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급락 중에 리더십 바꾼 비트마인
이더리움 보유량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가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선임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비트마인은 11월 14일 치 창(Chi Tsang) 을 신임 CEO 겸 이사회 멤버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이전 CEO였던 조너선 베이츠(Jonathan Bates) 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게 되었죠. 치 창은 벤처펀드 엠1720(m1720) 의 창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로, 10년 이상 HSBC 에서 근무하며 2022년까지 아시아 및 TMT(테크·미디어·통신) 글로벌 뱅킹 총괄로 일했습니다.
그는 취임 발표문에서 “지금 월가가 블록체인과 이더리움을 통해 경험하고 있는 혁신은, 1990년대 모바일폰과 인터넷이 통신과 기술 산업을 뒤흔들었던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비트마인은 막대한 이더리움 보유량과 월가 및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의 신뢰를 기반으로, 차세대 금융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비트마인의 회장 톰 리(Tom Lee) 역시 “새로운 경영진은 기술, 탈중앙금융(DeFi),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과 통찰을 지닌 인물들로, 비트마인을 전통 자본시장과 이더리움 슈퍼사이클을 잇는 핵심 다리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트마인은 이번 인사에서 치 창 외에도 세 명의 신규 이사회를 추가했습니다. 로버트 시첸(Robert Sechan), 올리비아 하우(Olivia Howe), 제이슨 엣지워스(Jason Edgeworth) 입니다. 세 인물 모두 금융, 법률, 자산운용 분야에서 깊은 경력을 갖고 있으며, 비트마인의 성장 전략에 기관투자자적 색채를 더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현재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약 2.9% 에 해당하는 350만 개 이상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 기준 약 112억 달러 규모입니다. 이는 샤프링크 게이밍(SharpLink Gaming) 의 27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비트마인의 주식(BMNR)은 CEO 교체 발표 당일 약 4% 하락해 35달러 초반에서 거래됐고, 지난 한 달 동안 주가는 34%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하면서 회사의 자산 가치가 직접적으로 줄어든 탓입니다.
톰 리 회장의 ‘이더리움 슈퍼사이클’ 발언과 논란
한편 비트마인 회장 톰 리(Tom Lee) 는 11월 17일 SNS ‘엑스(X)’에 글을 올리며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처럼 ‘슈퍼사이클(Supercycle)’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2017년 이후 8년 동안 여섯 번의 50% 이상 조정과 세 번의 75% 이상 폭락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100배 성장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런 변동성은 “거대한 미래 가치를 시장이 미리 반영하는 과정”이라며, 투자자들이 ‘존버(hold through existential moments)’ 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그러나 이 발언은 일부 유저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대표 인플루언서 ‘비트코인 테라피스트(The Bitcoin Therapist)’ 는 “이더리움이 다른 수백 개 코인과 어떤 차별적 유틸리티를 갖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전통 금융이 실제로 이더리움 기반에서 24시간 거래를 운영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물론 톰 리는 구체적인 목표가나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상승의 길은 직선이 아니다”라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엔 단기적 조정보다 장기적 구조 변화를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변동성을 견딘 투자자들에게 부를 창출했듯이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다'라고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이더리움 보유자들이 보이는 이 행동
데이터 분석 기업 글래스노드(Glassnode) 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이더리움 보유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자보다 훨씬 자주 코인을 이동하고 매도한다”고 밝혔습니다. '존버하라'는 톰 리의 말과 달리 이더리움 투자자들은 믿음이 부족한 것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대부분의 투자자가 장기 보유를 선호하는 반면,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내에서 끊임없이 ‘사용’됩니다. 디파이 플랫폼, 스테이블코인, NFT 거래, 스마트 계약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가고, 이 모든 활동에는 가스비(Gas Fee)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저축 자산처럼 동작한다. 거래 회전율이 낮고, 점점 더 많은 물량이 장기 보유 지갑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더리움은 고빈도 거래 네트워크로서의 속성을 보인다. 네이티브 스테이킹, ETF 유입 등으로 투자 성격이 더해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디지털 오일(digital oil)’로서 활발히 순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래스노드는 특히 “이더리움 장기 보유자는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보다 세 배 빠른 속도로 오래된 코인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매가 아니라, 이더리움이 실질적인 활용성 중심 생태계임을 의미합니다.
현재 전체 이더리움의 4분의 1(약 25%) 은 스테이킹 또는 ETF에 잠겨 있으며, 이는 자산으로서의 안정적 가치와 네트워크 운영 자산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더리움은 최근 3,100 ~ 3,200 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한 주 동안 약 4.5% 하락했습니다. 8월에 기록한 4,946달러 고점 대비 약 35% 떨어진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은 95,992달러 근처에서 거래되며, 주간 6% 하락했습니다.
비트코인 ‘데스 크로스’ 시그널, 역설적 저점 신호?
한편 비트코인은 현재 약 25% 하락하며 10월 사상 최고가 126,000달러 에서 94,000달러 부근으로 내려왔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단기 이동평균선(50일) 이 장기 이동평균선(200일) 아래로 떨어지는 ‘데스 크로스’가 임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는 약세 신호로 해석되지만, 흥미롭게도 이번 주기에서는 오히려 반등의 시점과 맞물려 왔다는 해석도 있는데요.
2023년 9월, 비트코인은 25,000달러 근처에서 바닥을 찍었고, 2024년 8월 일본 엔 캐리 트레이드 해소 국면에서는 49,000달러 부근에서 지지를 받았습니다.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혼란기에도 75,000달러선에서 반등했습니다.
현재의 조정은 41일째이며, 낙폭도 약 25%로 과거보다 완만한 편입니다. 게다가 11월 12일 미국 정부가 셧다운을 해제한 직후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2019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당시 비트코인은 정부 재개 후 9% 하락했다가 2주 만에 회복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금 시장은 불안해 보이지만, 흐름 자체는 과거 주기와 매우 유사합니다.
이더리움이 20~35% 하락하고, 비트코인이 25% 조정받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단기 변동성은 크지만, 제도권 자본의 진입과 실제 사용량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이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중이라면, 이 시기의 움직임이야말로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그널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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