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반등 신호일까

최근 몇 주 동안 암호화폐 시장은 불안감 속에서 하락 흐름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주 중반의 시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비트코인은 현재 약 9만2천 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이더리움과 리플(XRP) 역시 방향성은 비슷하게 흐르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전반적으로 방어적인 상태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하락 과정에서 시장 바닥 근처에서 자주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가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개인 투자자들의 손절성 매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량 보유자들은 가격이 급격히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들이 연쇄적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매도하기 시작하면, 과거에는 오히려 시장이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과 맞닿아 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0.01BTC 미만으로 보유한 개인 지갑들은 최근 5일 동안 보유량의 0.36퍼센트를 줄였고, 이더리움은 한 달 동안 약 0.9퍼센트가 빠졌습니다. XRP 역시 100개 미만을 보유한 소형 지갑에서 11월 들어 1.38퍼센트의 순매도가 발생했습니다.

온체인 분석 업체 산티먼트(Santiment)는 이 패턴을 두고 “가격은 늘 작은 지갑의 행동과 반대로 움직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경험이 적은 소액 보유자들이 공포로 내던지는 순간이 종종 장기 투자자에게는 매수 신호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죠. 물론 이것만으로 완벽한 반등 시점을 말할 수는 없지만, 흔히 바닥 근처에서 나타나는 신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입니다.

CEX.IO의 선임 애널리스트 일리야 오티첸코(Illia Otychenko)는 비트코인이 현재 “초기적 안정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매도 압력이 줄고, 단기 지표들에서 모멘텀 개선이 감지된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모멘텀 지표는 말 그대로 가격 움직임의 속도와 방향을 보여주는 도구인데요. 가격은 약한데 지표는 서서히 살아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보통 하락세가 힘을 잃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곤 합니다. 오티첸코는 이런 흐름이 단기적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그 반등이 ‘깊이와 힘’을 가지려면 결국 거시 환경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즘의 암호화폐 시장은 예전처럼 기술적 지표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금리, 유동성, 위험자산 선호, 규제 정책 등 전통 금융권의 변화가 시장 흐름 전체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거죠. 그래서 단순히 차트에서 반등 신호가 보인다고 해서 강한 회복세가 보장되는 구조가 더 이상 아닙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오티첸코가 알트코인 시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정했다는 점입니다. 알트코인 시즌이란 비트코인보다 비트코인이 아닌 토큰들(알트코인)이 더 강하게 상승하는 시기를 말하는데요.

최근 스타크넷(Starknet)이 하루 만에 30퍼센트 넘게 뛰고,

지캐시(Zcash)가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하는 등 일부 종목은 눈에 띄는 강세를 보였지만, 그는 이것이 광범위한 알트코인 상승장으로 이어질 구조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투자 심리와 가격이 충분히 안정되는 과정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크립토 수익 프로토콜 티미오(TYMIO)의 설립자 게오르기 베르비츠키(Georgii Verbitskii)는 비트코인의 구조적 약세를 더 강조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의미 있는 반등 없이 천천히, 일정하게 흘러내리는 중”이고, 오히려 일부 알트코인이 더 버티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렇게 큰 반등 없이 완만하게 하락하는 패턴은 매수세의 확신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돼서, 시장 자체가 힘을 잃고 있다는 신호로 보이기 쉽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8만~7만7천 달러대를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예측 시장 마이리어드(Myriad)의 데이터 역시 시장 참여자의 불확실한 심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용자들은 비트코인이 9만5천 달러보다 먼저 11만5천 달러를 넘길 확률을 33퍼센트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이더리움은 비교적 낙관적 시선이 조금 더 많아서, 4천 달러에 먼저 도달할 가능성을 43퍼센트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예측 시장이 미래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현재 투자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어떤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는 명확하게 보여주죠.

