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금, 주식 등 주요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가 흔들리고 있음
다음 달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여전해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진 것으로 풀이됨
18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장 중 한때 5% 넘게 급락하며 개당 8만9000달러대에 거래
지난달 6일 12만6000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40여 일 만에 9만 달러 선이 무너진 것
이는 관세 우려가 극에 달했던 올해 4월 이후 7개월 만
비트코인은 올해 가격 상승분(약 33%)을 모두 반납했고, 10월 고점 대비로는 29% 하락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올해 4월 ‘비트코인이 향후 10년 안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한 말이 무색
증시 그래프도 하향 곡선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32% 하락한 3,953.62에 거래를 마쳤음
코스피는 3일 역대 최고점(4,221.87)을 찍은 뒤 외국인의 ‘팔자’ 행렬에 상승분을 반납
뉴욕증시에서는 17일(현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종합지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92%, 0.84%, 1.18% 하락(18일 기준 S&P500 -0.83%, 나스닥 -1.21%, 다우 -1.07% 각각 하락)
금 현물도 전날 대비 1% 가까이 하락한 트로이온스(약 31.1g)당 4000달러 선에서 거래
역대 최고점이었던 지난달 20일 시세(4356.50달러) 대비 8% 넘게 하락
“거센 금융시장 매도세(selloff)에 모든 것이(everything) 휘말렸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상자산, 금, 기술주 등이 17일(현지 시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진단
지난달만 해도 모든 자산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가 한창이었지만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모두 팔리며 가격이 떨어지는 ‘에브리싱 셀오프’가 나타났다는 얘기
시장이 흔들리자 이날 ‘월가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한 주 전에 비해 27.2% 급등한 22.38까지 올랐음
심리적 저항선인 20을 넘기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음
비트코인 하락
가상자산 대표주인 비트코인은 지난달만 해도 개당 12만6000달러였지만 18일 오후 4시 기준 8만9000달러 선에 거래[한국시간 19일 오전 7시 비트코인은 93,219달러로 반등 중]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0월 19일∼11월 18일)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5246억 달러(약 769조 원) 증발
비트코인이 약세를 면치 못하자 이더리움과 리플(XRP) 등 주요 가상자산도 24시간 전 대비 각각 6%, 5%가량 하락하며 고전
미국 기술주 하락
미국 기술주도 하락. 1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0.84%와 0.92% 하락
WSJ에 따르면 이 두 지수는 이날 138거래일 만에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음. 최근 50거래일의 종가 평균을 반영한 ‘50일 이동평균선’보다 낮아지면 조정이나 하락 추세로 해석됨
뉴욕 증시가 힘을 못 쓰자 코스피도 4,000 선 아래로 주저앉았음. 코스피는 18일 전날 대비 3.32% 하락해 3,953.62로 거래를 마쳤음. 코스피는 이달 3일(4,221.87)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거 이탈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음. 외국인은 이날도 5500억 원어치를 순매도
금 현물가격 하락
올해 뜨거운 상승세를 보였던 금과 은 가격도 여지없이 추락
금융 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현물은 18일 트로이온스당(약 31.1g) 4000달러 선에서, 은 현물은 49달러 선에서 거래
금은 지난달 4300달러, 은은 54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품귀 현상까지 벌어진 바 있음
미 경제 먹구름 우려가 원인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에브리싱 랠리가 주춤한 것은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
가장 큰 시장의 우려는 기준금리의 향방
당초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통화정책 긴축 선호) 신호에 시장은 동결 전망에 힘을 싣기 시작했음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은 기준금리 등 시장 유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음
다만 비트코인은 4년 주기로 반복되는 반감기 영향도 있음. 반감기는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반감기 후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하는 현상을 반복해 왔음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여전
아마존은 이날 AI 인프라 투자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약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조달한다고 밝혔음
아마존이 3년 만에 대규모로 돈을 빌려 AI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 시장에선 AI 투자 과열 신호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음
결국 한국 시간 20일 오전 7시에 나오는 엔비디아의 3분기(7∼9월) 실적 발표가 AI 거품론 진위를 가늠할 ‘진실의 순간’이 될 것으로 전망
시장은 또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그간 발표되지 못했던 9월 고용지표도 기다리고 있음
한국 시간 20일 오후 10시 30분에 나오는 고용지표는 미 경제 둔화 우려에 대한 방향타로 꼽히며,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도 영향을 줌
‘에브리싱 셀오프’는 조정 국면일 뿐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음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에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주가 조정”이라며 “엔비디아 실적과 미국 고용지표 발표 뒤 ‘안도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음
커지는 거품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에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인 피터 틸도 보유하고 있던 엔비디아 주식 전량을 매도
최근 인공지능(AI) 투자가 지나치게 과열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큰손’들이 앞다퉈 엔비디아 주식 처분에 나선 것
시장의 관심은 19일(현지 시간) 엔비디아가 내놓을 3분기 실적에 모아지는 분위기
17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틸이 운영하는 헤지펀드 틸매크로는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주식 53만 7742주를 올 7~9월 총 3개월에 걸쳐 모두 매도
매도 완료 시점인 9월 30일 엔비디아 종가(186.58달러) 기준으로 약 1억 33만 달러(약 1470억 318만 원) 규모
간편결제 회사 페이팔, 소프트웨어 업체 팰런티어를 공동 창업한 틸은 미국 테크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
그런 그가 엔비디아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는 소식에 시장이 술렁였음
소프트뱅크가 앞서 지난달 갖고 있던 총 53억 3000만 달러(약 7조 8833억 원)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 전부를 판 데 이어 나온 매도 소식인 만큼 시장의 충격은 컸음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나게 한 AI 열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주식 매도 움직임이 이어졌다”고 짚었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유효 수명을 과도하게 늘려 감가상각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불안 요소가 더해진 셈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186.60 달러를 기록해 엔비디아를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5조 달러 기업으로 만들었던 고점(10월 29일, 207.04달러) 대비 10% 가까이 낮아졌음
