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장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엔비디아가 중심에 서 있습니다. GPU, 데이터센터 CAPEX, HBM, 쿠다 생태계까지… “AI = 엔비디아”라는 공식이 너무 강해서, 많은 투자자들이 정작 그 위에서 ‘세금’을 걷는 진짜 플레이어를 놓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플레이어가 마이크로소프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회사를 이해할 때 핵심 키워드는 ‘AI 국유화 전략’입니다. 특정 국가가 핵심 인프라를 쥐고 세금을 걷듯, 마이크로소프트는 AI를 일종의 “소프트웨어 세금 체계”로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숫자를 한 번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회계연도에서 연 매출 2,450억 달러 이상, 영업이익 1,09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24% 성장했는데, 이 성장의 중심에는 단연 AI와 클라우드가 있었습니다.([Microsoft][1]) 2025 회계연도 1분기(한국 기준으로는 2025년 10월 발표)에 발표된 실적을 보면,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309억 달러로 28% 성장, 이 중 Azure 및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40%나 증가했습니다.([Microsoft][2]) 이 정도 성장률이면 단순히 “클라우드가 잘 나간다” 수준을 넘어, AI 수요가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국유화’라는 표현까지 써야 할까요?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을 세 가지 레이어로 나눠 보면 이 표현이 꽤 잘 들어맞는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인프라 레벨, 두 번째는 플랫폼·모델 레벨, 세 번째는 애플리케이션·생태계 레벨입니다. 세 층 모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AI를 쓰고 싶으면 어딘가에서 결국 우리에게 비용을 내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세금 같은 구조, 일종의 ‘AI 국유화’입니다.
인프라 레벨부터 보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의 사실상 전속 클라우드 파트너입니다. 2019년 10억 달러 투자 이후 2021년, 2023년을 거치며 총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그 대가로 오랜 기간에 걸쳐 OpenAI의 이익 중 최대 49%까지 가져가는 구조가 설계되었습니다.([aranca.com][3]) 이후 OpenAI가 법적·규제 이슈를 거쳐 2025년 하반기에 포프로핏(영리) 구조로 전환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분 및 이익 배분 비율은 27~32% 수준으로 조정됐지만, 대신 OpenAI의 가치가 5,000억 달러로 재평가되었습니다.([가디언][4]) 지분율이 줄었더라도, 파이가 커진 만큼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져가는 경제적 이익은 여전히 막대합니다.
더 흥미로운 포인트는 ‘누가 누구에게 돈을 내고 있는지’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OpenAI는 2024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 클라우드 사용료 및 레베뉴쉐어 형태로 120억 달러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됩니다.([The Register][5]) 즉,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OpenAI를 고객으로 둔 셈입니다. 투자 수익, 지분 가치 상승, 그리고 클라우드 매출까지 세 겹으로 돈을 벌고 있는 구조입니다. 엔비디아가 GPU를 팔아 ‘삽과 곡괭이’를 공급하는 존재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삽과 곡괭이가 쓰이는 땅을 ‘국유지’처럼 장악하고, 사용료를 걷고 있는 겁니다.
플랫폼·모델 레벨로 내려가 보면 그림이 더 명확해집니다. 초기에는 OpenAI 모델(GPT-4, GPT-4o 등)을 Azure OpenAI Service로 제공하면서 사실상 “OpenAI의 공식 B2B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The Verge][6]) 기업이 ChatGPT 스타일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으면, 많은 경우 Azure에서 OpenAI 모델을 불러다 쓰는 형태를 택하게 되었죠. 그런데 2024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자체 모델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Phi-3 같은 소형 언어모델(SLM)입니다. Phi-3는 작은 파라미터 규모에도 불구하고 동급·상위급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준다고 강조되었고, 특히 비용 효율성과 지연시간(레이턴시) 측면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Source][7])
2025년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MAI-1, MAI-Voice-1이라는 자체 대형 모델을 공개합니다. MAI-1은 GPT-4급 텍스트 작업을 노리되, “절대 성능 경쟁”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효율·통합성을 강조합니다. MAI-Voice-1은 1개의 GPU에서 1분 분량의 오디오를 1초 안에 생성할 수 있는 수준의 초고속 음성 생성 모델로, 차세대 음성 기반 코파일럿, 회의 요약, 콜센터 자동화 등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TTMS][8]) 심지어 Phi-4 mini flash reasoning 같은 소형 모델은 엣지 디바이스, 모바일 환경에서 ‘10배 빠른 응답 속도’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어, “AI를 클라우드에만 두지 않고 온디바이스까지 깔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Windows Central][9])
이 플랫폼 전략의 핵심은 한 가지입니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 “어떤 모델을 쓰든, 누구의 모델이든, 결국 Azure에서 쓰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Azure AI Foundry를 통해 OpenAI뿐 아니라 Mistral, xAI(일론 머스크의 Grok), 심지어 오픈소스 모델까지 한 번에 선택할 수 있는 ‘모델 마켓플레이스’를 꾸려가고 있습니다.([Microsoft Learn][10])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모델이 인기를 끌든, 그 사용량이 늘어나는 한 Azure의 트래픽과 매출이 함께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즉, 모델 경쟁에서 누가 최종 1등이 되느냐보다, “모델들이 싸우는 경기장이 내 땅이냐”가 더 중요한 전략인 겁니다.
마지막 레이어는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생태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를 단일 서비스로 파는 게 아니라, 자사의 기존 제품 전반에 녹여서 “AI를 쓰려면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Microsoft 365 Copilot, GitHub Copilot, 그리고 Windows 11의 AI 기능입니다. Microsoft 365 Copilot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전반에 붙어 ‘문서 초안 작성, PPT 자동 구성, 메일 요약, 회의록 정리’를 대신 해주는 형태로 이미 기업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GitHub Copilot은 개발자에게 사실상 “AI 동료 엔지니어”를 붙여주며, 코드 자동완성, 리팩토링, 테스트 코드 생성까지 지원합니다.
