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9만 달러 뚫렸다

비트코인이 6개월 만의 최저 구간까지 밀리면서 올해 누적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9만 달러 초반대까지 밀린 뒤 한때 9만 달러를 잠시 뚫기도 하면서 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최근 한 달을 돌아보면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27% 넘게 하락하며 6개월 만의 저점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더리움 역시 한때 3천 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지금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악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금리 전망 악화 같은 거시경제적 리스크,

AI·기술주 조정이 만든 위험자산 회피 흐름,

그리고 레버리지 청산이 유발한 단기 매도 압력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와중에 대규모 장기 보유자들이 비트코인 보유량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고, 시장의 ‘국지적 바닥’ 신호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게 유의미한 시그널인지 상승론자들의 의미없는 외침인지, 바닥이 나오기는 할 건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증시에도 번진 회의론

우선 최근 몇 주간 미국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 10월 고용·물가 지표 발표 지연(정부 셧다운 영향), 경기 둔화 우려, 그리고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약화.

이 네 가지가 동시에 투자 심리를 짓눌렀죠.

특히 뉴욕 연준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표가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18.7을 기록하면서, “경기가 그 정도로 나쁘지 않다면 굳이 연준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습니다.

예측 시장인 Polymarket에서는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55%로 보고 있고, CME FedWatch는 60%까지 추정합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 시장은 즉각적으로 위험자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죠.

이 결과는 곧바로 암호자산 시장에 반영됐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S&P500 지수가 약 1%대 하락했는데, 암호자산은 그보다 더 큰 압력으로 조정받았습니다.

최근에는 AI 섹터가 만들고 있는 희의적인 분위기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구글(Goog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대형 기술 기업들은 AI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이 비용이 재무제표를 누를 것으로 시장이 다시 계산하고 있는 건데요.

AI·HPC 인프라 분야에서도 자금 쏠림이 정체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조정 흐름이 번지고 있습니다.

암호자산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자산군 중 하나죠.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위험도를 줄이려 할 때, 변동성이 가장 큰 자산을 먼저 줄이기 때문에 암호자산이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줄줄이 터지는 코인 청산 폭탄

실제로 코인 시장에서는 최근 24시간 동안 무려 9억 달러 이상의 포지션이 청산됐습니다. 그중 5억5천만 달러가 롱 포지션이었습니다.

레버리지를 쓰고 있던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을 이기지 못하고 담보 부족으로 포지션이 자동 정리되면서, 시장은 한꺼번에 대량 매도 압력을 맞게 됩니다.

FG 넥서스(FG Nexus)의 CEO 마야 부지노비치(Maja Vujinovic)는 “고래와 채굴자들이 가격이 아직 버티고 있을 때 먼저 매도해놓고, 그 뒤 주요 지지선이 깨지자 레버리지 롱 청산이 연쇄적으로 터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고래들이 일부 매도해서 지지선이 붕괴되고, 이게 레버리지 청산 폭탄이어지는 등 ‘연쇄 반응’이 현재 시장의 낙폭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알트코인, 테크 성장주까지 약세

비트코인의 하락은 알트코인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더리움은 한때 2,960달러까지 떨어지며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솔라나·도지코인·XRP도 2~4%대 하락을 보였습니다.

암호자산 기업들도 흔들렸습니다.

코인베이스(Coinbase)는 7% 넘게 빠졌고,

서클(Circle)·제미니(Gemini)·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등 대부분이 크게 눌렸습니다.

한편, AI·HPC 채굴 인프라 기업들은 오랜 조정 뒤 오히려 반등했습니다.

하이브 디지털(Hive Digital)은 델 테크놀로지스와의 AI 클라우드 파트너십 소식에 10% 상승했고,

아이렌(IREN)과 Hut 8은 소폭 반등했습니다.

이런 약세장에서 줍줍한 고래가 있다?

겉으로는 매도세가 강하게 보이지만,

이 와중에 코인을 저점 매집하고 있는 고래들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1,000 BTC 이상 보유한 지갑 수가 지난주 기준 1,436개까지 급증했다는데요.

이는 2025년 내내 이어졌던 고래들의 순매도 흐름이 완전히 뒤집힌 것입니다.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선 직후 상승장에서는

고래 지갑 수가 1,500개를 넘었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어 2025년 10월에는 1,300개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랬던 흐름이 갑자기 반등한 것입니다.

