다.”

단기 트레이더들은 청산 규모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시장이 안정될 조짐이 나타나는지 집중적으로 지켜보는 등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반면 장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구조적 수요와 네트워크의 기본 체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때문에 이번 반등이 단순한 기술적 회복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추세 전환의 기반이 될지는 앞으로 며칠 간의 흐름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암호화폐 ETF가 DAT 모델을 대체하는 흐름?

이처럼 단기 시장이 기술적 반등을 보이는 가운데, 중기적 논점은 DAT(Digital Asset Treasury)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쏠리고 있습니다.

DAT는 스트레티지(MSTR)나 비트마인(BMNR)처럼 암호화폐를 매수하고 보유하는 전략을 사업의 핵심으로 가져가는 기업들을 지칭하는 것인데요.

비트와이즈(Bitwise)의 최고투자책임자 매트 후건(Matt Hougan)은 최근 일련의 게시물을 통해 “대부분의 DAT 기업들은 결국 보유 암호화폐 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후건은 먼저 DAT를 평가할 때 “이 회사가 만약 정해진 수명(fixed lifespan)을 가진다면, 지금 얼마의 가치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비트코인 DAT가 오늘 오후에 문을 닫고 보유한 비트코인을 투자자에게 즉시 분배한다고 발표한다면, 그 회사의 가치는 정확히 보유 비트코인 가치와 동일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수명을 하루가 아니라 1년으로 늘리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투자자는 오늘 당장 받을 수 있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내년에 받을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겨야 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왜 내가 미래의 비트코인에 대해 지금 정가를 내야 하지?”라는 질문이 생기죠.

후건은 여기서 DAT가 구조적으로 왜 할인되어야 하는지 설명을 시작합니다.

그는 DAT가 기본적으로 유동성 부족, 비용, 실행 리스크라는 세 가지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기 때문에 기업의 주당 보유 암호화폐 가치가 자연스럽게 잠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유동성 부족입니다.

미래에 받을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투자 가치를 매기면, 당연히 오늘 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지불하려고 합니다. 맷 호건은 “나는 최소 10% 할인은 요구할 것 같다”고 표현하면서, 시간 지연과 불확실성이 자동으로 할인 폭을 넓힌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는 비용입니다. DAT는 기업이기 때문에 운영비·임원 보수·관리 비용 등이 계속 발생합니다. 그는 “운영비로 지출되는 1달러는 결국 투자자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1달러”라고 지적하며, 이 비용이 주당 자산 가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는 리스크입니다. 기업은 언제든 실수할 수 있고, 투자자는 이를 가격에 반영합니다.

규제 리스크, 레버리지 오용, 파생상품 전략 실패, 경영진 판단 착오 등은 모두 주가 할인 요인입니다.

후건은 이 세 가지를 합한 것이 바로 DAT가 태생적으로 안고 가는 “할인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할인 요인이 쌓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할인 요인은 확실하지만, 프리미엄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은 매우 제한적인데요. 후건은 DAT가 주당 보유 암호화폐(crypto-per-share)를 늘릴 수 있는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채권 발행 후 비트코인 매수입니다. 달러로 빚을 내 코인을 산 뒤, 코인 가격이 달러 대비 상승하면 빚을 갚고 남은 차익만큼 crypto-per-share가 증가합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기업이 사용한 방식입니다.

둘째, 토큰 대출을 통한 이자 수익입니다. 보유 코인을 대출하고 이자를 암호화폐로 받으면 주당 보유량이 늘어납니다.

셋재, 파생상품 활용입니다. 예를 들어 보유 코인에 콜옵션을 쓰면 프리미엄 수익을 얻어 코인을 더 살 수 있지만, 상승 구간에서 일부 수익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넷째, 할인된 가격에 자산을 매입하는 건데요. 그는 네 가지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락업된 자산을 매도하려는 재단으로부터 할인된 가격에 매수하거나, 다른 DAT를 할인된 상태에서 인수, 자사주가 할인되어 거래될 때 매입해 crypto-per-share 증가하거나, 현금흐름이 나오는 사업체를 인수해 그 현금으로 코인을 매수하는 거죠.

후건은 DAT가 프리미엄을 만들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조건부적이고, 불확실하며, 경영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당 보유 암호화폐를 늘리기 위해 채권 발행, 토큰 대출, 옵션 전략, 할인된 자산 매입 같은 방법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특정 조건에서만 효과가 있고, 자칫 잘못 실행하면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를 불러오기도 히죠.

때문에 종합적으로 봤을 때 DAT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출발선부터 할인 압력을 안고 가는 구조가 된다는 것입니다. 비용과 리스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쌓이기 때문에 DAT는 구조적으로 점점 불리해진다는 거죠.

다만 후건은 “능력 있는 소수의 DAT만 장기적으로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는데요. 후건은 DAT의 성장성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을 짚었습니다. 바로 규모의 경제입니다.

규모가 큰 DAT는 더 쉽고 큰 규모로 채권 발행이 가능하고, 더 많은 코인을 대출할 수 있으며, 더 유리한 파생상품 시장 접근성이 있고, 더 많은 M&A·할인 매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DAT들이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몇몇 기업은 뛰어난 실행력으로 프리미엄을 유지하겠지만, 대부분은 구조적 할인 요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장 분위기도 후건의 의견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ETF 업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현물 ETF와 스테이킹 ETF가 DAT 모델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는데, 혹자는 현물 암호화폐 ETF를 아예 “DAT 킬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 소속 ETF 전문 에릭 발추나스도 ETF가 DAT와 유사한 기능을 더 단순하고 정확하게 수행한다고 설명하며, “DAT 구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여러 회사가 동시에 번성할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스트래티지 같은 기업들만 살아남을 거라는 거죠.

참고로 지난 1년간 비트코인 가격은 11% 하락했고 비트코인 ETF 중 가장 유명한 IBIT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스트래티지(MSTR)는 무려 57% 하락한 상태입니다.

비트코인 ETF는 기관 투자자들 입장에서 암호화폐 노출을 늘리기 위해 좋은 상품이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보더라도 세금을 내야 하니까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하는 게 더 효과적인데요. 반면 투자자들이 스트래티지(MSTR)에 투자하는 이유는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해서일 겁니다.

떨어질 때는 레버러지 상품처럼 떨어졌는데, 과연 반등장 혹은 상승장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처럼 오를 수 있을까요?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