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롭지 않은 코인 시장
비트코인이 연초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9만 달러 근처까지 내려앉으면서 코인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더 얼어붙었습니다. 공포 지표는 극단적 수준까지 떨어졌고, ETF 자금은 몇 주째 빠져나가고 있으며, 기술적 지표들은 연달아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하락 속에서도 대형 기관과 정치권 인물들은 비트코인과 관련 주식을 오히려 더 사들이고 있는데요.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는 코인베이스, 서클, 불리시에 대규모 신규 매수를 단행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우군으로 꼽히는 브랜든 길 의원은 올해에만 260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입했습니다.
한편 비트멕스의 공동창업자인 아서 헤이스는 비트코인 하락의 근본 원인을 “달러 유동성 축소”에서 찾으며, 향후 시장이 겪을 수 있는 극단적 변동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저점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올해 말 20만~25만 달러 도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오늘의 이슈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코인 관련주 줍줍한 아크 인베스트
미래 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그리고 그녀가 이끄는 투자 운영사 아크 인베스트는 하락장마다 강한 ‘반대매매(contrarian)’ 성향을 보여왔는데요.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크의 최신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두 개 ETF에서 코인베이스(COIN) 주식 300만 달러, 서클(CRCL) 주식 310만 달러, 그리고 불리시(BLSH) 110만 달러 규모로 대규모 매수가 이뤄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종목들이 이날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코인베이스는 0.82% 하락한 261.79달러에 마감했고,
서클은 거의 변동 없이 76.6달러에 종료됐습니다.
단, 불리쉬 주가는 예외적으로 3% 가까이 상승했는데요. 곧 발표될 실적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편 아크 인베스트는 최근 하락장에서 관련 종목을 계속 매수하고 있는데요. 지난 월요일엔 불리시 주식 1,020만 달러어치를 매입했고, 지난 목요일엔 불리시 주식 728만 달러에 서클 주식 1,556만 달러, 여기에 비트마인(BitMine) 주식 886만 달러어치를 매집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흔들려도, 캐시우드는 오히려 관련 종목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그녀가 운용하는 ETF 중 가장 유명한 ARKK ETF 올해 주가 수익률은 약 30% 정도입니다. 지난 4월 저점 39 달러에서 올해 최고점인 93달러까지 2배 이상 오르긴 했는데요. 워낙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꾸려졌다 보니 최근에 많이 하락한 모습입니다.
참고로 ARKK는 코로나 때 테슬라를 포함해 수많은 성장주들의 수익률 덕분에 엄청난 주가 수익률을 거뒀는데요. 하지만 그 뒤 코로나 거품이 꺼진 뒤 오랫동안 주가 조정을 겪었다가 작년과 올해 들어 살아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최근의 조정을 딛고 다시 상승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트코인 매수?
한편 정치권에서도 비트코인 매수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텍사스 출신 하원의원 브랜든 길(Brandon Gill)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우군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올해 들어 그가 매입한 비트코인 규모는 최대 260만 달러에 달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10월 20일: 10만~25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10월 29일: 1만 5천~5만 달러 상당의 블랙록 IBIT(비트코인 ETF)
를 추가 구매했습니다.
이 외에도
6월 말~7월 초: 총 150만 달러어치 BTC
1월~2월: 85만 달러 BTC
를 꾸준히 쌓아왔습니다.
그런데 해당 의원은 신고 지연 때문에 논란을 겪기도 했는데요.
의원 거래는 45일 안에 신고해야 하는데, 길 의원은 50만 달러 규모를 기한 내 신고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습니다. 다만 과태료는 고작 200달러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경우 면제되기 때문에 실질적 제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디지털 자산 규제 완화 행정명령과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 구상 발표 등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을 강화해 왔습니다.
그리고 길 의원의 매수 시점은 정확히 이런 정책 발표 직전 또는 직후와 맞물리는데요.
즉, 정책 신호를 가장 빨리 이해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인물이 계속해서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는 의미죠.
물론 정치인이 산다고 가격이 무조건 오르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최근 일련의 발언을 보면 트럼프 본인은 암호화폐를 잘 이해하는 것 같지도,
딱히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단지 트럼프의 아들들이 크립토에 진심인 편이죠.
과연 이들은 최근 코인 시장의 약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이번 하락은 달러 유동성 문제?
한편 시장 분석가이자 비트멕스 공동창업자인 아서 헤이스(Arthur Hayes)는
이번 하락의 핵심 원인을 “달러 유동성 축소”에서 찾았습니다.