한편 중간중간 비교적 강한 반등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설레게 만들었던 리플(엑스알피)는 지난 7일 간 14.5%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전체로 보면 여전히 90퍼센트 이상 상승한 상태입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흔들리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가격 구조는 여전히 이전보다 훨씬 높은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11월 13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XRP ETF ‘XRPC(캐너리 XRP ETF, Canary XRP ETF)’ 출시는 XRP 시장에 새로운 수요층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시 직후 며칠 동안은 순자산가치(NAV) 대비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가 오가며 가격이 안정되는 과정이 이어졌고, 아직 상장 초기라 거래량도 크지 않지만, ETF가 XRP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은 분명 장기적인 수요 기반 확대로 연결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이번 시장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여러 분석가들의 의견 차이가 있음에도 반등의 핵심 동력은 차트가 아니라 ‘외부 환경’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소규모 투자자의 패닉 매도가 잦아드는 것은 단기적으로 긍정적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전 세계 유동성과 규제 방향에 크게 연동되는 지금, 기술적 반등 신호는 전체 그림의 일부일 뿐입니다.

코인 시장을 '손절이 늘었으니 바닥이다'라는 관점으로 보기에는 너무 복잡합니다. 회복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일 수도 있고, 더 큰 하락 흐름 속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일부 알트코인의 괴리, 분석가들의 시각 차이, 예측 시장의 확률 모두 사실 각각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거죠. 이런 시기에는 단기 변동성보다,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매크로 요소를 더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크라켄(kraken) IPO 추진

한편 2025년 11월 20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대형 투자 유치와 함께 뉴욕 시장 상장을 위한 첫 단계를 공식적으로 밟았습니다. 회사는 약 8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확보하며 기업가치 200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바로 그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S-1 초기 등록 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공개란, 기업이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매하며 시장에 진입하는 절차입니다. 이 S-1 제출은 “우리는 상장 준비를 시작했다”는 신호죠. 다만 실제 상장 시점은 SEC의 심사와 시장 환경에 따라 조정됩니다.

크라켄은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SEC가 스테이킹 서비스 관련 소송을 철회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당시 소송 철회는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사업 구조를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크라켄의 IPO 준비도 같은 시기에 본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2025년 3월 이후 ‘크라켄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라는 보도가 꾸준히 나왔고, 결국 이 모든 이야기가 이번 8억 달러 유치와 함께 현실화된 셈입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켄 그리핀(Ken Griffin)의 시타델(Citadel) 같은 전통 금융 대형 플레이어도 참여했는데요. 암호화폐 기업을 바라보는 월가의 시각이 엇갈리서면서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불안하지만 버릴 수는 없는 시장”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크라켄이 IPO를 추진하게 되면서 상장 기업의 지형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미국에서 상장된 암호화폐 거래소가 코인베이스(Coinbase) 딱 하나뿐이었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제미나이(Gemini)와 불리쉬(Bullish)가 잇따라 IPO를 성사시키며 시장에 새롭게 진입했고, 초기에는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특히 불리쉬(BLSH)의 경우 상장 직후 118달러를 넘기며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의 새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고 불리쉬 주가는 현재 35달러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미나이(GEMI) 역시 9월 상장 이후 68퍼센트 이상 하락한 11달러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상장 자체가 기업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암호화폐 기업의 실적은 기본적으로 거래량, 규제 환경, 기관 수요라는 세 가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요. 올해 시장은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규제 방향이 빠르게 뒤바뀌면서 신생 상장 기업에게는 상당히 가혹한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크라켄은 지금 상장을 추진할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규모 자본 확보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려면 단순히 고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려면 규제 허가, 현지 파트너십, 은행과의 연동, 보안 인프라 구축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크라켄은 이번 투자와 상장을 통해 미국 바깥으로의 확장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의 정치·규제 환경이 ‘상장을 시도할 만한 타이밍’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아래 SEC가 암호화폐 기업에 조금 더 우호적인 방향을 보이고 있고, 일부 규제 충돌도 조정되는 분위기입니다. 규제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상장은 어려워지는데, 지금은 오히려 이전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는, 시장이 여전히 “판이 크다”는 점입니다. 비록 일부 상장된 거래소의 주가가 부진하더라도, 전체 암호화폐 인프라 시장은 전통 금융권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의 ETF 참여, 기관 수요 증가, 글로벌 규제 정비 등은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여전히 거대한 기회입니다. 크라켄은 이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죠.

