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9만5천 달러선 붕괴

비트코인 가격이 이번 주 들어 9만5천 달러 아래로 밀리며, 지난 3월 이후 최악의 주간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7% 이상 하락했고, 단 하루 동안의 낙폭만 봐도 2.8%에 달했습니다. 미국 동부 시각 기준 금요일 오후에도 반등 없이 하락세를 이어가며, 시장 심리는 여전히 냉각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일일 청산 규모는 1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 달만 세 번째인데요, 지난 5월 이후로 이렇게 낮은 가격대를 기록한 건 처음입니다.

이번 하락의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94%의 시장 참가자들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동결’ 가능성을 56.4%로 보는 쪽이 우세합니다.

보통 금리 인하 기조는 위험자산에 유리하게 작용하죠. 하지만 현재는 반대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주식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윈터뮤트(Wintermute)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매크로 로테이션(Macro Rotation)이 일어나며, 암호화폐가 나스닥 등 주식 지수보다 훨씬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이번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정보 공백(information vacuum)’을 꼽았습니다. 10월 1일부터 이어진 미국의 장기 셧다운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 발표가 중단되면서, 연준의 판단 근거가 사실상 사라진 것입니다.

비트파이넥스는 “경제 데이터의 부재가 연준과 투자자 모두를 대기 상태로 만들었다”며 “이로 인해 시장이 방향성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셧다운은 11월 14일부로 종료됐지만, 통과된 임시 예산은 2026년 1월 말까지만 정부 운영을 보장하기 때문에,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베어마켓 진입?

시장이 흔들리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이 새로운 약세장(베어마켓)의 시작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습니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익명 애널리스트 크래지블락(CrazzyBlockk)은 디크립트(Decryp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정은 전형적인 ‘중간 사이클 조정(mid-cycle correction)’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 시장은 새로 유입된 투자자들의 수익 상태에 따라 심리가 크게 흔들린다”며 “이 단기 투자자들이 20~40%의 손실을 보게 되면 공포성 매도가 시작되지만, 지금은 그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시장 전체가 ‘capitulaton’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새로 유입된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이번 하락은 중기적 조정으로 끝나고 추가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페퍼스톤(Pepperstone)의 딜린 우(Dilin Wu) 애널리스트 역시 “시장에는 아직 회복 신호가 뚜렷하지 않으며, 단기적으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유동성이 회복되고 변동성이 완화되면 비트코인은 여전히 새로운 고점을 시도할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크립토 애널리스트 노엘 애치슨(Noelle Acheson)은 “이번 하락은 불가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비트코인이 몇 달 동안 12만 달러 돌파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면서 에너지가 고갈되었고, 이번 조정은 시장을 리셋시키는 과정”이라며 “이 구간을 통과해야만 더 건강한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치슨은 비트코인의 핵심 동력이 여전히 ‘매크로 유동성’에 달려 있다고 봤습니다. 금리 인하가 늦춰지더라도 연준이 내년 초 양적완화(대차대조표 축소 완화)나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할 경우, 다시 리스크 자산으로 자금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레든(Ledn)의 최고투자책임자 존 글로버(John Glover)는 기술적 분석 관점에서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부근의 23.6% 피보나치 되돌림선을 하향 돌파했다”며 “다음 주요 지지선은 약 8만4천 달러에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단기적으로 9만 달러 초반대를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반등 구간에서 다시 10만 달러를 회복할 여지도 있다”며 “이 조정은 단기 하락과 중기 반등이 교차하는 복합적 구간이며, 전반적인 변동성은 2026년 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세일러 “우린 팔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빠르게 사고 있다”