과거에도 고래 지갑이 늘어날 때는 대체로 상승 사이클 초입이거나, 시장이 저점에서 되돌아오는 초기 단계였다는데요.

2024년 1월 ETF 출시 직전에도 고래 지갑은 1,380개에서 1,512개로 증가했고, 2개월 뒤 비트코인은 7만 달러까지 상승했죠.

최근 15일간 축적 강도 지표인 Glassnode의 Accumulation Trend Score에서도 매수 신호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10,000 BTC 이상 보유 초대형 고래들은 8월 이후 처음으로 매도 흐름을 멈추고 0.5 수준에서 안정됐습니다.

1,000~10,000 BTC 보유 그룹은 소폭이지만 매수 전환이 확인됩니다.

100~1,000 BTC 보유 그룹은 그중 가장 강한 축적을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1 BTC 미만 보유’ 소액 지갑도 축적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시장 최상단(대형 고래)과 시장 최하단(소액 보유자)이 동시에 비트코인을 모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시장 바닥에서 종종 나타나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Bitfinex 분석팀은 최근 실현손실 흐름이 안정되기 시작한 점을 주목했습니다.

실현손실은 투자자들이 실제 손해를 확정 짓고 매도한 물량을 의미하는데,

과거에는 이 지표가 크게 치솟고 진정될 때 시장은 대체로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단기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며 “더는 못 버티겠다”라는 심리가 나올 때,

오히려 대형 자본은 그 지점에서 매수를 시작하곤 했다는 거죠.

Bitfinex는 이를 근거로 “국지적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 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이번 하락은 2023년 이후 세 번째로 큰 조정이며,

현물 ETF 시대 이후로는 두 번째로 큰 조정입니다.

규모만 보면 오히려 사이클 중반의 자연스러운 조정 범주 안이라는 의미죠.

하락장에 줍줍 안 하면 서운한 스트래티지

그렇다면 이런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는 쪽은 어디일까요.

예상하셨다시피 정답은 스트래티지(Strategy)입니다.

비트코인이 6개월 만의 저점으로 떨어지는 동안, 스트래티지는 오히려 4개월 내 최대 규모인 8억3천5백만 달러어치를 추가로 사들였습니다. 비트코인이 11% 가까이 밀린 타이밍에 대규모 매수를 감행한 셈이죠. 이로써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65만 개, 시가로 610억 달러에 달합니다.

하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매수 소식이 나왔던 바로 그날에도 스트래티지 주가는 2% 하락했고, 최근 한 달 동안은 31%나 떨어졌습니다.

올해 스트래티지는 보통주뿐 아니라 네 가지 종류의 우선주, 그리고 유로화 표시 우선주(STRE)까지 만들며 자금을 조달해 왔습니다. 비트코인을 더 사기 위한 구조죠. 문제는 이런 발행이 반복되면 기존 주주들은 지분 희석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스트래티지 주가는 지금 보유 비트코인 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순자산 대비 약 0.93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시장은 이 ‘할인’을 단순 기회가 아니라 ‘희석 리스크 반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트래티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과장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트래티지가 발행한 회사채는 대부분 2028년 이후 만기가 돌아오고, 우선주는 법적으로 배당 의무가 없어 신용위험도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즉, 당장 비트코인을 팔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죠.

결국 스트래티지는 지금 시장의 양극단을 상징하는 기업입니다.

비트코인을 장기적으로 저평가라고 보는 쪽에서는 “공포 속 기회”라고 해석하고,

반대로 희석·부채 리스크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할인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시장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바로 이런 상반된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빠르게 무너졌지만 저점 매수를 하는 고래도 나타나고 있지만, 단기 투자자들은 백기를 들며 투매를 하는 단계에 들어섰으며, 스트래티지는 조정을 오히려 기회로 해석해 공격적인 매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진짜 바닥”의 전조인지는 조금 더 데이터가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건 시장 안에서 움직이는 자금은 이미 다음 싸이클을 준비하는 쪽과 그 반대편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이 대략 9만 달러에서 거래되는 지금은 곧 다음 흐름이 본격적으로 갈라지는 출발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