물론 성공적인 상장이 곧 성공적인 기업 운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리쉬와 제미나이의 사례가 보여주듯, 시장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켄은 이번 IPO를 통해 새로운 수요층을 확보하고, 세계 여러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포스트 규제 시대의 암호화폐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CFTC 재편이 향후 코인 시장에 미칠 영향

미국 연방 정부의 규제 부문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 지명자인 마이크 셀릭(Mike Selig)이 상원 청문회에서 보여준 태도입니다.

CFTC는 원래 농산물 선물 등 비교적 ‘고전적인 금융상품’을 감독하던 기관이지만, 미국 의회는 암호화폐 현물시장(스팟 시장) 및 예측시장까지 CFTC 소관으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CFTC는 과거보다 훨씬 넓은 시장을 감독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해지죠.

그런데 이날 청문회에서 셀릭은 이 부분에 대해 의외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상원 의원들은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될 텐데, CFTC가 더 많은 예산과 직원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습니다. 그러나 셀릭은 “확인되면 평가하겠다”라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즉, 추가 예산·추가 인력 필요성에 대해 단 한 번도 명확하게 긍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답변은 특히 민주당 측에서 강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상원 농업위원회는 전통적으로 초당적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곳이지만, 이 건만큼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 의원과 존 부즈맨(John Boozman) 의원을 비롯한 양당 인사들이 모두 “CFTC는 더 큰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룰한(Lujan) 의원은 질문 말미에 “트럼프 대통령도 이 분야에서 CFTC가 강하게 기능하기를 바라지 않겠느냐”고 약간의 비꼼을 섞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그 우호성의 방향이 ‘규제 능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죠.

문제는 예산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CFTC에는 공화당 출신의 단 한 명의 위원만 재직 중입니다. 법적으로 CFTC는 5명의 위원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중 2명은 대통령과 다른 당 소속이어야 합니다. 즉, 최소 2명은 민주당 인사가 자리해야 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를 채우려는 신호를 거의 보내지 않고 있고, 최근 몇 달간 독립기관에서 민주당 위원을 제거하거나 지명 철회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CFTC 역시 단일 정당 구조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셀릭에게 민주당 위원 임명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도 그는 원칙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며 자신은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말은 사실상 민주당 위원 임명 여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셀릭은 또 “CFTC는 의장 한 명만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말해, 규제기관의 균형 구조 자체를 가볍게 보는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발언은 상원 내에서 상당히 논쟁적인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상원에서 논의 중인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 때문입니다. 이 법안은 미국 내 대부분의 암호화폐 활동을 CFTC 감독 아래 두는 거대한 규제 체계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CFTC는 암호화폐 시장의 실질적 규칙을 만들고 집행하는 매우 강력한 기관이 됩니다.

그런데 만약 그 기관이 공화당 의장 단독 체제, 혹은 사실상 백악관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 운영되는 체제라면, 민주당은 당연히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정당이 규제기관을 장악하면 향후 암호화폐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이 어려워지고, ‘정권 교체에 따라 규제의 성격이 급변하는 시장’이라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셀릭의 청문회 발언은 세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첫째, CFTC가 암호화폐 시장을 맡게 될 준비가 실제로 충분한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둘째, 민주당 위원 임명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는 규제기관의 독립성 약화를 우려하게 만들었습니다.

셋째, 이러한 상황은 곧 상원에서 진행 중인 암호화폐 규제 법안의 통과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셀릭의 인준 표결은 하루 뒤로 바로 잡혀 있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암호화폐 산업계는 현재 CFTC가 어떤 형태로 암호화폐 규제 권한을 행사할지 주목하고 있고, 의회는 이 기관의 권력 구조가 균형 있게 유지될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