한편 이번 주 비트코인 하락 국면에서 시장의 관심을 가장 크게 모은 인물은 단연 스트래티지(Strategy·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였습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전혀 팔지 않았다”며, “오히려 매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세일러는 “우리는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으며, 이번 주 월요일 아침에 새 매입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발표를 보면 시장이 놀랄 만큼 공격적으로 비트코인을 늘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이런 발언은 X(옛 트위터) 상에서 떠돈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다’는 루머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습니다. 온체인 분석업체 아캄 애널리틱스(Arkham Analytics)는 최근 스트래티지의 대규모 비트코인 이동을 포착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도 신호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캄은 해당 움직임이 “코인베이스(Coinbase)를 새로운 커스터디 기관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내부 이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예측시장 마이리어드(Myriad)에서는 ‘스트래티지가 2025년에 비트코인을 매도할 확률’이 오전 기준 8% 수준이었지만, 루머 확산과 함께 한때 14%까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마이리어드는 디크립트(Decrypt)의 모회사 다스탄(Dastan)의 자회사입니다.)

TD 코웬(TD Cowen)의 애널리스트 랜스 비탄자(Lance Vitanza)는 “스트래티지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비탄자는 “이론적으로는 채권 만기 상환 등 부채 상환 압력이 생길 경우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스트래티지의 전환사채 만기는 2028년 이후로 아직 3년 이상 남아 있습니다.

세일러는 이번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언급한 ‘매도자’로 “OG 홀더들”, 즉 장기 보유자들을 꼽았습니다. 그는 “일부 오래된 투자자들이 10만 달러 선에서 차익 실현을 하고 있을 뿐, 회사 차원의 매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래티지는 지난주 룩셈부르크에서 유로화 표시 우선주를 상장하며 약 7억 1,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금 역시 비트코인 매수에 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MSTR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32% 하락해 주당 204달러 선까지 밀렸고, 이는 비트코인의 조정폭과 거의 유사합니다. 비트코인이 금요일 오전 9만5천 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때, 스트래티지 주식(MSTR)도 동반 급락했죠. 그럼에도 세일러는 “현재 가격대가 오히려 다음 상승을 위한 기초(Base)를 다지는 구간”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에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수준에선 충분히 안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일러는 “우리는 항상 매수 중이지만, 회계 분기 말에는 신규 매입 발표를 하지 않는 시기가 있다”며 “그건 단순히 재무 보고 일정 때문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트래티지는 보통주 외에도 전환사채와 배당형 우선주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발행해 비트코인 매수 자금을 마련해왔습니다. 회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환사채로만 82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우선주는 76억 달러 규모로 발행되어 있습니다.

세일러는 “우리는 과도하게 빚을 내지 않았고, 비트코인이 80% 하락하더라도 부채 대비 담보가 충분하다”며 “신용위험이나 디폴트 위험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탄자 애널리스트 역시 “스트래티지는 우선주 배당을 지급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짚으며 “만약 일시적으로 배당을 유예하더라도 신용 불이행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배당을 건너뛸 경우 향후 우선주 발행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트래티지의 연간 배당 부담은 약 7억 3,500만 달러 수준입니다. 비탄자는 “이 부담이 단기간에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스트래티지 주식이 보유 중인 비트코인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 NAV)보다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됐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약 590억 달러, 보유 비트코인 가치는 623억 달러로 오히려 5%가량 낮아졌는데요.

즉, 시장은 이제 스트래티지를 ‘비트코인 직접 보유보다 저렴한 대체 투자수단’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세일러는 이에 대해 “이런 괴리는 일시적 현상이며, 장기적으로 주가가 자산가치를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의 자체 계산 방식으로는 부채를 고려한 ‘mNAV(멀티플-순자산가치 배수)’가 약 1.2배로,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세일러는 '비트코인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하락을 ‘할인’으로 본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마이클 세일러의 확신은 단기 가격 변동이 아닌 구조적 흐름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트레이더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국가 화폐 체계의 대안 자산’으로 바라보는 장기 투자자들의 상징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최근 트윗에 따르면 이번 주에 비트코인을 매일 매수했다고 하는데요. 강철 심장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