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압박하는 코인 업계
미국의 암호화폐 업계가 백악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60곳이 넘는 업계 단체와 기업이 함께 서명한 공식 요청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건데요. 핵심 메시지는 '의회가 법을 정리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각 정부 부처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 서한에는 코인베이스와 유니스왑, 솔라나 재단 등 업계에서 잘 알려진 이름들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이들은 지금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가 너무 복잡하고 불명확하다 보니 기업과 이용자 모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권한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세금 문제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스테이킹이나 채굴로 받은 암호화폐 보상을 언제 세금으로 계산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업계는 이 보상들을 '팔아서 실제 수익이 생긴 순간'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일상적으로 암호화폐로 소액 결제할 때 생기는 미세한 차익도 세금 계산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작은 구매 하나에도 세금 계산이 따라오면 일상 속 암호화폐 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개발자 보호 문제도 크게 다뤄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에서는 특정 암호화폐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들이 검찰 수사나 처벌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단순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뿐인데, 범죄 도구로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는 경우가 나온 것이죠. 업계는 '명확한 규칙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자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관련 사건의 기소 취소도 요구했습니다.
이런 요구가 나온 이유는 의회의 움직임이 더딘 탓입니다. 상원과 하원은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다루고 있지만 논의가 반복해서 미뤄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정부 부처들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시장에서는 혼란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업계는 대통령이 먼저 '정확한 기본 규칙'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새 CFTC(미국 상품 규제 기관) 위원 후보가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고 있는 상황도 업계의 기대를 키웠습니다. 또한 해외 거래소를 포함한 미국인의 암호화폐 보유 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하는 규정이 백악관 최종 검토 단계에 들어가면서 규제 변화가 실제 조치를 앞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일부는 '빨리 해결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성급하게 새로운 규칙을 만들면 오히려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미국을 암호화폐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요청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세 정책, 개발자 보호, 이용자 권리, 새로운 기술을 막지 않는 규제 방식 등이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지 시장은 계속 주목하고 있습니다.
상승장을 이끄는 건 유동성
그런데 트럼프가 코인 규제를 명확히 한다고 해서 갑자기 비트코인 가격이 막 오를까요? 업계의 정책 요구와는 별개로, 지금 시장을 직접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힘은 따로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바로 미국 증시 전체를 흔들고 있는 유동성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 시장이 요동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급락이 이 부분을 잘 보여줍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놓으며 시장 전반을 잠깐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안도한 시간은 아주 짧았습니다. 실적 발표 직후 나스닥은 2퍼센트 넘게 오르며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연준이 당장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자산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장중에 5퍼센트 이상 올랐다가 3%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하루 만에 8퍼센트 넘게 밀린 거죠.
이 상황이 코인 시장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암호화폐 가격을 움직이는 최대 요인은 규제나 정책이 아니라 '돈이 얼마나 시장 안에 남아 있는가', 즉 유동성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이 넉넉할 때는 엔비디아 호재 같은 단기 재료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힘이 되지만, 유동성이 부족할 때는 같은 호재도 금방 흩어집니다. 지금은 딱 후자의 상황에 가까운 셈이죠.
현재 비트코인은 8만5천 달러 아래까지 내려갔습니다. 단순한 '차익 실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폭이 아니죠. 시장에 대기 매수세가 줄어든 상태에서 대량 매물과 비관적인 매크로 분위기가 동시에 밀려오니 가격이 버티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오래 보관되던 비트코인 물량이 거래소로 한꺼번에 이동한 것도 시장이 흔들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물량은 대체로 '팔기 위한 이동'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매수세가 얇아진 시장에서는 가격을 빠르게 끌어내립니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무너진 점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강한 고용지표가 나오면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뜨겁다는 분석이 제시됐고, 연준 인사들은 “아직 금리를 내릴 상황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위험성이 높은 자산들부터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비트코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자산이기 때문에 하락폭이 더 크게 컸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지금의 비트코인 시장은 정책이나 규제가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격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변수는 “돈이 남아 있는지, 빠져나가는지”입니다. 엔비디아가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놓아도, 정부가 친(親)크립토 성향을 보여도,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면 가격 반등은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유동성이 조금만 돌아와도 시장은 생각보다 빨리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스트래티지(MSTR)에 쏠리는 눈
지금 시장이 계속 흔들리는 가운데, 많은 코인 투자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스트래티지(MSTR·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7만4,430달러라는 스트래티지의 평균 매수 단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격은 회사가 비트코인을 사 모으며 만들어낸 전체 포트폴리오의 손익 기준점에 해당합니다. 즉, 시장이 여기까지 내려오면 회사의 비트코인 보유 전략 자체가 “수익”이 아닌 “손실” 구간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되는 셈입니다.
이 상황에서 JP모건이 최근 투자자 노트를 내며 “스트래티지가 최근 몇 주 동안 시장 평균보다 훨씬 크게 밀리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분석한 것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 하락 때문이 아니라, MSCI 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MSCI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수 제공사 중 하나로, 이 지수에 포함되면 글로벌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되고, 빠지면 반대로 빠른 속도로 돈이 빠져나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JP모건은 만약 스트래티지가 내년 1월 결정되는 MSCI 지수 재편에서 제외된다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로 인해 최소 28억 달러, 최대 116억 달러까지도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 시장에도 상당히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규모입니다.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가 560억 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심리 전반을 흔드는 요소가 되는 거죠.
한편 스트래티지의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40퍼센트 넘게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회사의 시가총액이 보유 비트코인 가치보다 겨우 0.9배 정도 높은 수준에 그치게 됐고, 한때 2.7배까지 치솟았던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시장은 회사의 가치가 “비트코인 보유량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쪽으로 다시 평가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여기에 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 보유 자체를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회사는 시장의 변동성을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주식보다 더 민감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스트래티지가 MSCI에서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자동으로 매도하게 되고, 이 물량은 하루아침에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미 약세로 기울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추가 매도 압력까지 겹치면, 가격 흐름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스트래티지 주식과 비트코인의 가격이 동반 하락하며 서로를 자극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스트래티지는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트코인이 약세로 밀리면 스트래티지가 흔들리고, 스트래티지가 흔들리면 다시 시장 전반에 불안이 퍼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편 스트래티지의 수장인 마이클 세일러는 SNS에서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게시글은 “They’ll say we got lucky.”였는데요.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는 시장이 지금으로선 불운처럼 보이지만, 훗날 돌아봤을 때 ‘운 좋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시기’가 될 거라는 거죠.
투자 심리와 스트래티지에 대한 투자 여론이 최악에 다다르고 있는 지금 상황을 보면 다소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문장인데요. 특히 스트래티지(MSTR)가 주가 부진과 지수 퇴출 리스크까지 겪고 있음에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웃긴 건 지난 주에 마이클 세일러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해서 구명보트에 몸을 기대고 망망대해에 휩쓸리는 AI 이미지를 올린 것을 두고 사람들이 '미래를 예견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스트래티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답은 결국 앞으로의 흐름이 말해줄 겁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겹겹이 쌓인 시기일수록 시장은 더 조용하게, 더 느리게, 그러나 어느 순간 다시 방향을 틀기 마련입니다. 그 전환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이 국면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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