시장에서는 AI 거품 우려가 커지는 양상
로이터통신은 미국 헤지펀드인 사바캐피털매니지먼트가 최근 몇 달 동안 빅테크들에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고 전했음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구글 등 AI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빅테크가 대거 포함됐음
로이터는 “AI 기업의 급격한 가치 급등과 부채 부담 증가에 대비해 금융 업계 사이에서 (위험에 대비한) 헤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음
금융권이 AI 투자가 손실을 입을 경우를 대비해 위험을 회피할 대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는 빅테크에 대출해주면서 리스크를 방어할 합성위험이전(SRT) 거래와 AI 관련 주식의 공매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음
다만 이를 두고 과도한 반응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음. 단적으로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처분한 이유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올인’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음
틸매크로 역시 엔비디아 주식은 팔았지만 애플(7만 9181주)과 MS(4만 9000주) 등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다른 테크 기업의 주식은 새로 사들였음
큰손들이 ‘AI 손절’이 아닌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
실제로 블룸버그가 909개 헤지펀드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 투자를 늘린 펀드도 많았음. 올 3분기 기준 161개 펀드는 엔비디아 투자를 확대했고 160개 펀드는 투자를 줄였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AI 산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엔비디아 3분기 실적 발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워싱턴에서 진행된 개발자 행사(GTC)에서 올해와 내년을 합쳐 모두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칩 주문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음
다만 시장에서는 9월 오픈AI와 맺은 100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포함된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내놓고 있음
이 거래는 엔비디아 투자금으로 오픈AI가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는 ‘자전 거래’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음
<시사점>
월가가 다시 두 갈래로 갈라졌습니다. 한쪽은 “AI 혁명은 아직 초입”이라며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다른 한쪽은 “애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끝물”이라며 거품 붕괴를 경고합니다. 주가·비트코인·금 가격을 둘러싼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은 내년 글로벌 자산시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 해석을 요구합니다.
우선 주식시장에서 AI 기대는 분명 실체를 갖추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반도체 공급망 확충은 기업 실적을 뒷받침하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일부 기업은 실제로 AI 수요 증가가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의 AI 투자 확대도 뒷받침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기술주 중심의 장기 낙관론은 여전히 유효한 측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과열의 조짐 또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AI 투자 규모가 실적보다 과도하게 앞서 갔다는 지적은 월가 내부에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고점권에 가까워졌고, 유동성이 조금만 흔들려도 기술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인입니다.
이처럼 의견이 대립하는 와중에, 구글(Alphabet)의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가 최근 내놓은 신중한 경고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피차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AI 투자가 “특별한 순간(extraordinary moment)”임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에서 일부 “비합리성(irrationality)”의 징후가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하게도, “버블이 터지면 어떤 회사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심각한 경고를 던졌습니다. 그는 닷컴 버블을 떠올리며 “인터넷에도 과잉 투자가 있었지만, 인터넷이 혁신적이었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히 구글의 책임 있는 경영 차원을 넘어, 월가의 과열 투자 흐름에 대한 내부 경고음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역시 이중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제도권 ETF 자금 유입과 기관 매수 확대는 ‘디지털 자산의 재평가’라는 낙관론을 강화합니다. 하지만 규제 방향성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데다 변동성이 본질적으로 큰 자산 특성상 급락 위험 또한 항시 존재합니다(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50% 이상 조정된 과거 추이). 기대와 위험이 대칭을 이루는 영역이기에 비중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금은 비교적 다른 국면에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장기적으로 금의 역할을 ‘안전자산’을 넘어 ‘대체 준비자산’으로 격상시키고 있습니다. 지정학 리스크가 높아지는 글로벌 환경에서는 금의 전략적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금리와 달러 강세가 재현될 경우 단기 조정은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조건적 낙관도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투자자는 비관과 낙관 어느 한쪽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26년 자산시장은 AI가 이끄는 장기 호황과 단기 유동성 변화가 함께 존재하는 전형적인 ‘복합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6년은 매우 어려운 장이 예상됩니다. 시장이 과열될 때는 경계하고 조정이 벌어질 때는 단기 매매 기회를 찾는 신중한 매매가 요구됩니다.
기술주는 추격 매수보다 조정 시 비중 확대가 바람직하며, AI 인프라·전력·산업자동화 등 구조적 수혜 업종에 대한 중기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비트코인은 포트폴리오 내 3~5% 수준의 전략적 배분이 적정하며, 급등·급락 시 리밸런싱이 필요합니다. 금은 5~10% 범위에서 장기 헤지 수단으로 유지해 변동성 확대 국면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026년 시장은 어느 한 방향으로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산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기술 혁신과 정책 리스크가 교차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양면 대응(Barbell Strategy)입니다. 성장 자산과 안전판을 동시에 갖추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026년 시장은 비관론만 믿어도 안되고, 그렇다고 낙관론만 믿을 수도 없습니다(확률적으로 보면 비관론 35%, 중립 40%, 낙관론 25%). 시장의 기회와 리스크를 모두 고려한 양면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안전자산인 예금, 채권, 금, 배당주와 위험자산인 주식, 비트코인의 안분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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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75517?date=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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