아서 헤이스는 비트코인을 글로벌 법정화폐 유동성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자산으로 봅니다.
즉, 시장이 “앞으로 돈이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를 예상할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자산이 비트코인이라는 말입니다.
헤이스는 이번 하락을 “투자심리 때문이 아니라 달러 유동성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합니다.
그의 유동성 지수에 따르면 7월 이후 약 1조 달러에 가까운 유동성이 시장에서 사라졌는데,
문제는 시장이 처음에는 이 유동성 축소를 무시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ETF 자금이 계속 들어오면서 가격이 버텼기 때문이죠.
하지만 ETF 유입이 멈치자 비트코인은 결국 달러 유동성의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특히 최근 비트코인을 떠받쳐온 수요가 “진짜 매수”가 아니었다고 지적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기관들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니까 장기적으로 상승 신호다” 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이 해석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 주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헤지펀드들은 비트코인 ETF와 CME 선물을 이용한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를 하고 있다'
'ETF를 매수하면서 동시에 선물을 공매도해 스프레드 차이로 수익을 낸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믿어서 매수한 게 아니라, 단순히 시장 비효율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 구조가 흔들리자 ETF 유입이 멈추고 오히려 대규모 유출이 발생했다'
특히 그는 주요 비트코인 ETF인 IBIT의 주요 보유자들이
골드만삭스, 제인스트리트 등 대형 트레이딩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은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기관은 비트코인을 믿어서 매수한 것이 아니라
ETF 매수 + 선물 공매도 조합으로 스프레드 차익을 먹었을 뿐이라는 거죠.
즉,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ETF 수요는 실질적인 ‘강한 손’이 아니었고,
매크로 환경이 바뀌자 함께 빠져나갔다는 것입니다.
헤이스는 또 다른 기관성 수요로
‘디지털 자산 국고(DAT)’라는 구조를 예로 들며,
그 대표가 스트래티지(MSTR) 라고 설명합니다.
이 기업은 주가가 순자산 대비 높은 프리미엄일 때 추가 주식을 발행하고
그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더 사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오히려 할인 구간에 들어갔기 때문에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추가 매수 속도도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ETF와 DAT 기업들의 매수 흐름이 약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신용 이벤트(credit event) 전조로 진단하고 있는데요.
S&P 500, 나스닥 100가 사상 최고치에 있는데 비트코인만 급락하는 것은
시장 내부에서 유동성 경색이 발생했다는 신호라는 것이죠.
그래서 시장에서 신용 이벤트(credit event)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합니다.
심지어 헤이스는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이 8만~8만 5천 달러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그런데 헤이스는 전형적인 비관론자는 아닙니다.
그는 조정 이후 강력한 반등 가능성도 동시에 언급했는데요.
그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미국 정부가 다시 유동성을 풀기 시작할 때입니다.
그는 “만약 증시가 10~20% 조정받고, 10년물 금리가 5%에 가까워지면
정치적으로 ‘돈을 더 찍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서
그 시점이 오면 "비트코인은 20만~25만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여기서 헤이스는 중국도 곧 돈을 풀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는 인민은행(PBOC)이 최근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중국판 양적완화(QE)의 “전초 신호”라는 해석이죠.
그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하면
2026년 대세 상승장의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입니다.
코인 시장 전망은?
아서 헤이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비트코인은 전 세계 법정화폐 유동성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이고,
- 달러 공급 증가 기대가 낮아지면 가격도 떨어진다
- 지금 미국 시장에서는 신용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
- 증시는 사상 최고치인데 비트코인은 빠지는 것은 “위험 신호”다
- 비트코인은 8만에서 8만 5천 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
- 금리가 5%에 고착되면 미국 정부는 결국 돈을 더 찍게 된다
- 그 시점이 오면 비트코인은 20만~25만 달러까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아서 헤이스의 관점 역시 하락장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관점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어떻게 될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죠.
그런데 지금 시장이 흥미로운 이유는 서로 다른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아크 인베스트가 수천만 달러 규모로 주식을 쓸어 담고
트럼프 핵심 인물이 수백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계속 매입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ETF 자금이 역사적 규모로 빠져나가고 있고,
'시장 유동성이 매말라서 더 큰 조정이 나올 것이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유동성 공급 회복 시 반전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책적 제도화 트렌드는 여전히 강하다는 건데,
과연 2025년 연말과 2026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컨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