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에게 경매 시장은 늘 ‘먼저 반응하는 체온계’ 같은 존재였습니다. 실거래가나 KB 시세는 시장 움직임보다 한박자 늦고, 전세 시장은 때때로 정책에 따라 왜곡되지만, 경매만큼은 수요자가 실제로 ‘돈을 꺼내는 순간’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늘 뉴스에서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금리 부담, 경기 둔화, 젊은층 수요 감소 등 각종 악재가 시장을 누르고 있던 가운데, 오히려 낙찰가율이 감정가를 돌파했다는 것은 수요 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이러다 집 못 산다’는 불안이 본격적으로 마진 호출처럼 터져 나오고 있고, 누군가는 정책으로 묶여 있던 실수요들이 갑자기 한 방향으로 몰리기 시작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흐름이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울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물건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경매 감정가는 일반적으로 시세 대비 빠르게 반영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장이 식어 있던 지난 2~3년 동안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80%대에서 90% 사이에 머무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속적으로 100%를 돌파했다는 건, 입지 좋은 단지에서는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받아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호가는 아직 갈팡질팡하고, 매도자들은 국면을 오판해 가격을 올리기도 하지만 매수자의 심리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마포·용산 쪽에서는 금리 인상기 후유증이 거의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수요 회복이 빠릅니다. 높은 금리에 지친 시장이 다시금 실수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 전세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전세가는 반등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입주 물량이 부족한 강남권에서는 전세 매물이 사라지는 속도가 극단적으로 빠릅니다. 실전 수요는 항상 전세 → 매매 → 경매 순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전세가가 오르면 매매 전환 수요가 늘고, 매매 시장이 움직이면 경매 시장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번 낙찰가율 상승은 바로 이런 연결 고리 마지막에서 나타난 강한 신호입니다. 특히 2030 세대 중심으로 ‘사다리 끊김’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심리적 매수 압력이 과거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시장으로 유입됩니다. 정책의 시간차, 공급의 딜레이, 금리 안정 신호가 겹치면서 경매를 통한 진입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입니다.


정책 요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이 다시 깐깐해졌지만, 동시에 생애 최초·실수요자를 위한 LTV 우대는 유지되고 있어 실수요자들은 영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최대한 빌리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전입 의무 강화, 다주택 규제 재정비, 전세대출 LTV 축소 등이 맞물리면서 돈의 흐름이 전세에서 매매로 다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실거주자들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방식보다 아예 매매 자체로 들어오는 흐름이 강해집니다. 이는 경매 시장에서는 더욱 두드러지는 요소입니다. 규제로 인해 전세 레버리지가 줄어든 대신, 경매를 통한 매입이 오히려 리스크를 낮추는 선택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무조건 과열이라고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서울 아파트는 실질 공급이 줄어든 상태였고, 정비사업 지체, 인허가 축소, PF 경색 등으로 향후 입주 물량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수요가 조금만 붙어도 가격 변동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경매 낙찰가율 100% 돌파는 이 구조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서울에서 실거주 단지는 희소성이 극도로 높고, 낙찰가율 상승은 그 희소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경기 둔화가 오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붕괴하는 양상은 드물었습니다. 특히 서울 핵심 입지에서는 가격이 밀리는 구간이 짧고, 반등이 빠르게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최근 금리가 낮아지기 시작했고 한국은행도 금리 방향성을 ‘상방 유지 → 중립 → 인하 대기’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금리는 부동산의 시간차를 고려하면 6개월~1년 후 시장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낙찰가율 상승은 내년 시장에 대한 선행적 기대감이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이미 충분히 빠졌다고 판단하고 있고, 시장의 변동성은 크지만 경매에서는 ‘실패 확률이 낮고, 낙찰 이후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단지’ 위주로 자금이 몰립니다. 이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경기 남부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입지가 단단한 역세권 단지들은 감정가 대비 수십 건의 입찰이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갑니다. 특히 2030·4050이 동시에 시장에 들어오는 시기가 오면, 수요 압력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닙니다. 경매 시장의 과열은 반대로 시장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전세 사기 문제, 금리 부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오히려 ‘안전한 단지로 몰리는 쏠림’이 더 극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시장 전체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단지와 나쁜 단지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국면인 것입니다. 즉 낙찰가율 100%는 서울 전체 상승을 의미하지 않고, ‘좋은 곳만 뜨겁다’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습니다. 더욱이 PF 부실 위험이 남아 있고, 지방 아파트 시장의 반등 신호가 얕기 때문에 ‘양극화 속 반등’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정책 변수도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전세 시장의 불안 요인을 정부가 얼마나 해소할지, 금리 인하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에 따라 시장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낙찰가율 상승을 단기 과열로만 볼지, 구조적 공급 부족과 실수요 회복이 동시에 나타나는 신호로 볼지는 향후 거래량 회복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경매에서 먼저 반응했지만, 일반 매매 시장에서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 낙찰가율 상승이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거래량이 늘어야 시장은 본격적으로 상승 사이클을 밟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경매 시장에서 나타나는 흐름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서울 핵심 지역은 이미 바닥을 통과했다는 시그널입니다. 금리 안정, 공급 부족, 수요 회복, 정책 변화 등의 요소가 한 방향으로 정렬된 시점에 나타나는 낙찰가율 상승은 시장의 ‘심리적 저점’을 빠르게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이 심리 변화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비심리, 가계 대출, 자산 배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특히 내년 총선 이후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면 시장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100% 돌파는, 시장의 ‘복합적 전환점’을 상징합니다. 가격 자체보다 중요한 건 수요자들의 심리, 정책과 공급의 간극, 여러 해 동안 누적된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경매에서 먼저, 전세에서 다음, 그리고 매매에서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흐름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역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경매는 누구보다 먼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열인가, 정상화인가, 혹은 새로운 사이클의 초입인가. 모든 해석이 가능한 시점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시장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은 서울에서 시작해 수도권,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잠재력을 이미 보여줬습니다. 경매 시장에서 나타난 이 단서는 그 자체로 시장의 변화를 읽기 위한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입니다. 성건님이 오늘 이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신다면 조회수는 물론 검색 노출까지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올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