2025년에는 Windows 11이 “AI PC의 집(Home for AI on PC)”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코파일럿, 비전, 로컬 인퍼런스 기능을 대거 통합했습니다.([ESPC Conference, 2025][11]) 앞으로 노트북을 사면 성능, 무게, 배터리뿐 아니라 “AI 가속 기능, 온디바이스 모델 지원 여부”가 스펙의 핵심 항목으로 들어가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이게 무서운 이유는,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상 업무 = AI가 섞인 Windows + Office’라는 구조에 잠겨버린다는 점입니다. 관공서, 학교, 대기업, 스타트업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쓰는 순간, AI 사용량이 자연스럽게 늘고, 그늘 아래에서 코파일럿 사용료와 Azure 사용료가 꾸준히 쌓여가게 됩니다.
이 전체 구조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OpenAI와의 파트너십과 자체 모델을 통해 “AI 모델의 종합상사”가 되고
2. Azure AI Foundry를 통해 어떤 모델을 선택해도 통행료를 받는 구조를 만들고
3. Windows·Office·GitHub·Dynamics·Teams 등 실질 업무 툴에 AI를 깊게 심어 “AI를 쓰는 순간 마이크로소프트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말하는 ‘AI 국유화 전략’입니다. 특정 국가가 전력·도로·상수도·국토를 장악하고, 그 위에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질 때 세금과 사용료를 거둬들이듯,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경제 활동의 토지와 도로”를 장악하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곡괭이, 삽, 굴착기를 파는 회사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광산이 있는 땅과 도로, 항만까지 쥐고 있는 정부”에 가깝습니다.
엔비디아와 비교해 보면 투자 관점에서의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엔비디아는 GPU 공급자로서 데이터센터 CAPEX 사이클의 직접 수혜를 봅니다. GPU ASP, 출하량, 공정 전환(HBM3E, HBM4 등)과 같은 변수가 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줍니다. AI 파동이 꺾이거나 CAPEX가 일시적으로 줄어들면 엔비디아의 속도도 둔화될 수 있습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GPU를 사서 가공해 서비스로 파는 사업자”입니다. AI 도입 초기에는 GPU CAPEX 부담이 크지만, 일단 충분한 인프라를 깔아놓고 나면 그 위에서 코파일럿, Azure AI, 기업별 커스텀 모델 튜닝 서비스 등 반복적인 구독형 매출이 계속 쌓입니다. Azure 매출이 40% 성장하는 가운데, 그 안에서 “AI 관련 매출 기여도가 분기마다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바로 이 구조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Microsoft][2])
더 흥미로운 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OpenAI에만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빠르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OpenAI와의 관계는 여전히 깊지만, 양측 모두에서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OpenAI는 Oracle과의 협력 등으로 자체 인프라를 확장하려 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Phi, MAI 계열 자체 모델과 Mistral, xAI 등 제3자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모델 다변화’를 추진 중입니다.([The Verge][6]) 이는 겉으로 보면 관계가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AI 시장에서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견고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특정 모델·특정 회사의 성패에 관계없이, AI 사용량이 늘어나는 한 Azure와 코파일럿은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발판을 깔아두는 것이죠.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이 전략이 의미하는 바는 꽤 큽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AI 테마를 이야기할 때 엔비디아, 테슬라, 일부 한국 반도체주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물론 이 기업들도 중요하지만, 포트폴리오의 “중앙은행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 쪽에 더 가깝습니다. 엔비디아는 변동성이 크고, 사이클에 민감하며, 단기·중기 모멘텀에 따라 수익률이 요동칠 수 있는 종목입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Azure·M365·LinkedIn·게임(Xbox, Activision)까지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 위에 “AI라는 새로운 세금 항목”을 얹어가는 기업입니다. 실적이 나빠질 때도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AI 도입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돈이 들어오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방어력과 성장성이 모두 있습니다.
또 한국의 투자 환경을 생각하면, 국내에서 AI 인프라·플랫폼·모델을 동시에 장악한 기업은 사실상 없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통신 3사, 일부 제조 대기업들이 각각의 영역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글로벌 단위에서 봤을 때는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과 같은 거대 플레이어의 플랫폼 위에서 서비스를 올리는 구조입니다. 즉, 한국 경제 전체의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이 가속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국내 기업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외국 플랫폼 사업자의 캐시플로우도 함께 커지는 구조입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AI 수혜주”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구조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도 함께 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환율 관점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의미가 있습니다. 원화가 약세일 때, 달러 자산을 통한 환헷지 효과는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국유화 전략”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종목을 장기 보유한다면, 단순 환율 방어를 넘어 구조적인 성장에 동승하는 효과까지 노려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달러 우량주 장기투자’ 리스트 안에서,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를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할 때, “GPU 사이클”과 “AI 세금 체계”라는 두 축을 구분해 보는 시각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리해 보면, 엔비디아가 “AI 골드러시 시대의 곡괭이와 삽”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금광이 있는 땅, 도로, 항만, 세무서까지 지고 있는 국가”에 가깝습니다. AI 경제가 커질수록 누군가는 더 많은 GPU를 사야 하고, 누군가는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 하며, 누군가는 더 많은 모델을 배포해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모든 움직임이 지나가는 길목에 요금을 매기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바로 “엔비디아 다음의 진짜 주인공”을 마이크로소프트로 보는 이유이고,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볼 만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AI가 거품인지, 실적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기업들이 실제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속도는 이미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 중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속도를 누구보다 차분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국유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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